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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고 압도한 사립의 힘… '교사 파워'가 갈랐다

하마사 2009. 10. 14. 07:07

공립고 압도한 사립의 힘… '교사 파워'가 갈랐다

강남·광주 동구·대구 수성구… 상위권 학교 대부분이 사립고
공립 교사들 소속감 떨어져… 수업 전념 사립 교사와 대조

 

본지를 통해 공개된 '학교별 수능 성적 3개 영역 평균 합산 서울지역 상위 100개교 목록'을 본 서울의 중3 학부모 김모(42)씨는 "아들을 사립고에 지원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에서는 올해 입시부터 3회까지 고교를 선택 지원할 수 있는데 휘문고·영동고·세화여고·경기여고 등 상위권 학교 중 상당수가 사립고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추첨식으로 선발한 학생들인데 점수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사립고 교사가 애들 성적에 더 신경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의 이 같은 추측은 얼마나 정확할까? 이번에 공개된 수능 성적에서 서울지역 128개 사립고 학생들은 평균 299.34점을 얻어 294.6점을 나타낸 73개 공립고 학생들보다 높은 성적을 나타냈다. 본지가 서울 강남구, 대구 수성구, 광주 동구 등 3개구를 뽑아 같은 지역 학교들끼리 비교했을 때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립과 공립의 이 같은 격차는 결국 교장과 교사의 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4~5년마다 다른 학교로 전근 가는 공립학교 교사에 비해 한 학교에 줄곧 근무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수업에 집중하는 사립고 교사들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사립의 우위

사립 대 공립의 경쟁력을 비교해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구 수성구 ▲광주 동구 세 곳을 비교 지역으로 뽑은 것은 이들 지역이 평준화지역이면서 교육열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추첨으로 선발해 가르친 학교끼리 비교해야 신입생 '선발효과'를 최소화하고 사립고·공립고를 엄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국에서 수능 1·2등급 학생이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에서 강세를 보인 학교는 역시 사립 고교였다. 휘문고(329.67점), 영동고(327.29점), 단대부고(322.36점) 순으로 전체 16개 학교 중 상위 6개 학교를 사립고가 독차지했다. 공립고 중에서는 개포고(강남 7위·320.66점)와 경기고(강남 8위·319.16점) 정도가 중간 수준을 유지했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위치한 공립 구정고·청담고는 예상과 달리 각각 307.94점(강남 13위)과 307.32점(강남 14위)을 기록해 하위권 학교로 분류됐다.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대구 수성구에서도 사립고가 강세였다. 대구 수성구 13개 고교의 수능 3개 영역 평균 점수는 경신고(337.29점), 대륜고(330.52점), 덕원고(329.92점), 정화여고(328.84점) 순이었다. 상위 4개교 모두 사립학교다.

평준화지역이면서도 전국 최상위 학력을 자랑하는 광주광역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광주 시내 9개 후기 일반계 공립학교의 수능 3개 영역 평균 점수는 305.31점으로 30개 사립 고교의 평균 점수 320.67점과 무려 15점이나 차이가 났다.

특히 광주 동구에 소재한 6개 고교는 사립과 공립의 순서가 명확했다. 4개 여고 중에서는 사립학교인 살레시오여고(317.9점)와 조대여고(310.85점)가 공립인 광주여고(307.53점)·전남여고(303.66점)를 앞질렀고, 남학교에서는 사립인 조대부고가 과거 명문고였던 광주고(공립)를 3점 이상 앞섰다.

교사가 차이 갈라

이처럼 사립고 성적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교사들이 수업에 더 큰 열의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평생 직장'인 사립고 교사들은 학교에 남다른 애정과 소속감을 갖고 제자들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경북지역 한 사립학교 교사는 "교문 밖에만 나가면 예전 학부모·제자들이 득실득실하고 심지어 제자의 딸이 제자로 들어올 때도 있다"며 "제자 성적을 못 끌어올리면 얼굴 들고 다닐 수가 없다는 생각에 목숨 걸고 가르친다"고 했다.

하지만 3~5년마다 주기적으로 학교를 옮겨다니는 공립학교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소속감이 떨어진다. 게다가 학교장·교사에 대한 근무 평정이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행정업무 잘 하는 교사'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 공립학교 교사들은 행정업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학생 성적 향상은 2순위로 밀려난다. 서울지역 공립고등학교 10년차 교사 B씨는 "수업을 못해도 행정업무와 인맥 관리를 잘 하면 교감·교장이 된다"며 "가르치는 실력을 교원 평가의 중심에 둬야 공립학교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장의 학교 운영 리더십과 연속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사립학교에서는 교장이 사실상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임기가 있는 공립학교 학교장은 '거쳐 가는 부임지'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사립학교에 재직하다가 임용시험을 통해 공립학교로 옮긴 교사 B씨는 "예전 학교에선 교장·교감이 밤늦게까지 남아 '애들 성적 올려라'라며 독려해 밤 9시에도 교사 절반은 남아 있었는데, 공립에선 저녁 7시만 되면 교무실이 한산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200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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