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26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2010년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남녀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국제 대회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우리 소녀 축구 대표팀은 전후반전을 3-3으로 마친 뒤 연장전에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 뛰었지만 승패를 가리지 못해 결국 손에 땀을 쥐게 한 승부차기 끝에 5-4 승리를 거뒀다.
1990년 처음 대표팀이 구성된 한국 여자 축구는 등록 선수가 통틀어 145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자 축구 대표팀이 일본을 상대로 한 첫 평가전에서 1-13으로 대패한 지 20년 만에 지난달 20세 이하 월드컵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선수층은 넓지 않지만 축구협회가 집중 투자했기에 우리 여자 축구가 '압축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훈련 방식도 욕설과 체벌이 아니라 소녀 선수들의 자발적 의지를 유도하고 재미있게 축구를 즐기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태극소녀'들은 8강과 4강전에서 먼저 실점하고도 주눅들지 않고 끈기있게 따라붙어 거듭 역전승을 거두면서 위풍당당하고 유쾌하게 도전하는 신세대의 초상을 꾸밈없이 보여줬다. 이런 밝은 얼굴로 공을 차는 모습에 TV 앞에서 응원하던 국민은 "장하다" "눈물이 난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미래"라며 더욱 환호했다.
한국의 여자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축구를 즐기는 여성들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 여자 축구 세계 랭킹 1위를 다투는 미국과 독일은 등록 선수만 100만명이 넘는다. 미국에선 '딸은 아들을 겸한다'(Girls are boys plus)라며 어린 딸에게 축구를 시키는 '사커 맘'들이 오늘날 미국 여자 축구를 세계 정상 수준에 올려놓았다.
우리 사회에선 여자가 공을 찬다고 하면 전문적인 축구 선수만을 연상하지만, 앞으로는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평상시 운동 삼아 재미있게 공을 차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여자 축구가 발전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삶도 더 풍성해질 것이다. 어린 소녀들은 우리가 그렇게 갈 수 있다는 커다란 희망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사설, 20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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