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낙타가 텐트를 점령

하마사 2009. 10. 18. 11:26

어떤 상인과 낙타가 캐러밴(caravan:아랍 상인들이 사막 여행에서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한 대규모 그룹)의 한 구성원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막 가운데서 하룻밤 야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동의 사막지역은 낮에는 무척 덥지만 밤이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텐트를 더 단단히 치고 따뜻하게 그 안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낙타는 별 수 없이 추운 밖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추운 나머지 낙타는 코끝만이라도 텐트 속에 넣게 해달라고 상인에게 애원했습니다. 다른 곳은 그만두고 그저 코끝만이라도 좀 따뜻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상인은 낙타의 애원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어 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낙타는 코끝을 텐트 안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코끝만 텐트 안에 넣게 해달라던 낙타가 좀 있다보니 야금야금 머리를 밀어 넣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인이 조금 더 비켜주었더니 머리 전부를 텐트 속으로 밀어 넣고, 곧이어 어깨와 앞발, 급기야는 등에 있는 두 혹과 뒷발까지 밀어 넣어 마침내 텐트 전부를 점령하고 말았습니다. 추운 바깥으로 밀려난 상인은 참으로 가련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코끝만 집어넣게 해달라고 애원할 때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옳았습니다. 일단 빌미를 주고 나니 주객(主客)이 전도되고 만 것입니다. 우리들의 사고 습관이나 행동습관 그리고 인품 속으로 낙타의 코끝 같은 쓰레기들이 매일매일 점령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꾸물거리거나 늑장을 부릴 때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습관적으로 할 때마다 인생의 밖으로 밀려나 안을 기웃거리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뚜렷한 목표, 생생한 비전이 없을 때 우리 삶의 텐트 속으로 산더미같은 쓰레기들이 밀려들어오게 됩니다. 생각의 텐트, 습관의 텐트에 온갖 쓰레기들이 밀고 들어오는데도 속수무책으로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 비전이 고갈된 우리 시대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