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아내의 자리

하마사 2010. 6. 20. 18:37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고 5일만에 퇴원하였다.

그동안 아내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밥하고 빨래하고 설겆이를 하면서 그리고 집안정리를 하면서 아내의 가사일을 체험하였다.

표시나지 않는 일이었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늘상하는 일상생활이 누군가의 헌신과 보이지않는 도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 조절을 잘못하여 밥이 질게 되자 아이들이 밥맛이 없다고 한다.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무던한 큰 아들은 잘 먹는데 입이 짧은 둘째는 맛이 없다며 먹지 않는다. 

세탁기로 빨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빨래걸이에 널고 개는 일이 번거로웠다.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옷과 양말을 분간하지 못해 섞이기도 하였다. 

세탁된 옷을 개면서 옷의 주인인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아 여러번 깨워서 밥을 먹여 보내야 했다.

조금 더 자려고 하는 녀석은 결국 밥을 먹지 않고 학교에 가는 날도 있었다.

설겆이 하는 것을 줄이려고 음식통째로 식탁위에 놓고 먹기도 하였다.

밥위에 반찬을 놓아 먹으면서 한그릇이라도 설겆이 양을 줄여보기도 했다.

아들들과 순번을 정하여 설겆이 당번을 정했지만 아들들은 한번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아내가 늘상하는 가사일을 해보면서 역할의 차이를 알게되었고 중요성도 실감하게 되었다.

그동안 말없이 그 일들을 기쁨으로 감당한 아내가 고마왔다.

늘 있던 자리에 있으면 소중함을 모를 수가 있다.

그러나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내의 빈 자리가 노출되어 소중함을 깨닫듯이 말이다.

주일에 으례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예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 수 있다.

그러나 예배를 드리지 못할 상황과 환경에 처해지면 예배의 소중함을 알고

하나님을 더욱 사모하게 되는 것과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감사해야 한다.

누군가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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