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권사님이 냉이가 담긴 봉지를 주셨다.
몇 분이 들에 나가서 캐신 것이라며 흙이 그대로 묻어있는 냉이를 주신 것이다.
받으면서 재미있게 웃었다.
냉이 캐러 가신 분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웃었고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 감사해서 웃었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랄 때
봄이 되면
밭에 돋아난 냉이와 달래 그리고 씀바귀를 캐곤 했다.
또 어머니를 따라 산에가서 산나물과 고사리를 꺽고 더덕을 캤다.
그리고 가을에는 도토리를 줍기도 했다.
이런 추억이 있기에
봄에 돋아나는 파릇한 새싹들을 보면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깃든다.
언땅을 헤치고 나오는 냉이를 캐다보면 생명의 신비를 느끼곤 했다.
얼어 있는 땅 속에 고스란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가
봄볕이 쪼이면
딱딱한 땅을 헤집고 새싹을 틔우니 말이다.
그리고 냉이 잎은 작은 듯 한데 뿌리는 얼마나 굵고 긴지 모른다.
얼어붙은 땅에서 나온 냉이일수록 더욱 향이 진하다고 한다.
이런 냉이를 콩가루에 반죽하여 냉이국을 끓여먹으면 너무나 맛있다.
오늘 저녁에 집사람에게 냉이를 주면서
내일 아침에 맛있는 냉이국을 해달라고 부탁해야 겠다.
냉이를 보면서 봄을 실감한다.
언 땅을 깨쳐 봄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맛과 영양으로 건강과 기쁨을 안겨주는 냉이.
아무리 세찬 겨울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버티다가
봄이되면 어김없이 새싹을 틔우고 나오는 냉이의 모습이 아름답고 숭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