쉬는 날 온가족이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 왔다.
아이들은 TV를 보고 아내와 둘이서 뒷산을 갔는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소나무 숲길을 걷는 재미가 좋았다.
아내와 단 둘이 오솔길을 걸으며 살아온 추억과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 숲길에는 폭신한 솔잎 카펫이 깔려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속의 오솔길 산책,
아내는 혼자 등산하는 것은 무섭겠다고 하자 남편은 산속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이야기로 화답했다.
혼자는 외롭고 무섭지만 둘이니 의지가 된다.
살아가는 인생길도 마찬가지 아닐까?
산속을 홀로 걸을 때처럼 외로울 때가 있고 사람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끝까지 함께 해줄 누군가가 있으면 산속의 오솔길이 아름다운 산책길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나는 특히 소나무를 좋아한다.
사계절을 한결같이 그 자리에 푸른 잎을 간직하고 서 있는 소나무의 기개와 인내가 좋다.
똑바른 소나무도 있지만 이리저리 굽은 소나무도 있다.
나는 곧은 소나무도 좋고 굽은 소나무도 좋다.
산정상에 오르니 참나무 군락속에 큰 소나무가 외롭게 서 있었다.
아마도 소나무들이 있던 자리에 번식력이 강한 참나무들이 침범하여 다른 소나무들을 몰아낸듯 하다.
외롭게 고군분투하며 자기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굽은 소나무가 안스러워보였다.
언젠가 그 자리마저 활엽수들에게 내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욱 정이가는 소나무였다.
활엽수들 틈에서 안간힘을 쓰며 살다보니 굽어졌을 것이다.
삶의 질곡이 묻어있는 꿋꿋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큰 소나무들 옆에는 어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엄마아빠 소나무들의 자리를 이어가려 예쁘게 커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속에서 나누는 아내와의 대화외에 소나무와 나누는 대화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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