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자신이 기소한 재소자와 5년간 편지 교류
중·고 검정고시 이어 독학사 따고 복지사 꿈 갖게 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권모(36)씨는 지금까지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만 20년이 넘는다. 14세 때 소년원에 보내졌다가 출소한 뒤 다시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는 일을 반복했다. 삶의 희망은 사라지고 사회에 대한 원망만 남았다. 절도·강도·살인미수·방화죄 같은 전과(前科)만 쌓여갔다.그런 그가 오는 5월 출소를 앞두고 사회복지사가 될 꿈에 빠져 있다. 2006~2007년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고, 작년 12월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독학사 시험에도 붙었다.
그의 삶이 바뀐 건 김수민(38·연수원 33기) 인천지검 검사와의 만남 덕분이었다. 권씨가 2005년 강도상해죄로 구속되면서 두 사람은 검사와 피의자로 처음 만났다. 당시 권씨를 기소한 김 검사는 "사회에서 장기간 격리해 교화해야 한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권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권씨는 법정에서 "유영철도 사회에서 도와주지 않아 그렇게 됐는데, 교도소에서 정말 교화가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김 검사와 사회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김 검사는 권씨를 나무라지 않았다. 김 검사는 검찰청으로 권씨를 불러 "개인적인 얘기를 잘 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세상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며 다독였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펜팔'이 시작됐다.
김 검사는 초등학교 이후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권씨에게 새 출발을 하려면 공부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권씨에게 큰 힘이 된 건 "난 너를 믿는다"는 김 검사의 말이었다. 권씨는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너를 믿는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고, 검사님에게 그 말을 여러 번 들으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대학 과정까지 마친 권씨의 다음 목표는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다.
지난 12월 29일 교도소에서 만난 그는 "어려운 아이들도 나처럼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