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웅(백영고등학교 교장, 시인)
가끔 교육이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 질문을 해 볼 때가 있습니다. 영원한 질문만 있고 답이 없으면서도 답을 향해가는 긴 여정이 교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다음과 같은 비문이 있습니다.
-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1950 - 1953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하여 부름에 응한 아들과 딸들에게 조국은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 19명의 판초우의를 입은 병사가 사면 팔방을 경계하며 청동으로 조각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 대리석에 한국전에서 전사가 54,240명, 실종 8,177명, 포로 7,140명, 부상 103,284명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물론 유엔군에 대한 기록도 있고요. 그리고 대리석 벽면에는 Freedom is not Free.(대가 없는 자유는 없다)라고 새겨 있습니다.
그저, 한국전쟁에 참여한 타국이 자기들의 기록이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마음도 무겁고 숙연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대학 중 미국대학 평가에서 1위를 한 프린스턴 대학을 방문하고는 교육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다니셨다는 의미도 있고 또 윌슨 대통령이 총장을 했다는 것도 무게를 더했고 와튼 스쿨로 그 이름을 떨치는 것도 감동을 더했습니다마는 그것보다도 대학 본관 현관에 한국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28명의 명단을 보고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세계의 명문 프린스턴 대학에 다니던 엘리트들이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고 졸업하면 미국의 중심사회에서 큰 일들을 감당했을 인재들인데, 한국전에 자원하여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전사했단 말인가. 그 후 하버드 대학교의 전쟁 참전 기념예배당에 들렀을 때도 18명의 하버드대생의 전사자 이름이 벽면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고, MIT에서도 8명의 전사자 이름이 벽면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세계의 석학들이 세계의 인재들을 단지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당하는 이웃과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는 헌신의 재목들을 만들어내는구나 할 때, 우리 교육을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바꾸어 우리나라의 명문대학생이 이웃나라의 어려움을 보고 얼마나 나아가 희생을 각오하고 자기 몸을 던질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의 교육 상황을 볼 때 확신이 없습니다.
우리도 그런 인재들을 만들어 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