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지평리 전투 영웅' 佛 몽클라르 장군 딸 방한

하마사 2010. 10. 6. 10:22

'지평리 전투 영웅' 佛 몽클라르 장군 딸 방한

 

 

"아버지는 억압받는 민족을 돕는 게 프랑스의 오랜 전통이라고 말씀하셨죠. 제 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6·25전쟁에 참전하신 것처럼 언젠가는 프랑스인들이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을 거라고 믿습니다."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 주민자치센터 강당에서 지평리 주민과 '지평리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등 20여명이 파비엔느 몽클라르(Monclar·59)씨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몽클라르씨는 6·25전쟁 때 '지평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프랑스대대 지휘관 몽클라르(Ralph Monclar) 장군의 외동딸이다.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의‘지평리 전투 UN 참전충혼비’앞에서 6·25 전쟁 당시‘지평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프랑스 몽클라르 장군의 딸 파비엔느 몽클라르(사진 왼쪽)씨가 남편과 함께 충혼비에 적힌 글을 읽고 있다. /김충령 기자 chung@chosun.com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 13일부터 3일 동안 몽클라르 장군과 프랑스대대 500여 명은 미국 23연대 5500여명과 함께 지평리로 몰려오는 중공군 3만명에 맞서 이곳을 지켜냈다.

강의를 듣던 한 지평리 주민이 "어머니가 아버지의 참전에 반대하셨다지요?"라고 묻자 강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딸을 임신 중이던 몽클라르 장군의 아내는 남편의 참전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몽클라르 장군의 대답은 "그래도 간다"였다. 파비엔느 몽클라르씨는 "아버지는 타인을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은 군인의 신념이자 본분이라고 말했고, 유엔군 최초로 평화를 위해 파병됐다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몽클라르 장군은 스스로 계급을 낮춰가며 참전했다. 1·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중장(中將) 계급의 백전노장이었지만, 대대급은 중령이 이끌어야 한다는 군 규정 때문에 중령으로 낮춰 참전했고 귀국하고 나서 다시 중장 계급장을 달았다.

몽클라르 장군 부대에 배속돼 전투를 치렀던 박동하(77)씨는 "장군이 '부인이 임신 중인데 아이가 태어나면 이곳 전투 얘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실제 그 딸을 만나게 되니 기쁘다"며 파비엔느 몽클라르씨 손을 꼭 잡았다. 딸 몽클라르씨는 2001년 우리 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적이 있지만, 지평리 방문은 처음이다.

딸은 아버지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내는 주민들에게 "아버지를 기억해 주니 오히려 고맙다"며 "숱한 전선을 누볐던 아버지였지만, 내가 어렸을 때엔 유독 한국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려주셨다"고 했다.

프랑스군 퇴역 대령 출신인 남편 버나드 듀포(Dufour·66)씨는 "같은 군인으로서 장인의 업적을 잘 알고 있었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장인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딸 몽클라르씨는 주민들과 함께 6·25전쟁 당시 프랑스대대 대대본부로 쓰이던 한옥 양조장 건물 등 전적지를 둘러보고 프랑스군 참전 충혼비에 헌화했다. 그의 지평리 방문을 주관한 '지평리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 김성수(67) 변호사는 "파비엔느씨는 현재 몽클라르 장군에 대한 전기(傳記)를 쓰고 있다"며 "지평리 전투 60주년을 한 달 앞둔 내년 1월쯤 발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