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의령 싸움소 '범이'의 화려한 은퇴식

하마사 2009. 10. 6. 17:51

통산전적 194전 187승 7패

지난 4일 오후 3시 경남 의령군 의령읍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 민속경기장. 거대한 몸집에 일(一)자에 가까운 비녀뿔, 넓은 앞가슴, 짧은 다리, 예사롭지 않은 눈빛의 싸움소 '범이'가 주인 하영효(71·의령읍)씨와 함께 들어서자 2000여명의 관중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3~4일 열린 추석맞이 의령소싸움대회 중간에 마련된 '범이'의 은퇴식은 여느 대형 스포츠 스타 은퇴식에 견줘도 크게 손색이 없었다. 각종 대회 우승 장면과 연습장면, 주인 하씨의 애틋한 마음 등을 담은 5분짜리 동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됐다.

김채용 의령군수와 이창섭 군의회의장이 하씨와 '범이'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전날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백야1호'를 물리치고 고별전을 승리로 장식했던 '범이'는 이날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고별행진을 끝으로 10여년간 자신이 모든 것을 걸고 싸웠던 소싸움장을 떠났다.

지난 4일 은퇴한 싸움소 '범이'./연합뉴스

화려한 은퇴식이 말해주듯 '범이'는 국내 싸움소의 지존이었다. 2002년 4월 의령 소싸움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2006년 11월 김해소싸움대회에 이르기까지 전국 소싸움대회 갑종(741㎏ 이상) 부문에서 18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갖고 있다. 특기는 씨름의 들배지기와 비슷한 '목감아 돌리기'다. 현재 체중은 870㎏ 정도지만 당시 체중은 970㎏에 달했다. 당시 한 번이라도 '범이'와 겨룬 소는 주눅이 들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정도였다. 전성기를 넘긴 2007년 이후 소싸움대회에서 몇 번 지면서 대략 '194전 187승 7패'의 통산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하씨가 '범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3월. 형 성효씨(작고)가 "밀양에서 스파링하는 '범이'란 놈을 봤는데, 지쳐서 혀를 내민 상태에서 1시간 20분이나 싸우더라"고 칭찬하는 걸 듣고 당장 달려가 1500만원에 사들였다.

하씨는 할아버지에 이어 평생을 소싸움판에서 보낸 아버지를 어릴 적부터 따라다녔던 의령의 '소싸움 명문가' 출신. 하씨의 아들 창일(35)씨도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2009/10/7,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