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사람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배병우

하마사 2009. 10. 23. 17:48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배병우

"지금까지 소나무를 통해 우리 옛 그림을 사진으로 재현해내는 스타일을 만들어왔다면, 앞으로는 초상화도 그런 식으로 해보고 싶다."

국내외에서 '미스터 소나무'란 별명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59·서울예술대 교수)씨는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나무 사진에 매달려 왔다. 디지틀조선일보의 케이블채널인 비즈니스앤의 인터뷰 프로그램 '강인선라이브'에 출연한 배 교수는 "사람들이 소나무 사진에 주목하고 미술관과 미술시장에서도 소나무 작품을 원하니까 계속 찍을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배병우씨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다른 장르로 가지도 않고 풍경 사진을 일관되게 찍어왔다”고 했다. 평생 우직하게 사진작업을 해온 ‘미스터 소나무’의 사진 이야기를 금요일 밤 강인선라이브에서 들어볼 수 있다./비스니스앤 제공

그는 "처음엔 바다를 십 년 정도 찍었고 그다음에 한반도를 대표하는 상징성은 뭘까 고민하다가 소나무를 찍게 됐다"고 했다. 그는 원래 유도선수 출신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유도를 해온 집안에서 자란 배씨가 미술대학에 간다고 할 때 주변에서 "왜 체육대학이 아니라 미술대학에 가느냐"고 할 정도였다.

'소나무 작가'란 그의 이미지는 2005년 가수 엘튼 존이 그의 소나무 사진을 사면서 더욱 굳어졌다. 그는 "엘튼 존은 사진 분야에서 최고 컬렉터다. 170년 전 사진이 발명됐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사진 컬렉션을 다 갖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안목이 높은 사람이 사진을 사주는 것은 영광이다"고 했다.

배 교수는 몇 년 전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과 숲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2년 반 동안 15차례 방문해서 한 번에 2주씩 사진을 찍었다. 배 교수는 "달리 조건이나 부탁이 없어서 의아했는데 가보니 금방 답이 나오더라. 정원에 소나무가 많더라"고 했다. "수묵화처럼 찍은 사진을 기대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소나무 사진만은 아니다. 요즘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배병우전'에 가 보면, 그의 시선은 소나무와 창덕궁, 스페인의 알함브라궁 외에도 바다와 섬까지 널리 펼쳐져 있다.

배 교수에게 사진은 카메라라는 '붓'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는 "사진의 매력은 즉각적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즉각적으로 기쁘고 즉각적으로 실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반성하고 빨리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축적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는 "사진은 결국 인생 전체를, 인격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꾸준히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로 새벽에 작업한다. "하루가 시작되고 빛이 출발하고 생명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도 필름을 넣는 카메라로 작업한다. "필름은 은입자이고 디지털카메라는 전자도트이기 때문에 색을 형성하는 기술이 달라 색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라 시장의 90% 이상을 디지털이 점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필름 생산도 중단될 것이고 그러면 디지털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은 예상하고 있다. 그래도 "필름을 쓴 마지막 사진작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09/10/23,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