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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국가지도자 중 10년간 가장 행복했던 이 사람- 브라질 룰라 대통령

하마사 2010. 12. 31. 10:14

룰라 브라질 대통령 퇴임 국민 지지율 여전히 87%
좌·우 안가리고 포용정치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브라질을 업그레이드

 

8년간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었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기 사흘 전인 29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를 찾았다. 지금까지의 룰라 대통령을 있게 해준 고향 마을이다. 평범한 주민으로 돌아온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고향 주민들 앞에서 그는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신(神)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설 도중 룰라 대통령은 세 차례 눈물을 보였다.

30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눈물은 빈농 출신 8남매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이 싫어 고향을 등졌던 자신이 어떻게 브라질을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이끌었는지를 돌이켜 볼 때였다. 페르남부쿠에서 활동하는 한 시인이 "페르남부쿠는 브라질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다"는 글을 발표할 때 그는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렸다. 1989년부터 세 번 연속 대선에서 낙선한 뒤 2002년 승리했을 때를 회상하면서 룰라 대통령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대통령 선거 때 상파울루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2002년부터 대통령을 연임한 룰라 대통령은 후임 지우마 호세프에게 권력을 넘기고 내년 1월 1일 공식 퇴임한다. /AP 연합뉴스
룰라 대통령은 "1989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한 가난뱅이 노파가 노동자 출신인 내게 '당신도 (대통령이 되면) 결국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갈 테니 표를 주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아내) 마리사에게 '대통령이 되는 게 무섭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시 도전해봐요. 언젠가는 당신이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난 용기를 냈고 대통령이 돼 가난을 이겨내고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라고 했다.

집권 8년 동안,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던 브라질 경제를 반석에 올려놓고 서민의 삶을 크게 개선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룰라 대통령이 31일 공식 퇴임한다. 퇴임을 눈앞에 뒀음에도 국민의 지지율은 87%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집권 시나리오에 대해 "신은 한 사람에게 선물을 두 번 주지 않는다. 대통령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선을 그었다.

13살에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구두닦이에서 시작해 대통령을 연임(連任)하는 동안 그의 인기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경제'와 유연한 리더십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룰라의 3대 업적으로 ▲브라질의 세계 8대 경제대국화 ▲빈곤층 2000만명 이상의 중산층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치를 꼽았다. 여기에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탕평 인사로 '통합·소통·포용의 정치'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년간 670일가량을 수도가 아닌 지방에서 보내며 각양각색의 지방 민심을 들어온 것도 이런 정치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집권 초기 측근의 뇌물 비리 등이 터졌을 때 "부패 척결을 위해 필요하면 내 살부터라도 도려내겠다"며 청렴한 정치 문화 구축에 앞장섰다.

룰라는 29일 대통령 고별 연설에서 "나는 가더라도 지우마 호세프 후임 대통령이 더 많은 일을 잘해낼 것이다. 국민들이 꼭 도와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이다.

 

-조선일보, 201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