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병가 소식은 즉각 애플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18일 뉴욕 증시에선 오전 9시 현재(현지시각) 애플 주가가 4.03% 하락했다. 앞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선 애플 주가가 7%나 급락, 시가총액이 220억달러나 사라졌다.
잡스는 지난 7년 사이에 세 번째로 건강 문제 때문에 애플의 최전선에서 물러나지만, 2004년 췌장암 수술 및 2009년 간 이식 수술 때와는 달리 이번엔 구체적인 복귀시한 없이 짧은 6개 문장으로 병가를 알렸다.
잡스는 CEO직은 유지하면서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것이지만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사항은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이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현재 잡스의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 ▲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55)가 질병 치료를 위해 17일 병가(病暇)를 냈다. 2004년 이후 3번째다. 잡스는 애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CEO직을 유지하면서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의 건강상태와 복귀 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게티이미지
잡스는 25살의 나이에 애플을 만들어 상장시켰다.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페이스북을 만들어 지금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26)보다도 한 살 적었다. 하지만 그는 독선적인 경영스타일 때문에 30살의 나이에 회사에서 밀려났다가 12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이후 회사 애플은 흔들림없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는 암과 호르몬 이상 등 건강 문제로 일시 물러났다가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들고 다시 화려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요동치는 여정을 밟아왔다.
잡스는 어린 시절부터 '마루가 높고 골이 깊은' 부침(浮沈)을 겪어왔다. 미혼모의 아들인 그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입양됐다. 초등학교 때 한 학년을 건너뛸 정도로 영리했지만, 수줍고 비사교적인 아이였다고 잡스의 전기들은 기록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때는 장발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히피였고, 동양종교에 심취해 인도로 가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중퇴했다. 특히 일본 선(禪)불교에 빠져 한때 일본에서 승려로 살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일본 스승의 만류로 진로를 바꿨다. 그 일본 스승은 후에 잡스의 결혼식을 집례했다. 잡스가 경영철학으로 종종 언급하는 '직관의 힘'과 '초심(初心)'은 이때의 영향이다.
하지만 경영자로서 잡스는 편집증적인 완벽주의를 추구해왔다. 잡스의 오랜 친구는 잡스가 즐겨 입는 터틀넥 셔츠도 그냥 고른 게 아니라고 전한다. 이세이 미야케가 만든 검은색 터틀넥이 마음에 들어 한 벌 더 사려고 했는데 없다고 하자 그는 직접 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가 얼마에 사주면 만들겠느냐"고 요구해 결국 이 옷으로 옷장을 가득 채웠다는 것이다.
세 번째 병가로부터 잡스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그의 병가가 단기적으로 애플 경영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만약 병가가 장기화되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5년 그가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연설을 보면 죽음을 가까이 뒀던 사람의 경험이 묻어 있다. "내가 곧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큰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거의 모든 것은 죽음 앞에서 떨어져 나가고, 정말로 중요한 것만 남을 뿐이다."
-조선일보, 20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