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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일목사 "신앙의 힘? 잘못을 고백하는 데서 나와요"

하마사 2011. 1. 14. 10:29

올해 100세로 '개신교의 산 역사'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
세상도 교회도 참회록 써야… 폭력사태는 교회法대로 처리… 대형 교회의 좋은 점도 보길

 

1911년 평안북도 선천 출생인 방지일(方之日) 영등포교회 원로목사는 한국 개신교의 산 역사다. 평양 숭실전문학교와 장로회신학교를 졸업하고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사역했던 방 목사는 1937년 한국 교회가 중국으로 파송한 최초의 선교사로 1957년 중국 공산당에 추방당할 때까지 산둥성 칭다오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귀국 후 그는 영등포교회 담임목사를 지내면서 예장통합 총회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기독공보사 사장 등으로 한경직(韓景職·1902~2000) 목사 등과 함께 한국 개신교를 이끄는 지도자로 활동했다. 올해 만 100세를 맞는 방 목사는 12일 인터뷰에서 "세상도 교회도 참회록을 써야 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데 신앙의 힘이 있다"고 말했다.

방지일 목사는“스물일곱 살에 목사 안수 받고 중국으로 가서 선교사 할 때 만나는 사람들이 40~50대라서 나는 언제 마흔 살이 될까 했는데 벌써 100살이 됐다”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요즘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 갈등이 많습니다. 목사님은 후임 담임목사와 이상적인 관계였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1979년 은퇴할 때 후임을 자꾸 묻기에 미국에서 목회하던 김승욱 목사를 추천했지요. 은퇴 후에는 교회 행정과 설교를 하지 않고 평신도로 후임 목사를 모셨어요. 내 모든 일정을 후임 목사에게 보고했습니다. 이제 김 목사가 2005년 은퇴한 뒤에는 내 스케줄을 잡아주고 나를 돕고 있어요."

―최근 교회 내에서 폭력사태도 생겼습니다.

"교회에도 법이 있어요. 치리회(治理會·교회에서 불법 행동을 한 교인을 심사할 때 여는 당회)에서 교회법대로 할 일입니다. 죄를 참회하고 회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윗은 남의 아내를 빼앗는 큰 죄를 지었지만 철저히 회개하고 눈물로 살았어요. 솔로몬도 하나님께 칭찬을 받았지만 그가 쓴 '전도서'는 참회록입니다."

―한국 교회는 개화기 이후 독립과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3·1운동 때 기독교의 역할이 컸고, 한글 보급에도 기독교가 많이 공헌했지요. 성경과 찬송을 비롯해 책과 잡지도 교회에서 많이 냈고 문맹 퇴치에 기여했어요. 1940~50년대 건국한 나라 중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없어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 교회가 되면서 가난한 마음을 잊어버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회가 크게 부흥해서 큰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난해 우리 교회가 민영 교도소를 만들었어요. 교도소 개소식에 일본 의원이 왔는데 '일본은 생각도 못하는 일을 한국 교회가 했다'면서 부러워했어요. 대형 교회가 아니면 이런 일 할 수 있겠어요? 나쁜 점 파헤치려 하지 말고 좋은 점을 보아야지요."

―존경하는 선배 목회자를 꼽는다면요.

"일제 때 신사 참배를 반대하고 감옥에서 돌아가신 주기철(1897~1944) 목사님입니다. 설교는 영어로 '메시지(message)', 즉 하나님 말씀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주 목사님은 하나님 말씀 전하는 일에 충실했어요. 교회는 육(肉)으로는 못하고 영(靈)으로 하는 것입니다. 헌금 많이 하고 이름나는 것을 얻겠다는 것은 신앙이 아니에요. 장사꾼이지."

―지금 교회는 영과 육으로 볼 때 어떨까요?

"영으로 들어갔다가 육으로 나오기 쉬워요. 그러지 않으려면 매일 잘못한 것을 자복해야 합니다. 기도는 죄 찾는 행위예요. 보통 눈으로 안 보이는 죄도 어제는 500배 현미경으로 보고, 내일은 5000배 현미경으로 보면 찾아져요. 나는 하나님 앞에 머리 숙이면 잘못한 것만 생각나요."

방지일 목사는 거실에 걸려 있는 '격산덕해(格山德海)'라는 글씨를 가리켰다. "88세 생일 때 어떤 사람이 '수산복해(壽山福海)'라는 글씨를 선물로 줬어요. 내가 말했어요. '오래 살면 뭐 할 건데? 복 받으면 뭐 할 건데? 인격이 산처럼 높고 덕이 바다처럼 넓어야 하지 않아?' 그래서 다시 써달라고 했어요. 덕이란 남에게 베푸는 것이에요."

―건강 비결이 궁금합니다.

"새벽 5시쯤 목욕하고 이메일 체크하고, 누가 어디 가자고 하면 가요. 운동은 젊었을 때 여의도에서 영등포교회까지 왕복 6㎞ 걷는 게 전부였어요. 지금은 월요일과 목요일에 목회자 20여명과 성경 공부하고, 주일에는 이곳저곳 설교하러 가요. 2월 말까지 일정이 꽉 찼어요. 닳아서 죽을지언정 녹이 나서 죽지 않겠다는 게 내 좌우명이에요."

 

-조선일보, 20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