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7

게으른 목사

오늘은 비가 내렸다. 쉬는 날이라 늦잠도 잤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운동을 했을텐데, 날씨가 운동마저 쉬게 했다. 침대에 뒹굴다 느지막한 아침식사를 하고 유튜브를 시청했다. 연세드신 분이 북한강변에 멋지게 집을 짓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터키여행을 하는 여행객의 영상도 보았다. 여행을 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사태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절이니 언제가 될지. 한가로이 시골길을 거닐고 싶다. 지난 설 연휴 때 치악산 자락의 한적한 산길을 혼자서 걸은 적이 있었는데 참 좋았다. 은퇴 후 시골에 아담한 집을 짓고 살 생각을 한다. 그때를 위해 산나물, 산약초, 버섯 등의 이름도 조금씩 알아놓을 생각이다. 아직도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지나온 세월을 보면 멀지도 않았다. 시..

20분

“어스름 달빛에 찾아올 박각시나방 기다리며 봉오리 벙그는 데 17분, 꽃잎 활짝 피는 데 3분. 날마다 허비한 20분이 달맞이꽃에게는 한 생이었구나.” 시인 고두현의 시 ‘20분’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내가 게으름 부리며 허비한 20분이 달맞이꽃에겐 한 생애입니다. 내가 불평불만하며 보낸 한나절이 하루살이에게는 일생입니다. 고대 희랍의 시인 소포클레스가 말했듯이,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입니다. 그리고 내가 겨우 라면받침대로만 썼던 책 한 권은 어쩌면 지은이가 평생을 바친 눈물일 수 있습니다. 태산(泰山)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입니다. 인생의 성패는 20분 같은 작은 것의 관리에 있습니다. ‘견소왈명(..

설교/예화 2017.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