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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적 사고 논박하기

하마사 2006. 9. 16. 16:48

자동적 사고 논박하기



 


                              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자동적 사고에 대한 논박

                   1. 성경적 예를 통한 접근   

                   2. 자동적 사고 대 합리적 반응

                   3. 자동적․ 그럴듯해 보이는 대 의도적․ 믿기 어려운

                     1) 반복하기 쉬운 - 반복하기 어려운

                     2) 근거있는 - 근거없는

                     3) 역기능적 - 기능적

                   4. 자동적 사고 논박 기법

                     1) 증거를 요구하라

                     2) 끔찍함 척도

                     3) 인지왜곡

                     4) 조건화

                     5) 반박하기

                     6) 역설

                     7) 성경적 분석

                     8) 당위와 이유


                Ⅲ. 나가는 말


                   참고문헌


Ⅰ. 들어가는 말

자동적 사고에 대하여 김예식 교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자동적 사고는 말 그대로 자동적이다. 그것은 반복적이며 그것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그럴 듯해 보인다. 또한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이 매우 오래 머무는 것처럼, 좀처럼 사람의 의식 속에서 나갈 줄을 모른다”.1)

이처럼 자동적 사고는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장애를 지닌 내담자의 의식 속에 머물러 좀처럼 나가지 않고 괴롭히는 사고체계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동적 사고들을 합리적인 사고로 논박하여 자기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함으로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본 발제의 목적이 있다 하겠다. 물론 자동적 사고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 발제에서는 왜곡된 자동적 사고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자동적 사고는 특별히 우울증과 같은 질병에 걸린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가? 아니다.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도 자동적 사고를 하면서 살고 있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주말에 무엇을 할지 상상하기도 하며, 잡다한 일 처리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자동적 사고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언어적일 수도 있고(‘나는 해고당할 것이다.“), 이미지나 심상일 수도 있으며, 기억일 수 도 있다.2)

예를 들면 어릴 때 사람들 앞에서 심한 모욕과 창피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사람들 앞에 서게 될 때 자동적으로 그때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소극적으로 변하며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도 이에 속할 것이다. 혹은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실직을 당하거나 사업실패로 곤란을 당하는 가장의 경우 사회적인 상황은 무시하고 자기의 무능만을 탓하면서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고 하면 이것 역시도 자동적 사고에 의한 과잉책임감으로 인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도 자기 나름대로의 자동적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 발제를 통해 우리 각자가 가진 건강하지 못한 왜곡된 자동적 사고를 발견하고 또한 그것을 합리적으로 논박하여 더욱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실제적인 도움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Ⅱ. 자동적 사고에 대한 논박


  1. 성격적 예를 통한 접근

엘리야가 나무아래 주저앉아 하나님께 죽기를 간청할 때, 사막의 태양은 그 날을 저주하고 있었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하고”(왕상 19:4). 이세벨은 그를 죽이려고 다짐을 했고, 엘리야는 지치고 풀이 죽었으며, 외롭고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엘리야에게는 풀이 죽을만한 이유가 많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우상숭배를 상대로 혼자 외로이 투쟁해야 했고, 강력한 여왕이 그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으며, 다른 모든 선지자들은 이미 죽음을 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살아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그의 의기 소침한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때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회복시키시는데, 그 상황을 변화시키시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주심으로 그 일을 하셨다. 40일 낮과 40일 밤이 지난 후에 엘리야는 또 전과 똑같은 시련에 부딪힌다. 그러나 이번에는 포기하거나 죽기보다 하나님을 섬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혼자다. 죽는 것이 낫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기보다 “나는 혼자다. 그러나 하나님 말씀에 순종할 것이다” 라고 사고를 바꾸었다. 엘리야는 죽음에 대한 욕망과 맞서 싸우면서 힘있게 하나님을 섬겼다.

엘리야를 회복시킨 하나님의 방법은 인지 치료의 중심 원리와 같다. 상담자들은 나빴던 상황이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방법을 새롭게 함으로 내담자들이 가진 절망감, 외로움, 우울,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엘리야의 시대처럼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비롯한 여러 지혜의 말씀은 원치 않는 감정을 통제하고 보다 순종적이며 생산적으로 살도록 도움을 준다.


자동적 사고들을 확인하는 한 가지 목적은 내담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쟁론하도록 가르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데 있다. 즉 내담자들이 합리적인 반응으로 자동적 사고를 논박하여 자기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케 하는 것이다. 모든 자동적 사고가 왜곡되거나 역기능적인 것은 아니다. 정확하고 적응적인 것들도 분명히 있다. 기독교인 부모들이 흔히 자녀들에게 먼저 순종하고 나중에 질문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그들이 건강한 자동적 사고의 가치를 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반사적으로 죄를 범할 기회를 벗어나는 사람도 자동적 사고를 선의의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동적 사고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부정적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그릇된 사고에 기초하고 있어서 부적합한 행동이나 불필요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도해 내는 그런 자동적 사고 즉 ‘왜곡된’ 자동적 사고만을 말한다.3)


  2. 자동적 사고 대 합리적 반응

산은 방학전 수능 모의고사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자동적으로 자기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난 무능해, 절대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없을 거야.” 그러나 상황을 정직하게 살펴보면 그가 시험을 치를 때마다 성적이 매번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를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런 저조한 성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해야 합리적이다. 또한 선생님이 시험 당일에 그를 꾸짖은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자동적으로 “선생님은 언제나 나만 미워해.”라고 자기에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을 해본 결과,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그를 지도하면서 그의 진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그의 성실함도 가끔 칭찬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이를 합리적인 사고로 다시 정리하여 정확하게 말한다면, “선생님이 야단치신 것은 청소가 깨끗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지 나를 미워해서 그러신 것은 아니야.”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그의 각각의 자동적 사고는 ‘역기능적 사고에 대한 일일 기록지’를 매일 기록하고 연습함으로서 더욱 합리적인 사고로 교정될 수 있었다.4)


사례 1) 자동적 사고에 대한 합리적 반응5)

상  황

느 낌

자동화된 사고들

합리적 사고

방학전 수능모의고사 성적이 뚝 떨어짐.

좌절

(70점)

난 무능해. 절대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없어.

이런 저조한 성적은 내각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분노

(70점)

선생님은 언제나 나만

미워해.

선생님이 야단치신 것은 청소가 깨끗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지 나를 미워해서 그러신 것은 아니야.

불안

(85점)

잘못 보면 어떻게 하지.

난 역시 안 될거야.

저조한 수학과목을 보충하고 득점 과목인 영어를 고득점하면 합격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밥은 느린 교통의 흐름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자동적으로 자기에게 말한다.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어.” 그러나 상황을 정직하게 살펴보면 매일 교통 체증이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런 일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이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교통 체증에 갇힌 것이 몸서리쳐진다고 지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많이 있음을 고려할 때, 이것은 ‘끔찍하다’기 보다는 ‘불편하다’가 보다 정확한 용어이다. 이렇게 그의 각각의 자동적 사고는 보다 합리적인 사고로 맞닥뜨려질 수 있다.


사례 2) 자동적 사고에 대한 합리적 반응6)

상  황

느 낌

자동화된 사고들

합리적 반응

직장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 교통체증에 갇히다.

좌절

(75점)

매일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

정말 끔찍하고 싫어.

자주 일어나긴 하지만 매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불편하긴 하지만 끔찍한 것은 아니다.

분노

(80점)

사람들이 제대로 운전하는 법을 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제대로 운전하는 법을 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걱정

(60점)

늦으면 어떡하지. 아들 피아노 공연에 가지 못할 것 같은데.

시간이 많다. 공연을 놓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만약 놓친다 하더라도 아들은 이해해 줄 것이다.


  3. 자동적 그럴듯해 보이는 대 의도적 믿기 어려운

자동적 사고와 합리적 사고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사실이다. 첫째, 자동적 사고는 노력 없이 생겨나며, 순간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반해, 합리적인 사고는 의도적으로 유도해야 하며, 또한 처음 보기에는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7).

사례 2)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교통 체증이, 서투른 운전자들 때문에 일어난다는 밥의 생각은 자동적으로 생겨난 것으로서 냉방장치 없이 뜨거운 자동차 속에 앉아 있는 그에게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교통체증은 넘치는 교통량 때문에 일어난다라고 좀더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자동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 생각은 어쩌면 나중에 가족이나 친구, 상담자에게 이 상황에 대해 기억을 더듬으면서 이야기할 때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밥의 아내 브렌다가 교통지옥 속에서 동승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밥은 자신의 자동적인 생각 “이런 멍청이들이 차를 끌고 나오지 않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를 크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브렌다는 “그건 웃기는 이야기야. 교통체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어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지혜롭게도 그 자리에서 당장 밥의 생각에 직면하지 않는다. 그녀는 밥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것은 밥의 자동적 사고가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브렌다가 뜨거운 차 속에서 밥의 비합리적인 사고에 직면해 버리면, 밥은 더욱 비합리적 사고, 예를 들어 “그녀는 아무 것도 몰라”를 가질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나고 밥이 브렌다와 함께 그 사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쯤 되면 자기의 사고가 비합리적이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교통체증 속에 갇혀 있을 때는 자기의 자동적인 사고가 그럴듯해 보였을지라도 합리적으로 반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밥도 결국은 사물을 보다 정확하게 보게된다. 그러나 때때로 자동적 사고가 합리적 반응에 굴복되기까지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인지 치료자들은 이 자연적인 과정의 속도를 좀더 빨리 하여 내담자가 속히 합리적인 조망으로서 자동적 사고에 도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연습으로 밥은 자기의 사고에 도전할 수 있다. 교통체증이 서투른 운전자들 때문에 일어난다고 자동적으로 사고한 후에, 다시 한때 브렌다가 그에게 말하고 싶어했던 것, “그건 웃기는 이야기야. 교통체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어날 수 있어”를 스스로에게 말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자동적 사고를 반박하는 법을 학습함으로서 그는 합리적인 생각을 더욱 믿게 되고 전보다 빨리 그 생각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8)

  

 1) 반복하기 쉬운 - 반복하기 어려운

자동적 사고는 마음속에서 수없이 반복된다. 엘리야가 사막에서 한 나무 아래 앉아 있을 동안 아마 절망적인 생각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을 것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왜곡된 생각이 거듭될수록 엘리야의 감정은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중에는 합리적인 반응이 마음에 떠오른다 해도 거듭 일어나는 자동적 사고 때문에 쉽게 무너진다. 엘리야가 “하나님께서 이전에도 나를 돌보셨듯이 지금도 나를 돌보실 것이다” 라고 생각했더라도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자동적 사고에 의해 재빨리 굴복되었을지도 모른다. 자동적 사고는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반면 합리적 반응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내담자가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합리적인 사고를 거듭거듭 생각하도록 학습해야 한다. 그러면 합리적인 생각도 자동적이 된다.9)

   

2) 근거있는 - 근거없는

왜곡된 자동적 사고는 스트레스 받는 순간에는 믿을 만해 보이지만 사실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 산은 방학 전 수능 모의고사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자동적으로 자기에게 “난 무능해, 절대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을 했다. 브릿지 게임을 할 때 나쁜 패가 들어오면 나는 종종 “ 좋은 패가 들어온 적이 없어”라고 단정한다. 이 자동적 사고 중 어느 것도 명확한 증거로 지지 받지 못한다. 산이 시험을 치를 때마다 성적이 매번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또 브릿지 카드는 무작위도 돌리기 때문에 좋은 카드를 가질 때도 있고 나쁜 카드를 가질 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저 그런 카드가 들어온다.

상담자들은 자동적 사고와 합리적 사고가 다르다는 점을 십분 이용한다. 합리적 반응이 증거가 있는데 비해 왜곡된 자동적 반응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담자들은 내담자와 쟁론하기보다는 정보를 소집한다. 브렌다가 교통 체증 속에 갇혀 있는 동안 밥의 자동적 사고를 직면했더라면 그녀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담자가 논쟁하듯이 내담자에게 직면한다면 결국은 자기 방어와 저항의 벽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인지 치료자는 쟁론하기보다는 내담자와 협조하여 증명될 수 있는 신념이 어느 것인가를 알아본다.

주의 깊게 수집된 증거들은 왜곡된 신념이 아니라 합리적 신념을 지지해주므로 내담자들은 스스로 잘못되고 융통성 없는 사고를 벗어버릴 이유를 찾게 된다. 단지 증거 평가 작업을 함께 함으로써 내담자의 신념을 수정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10)


3) 역기능적 - 기능적

합리적인 반응이 기능적인데 반해 왜곡된 자동적 사고는 무기력과 좌절이라는 역기능적 감정을 불러온다. 구약의 엘리야나 사례 1)의 수능모의고사로 인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산과 사례 2)의 교통 체증에 갇힌 밥의 경우가 그랬다. 때때로 자동적 사고는 무책임한 행동까지도 유발한다.

한 백화점 매장에서 멋진 코트를 보자 제인은 자동적으로 그것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지출이 많았고, 신용카드 다섯 개가 모두 지출한도액이 차 버렸지만 그 백화점에서 새로운 구좌를 열어 코트를 샀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코트를 전혀 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세 벌이나되는 겨울코트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합리적 반응이 너무 늦은 결과였다. 합리적 반응은 기능적 행동을 유도한다. 제인이 좀 더 빨리 합리적 반응을 보였더라면 쓸데없이 코트를 사고 후회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11)

  

  4. 자동적 사고 논박 기법

합리적 반응을 믿을 수 있게 하려면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대부분의 인지 상담자들은  내담자마다 몇 가지 기법을 활용한다.

 1) 증거를 요구하라

내담자가 왜곡된 자동적 사고를 진실인 양 이야기한다면 상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왜곡된 사고에 대한 무언의 동의가 될 것이고, 그 사고에 바로 직면하게 되면 내담자가 자기 방어기제(self defense mechanism)를 사용하도록 유발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답은 내담자와의 협조가 이루어질 때 얻어질 수 있다. 상담자는 더욱 융통성 있고 정확한 사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내담자와 ‘더불어 작업’ 할 필요가 있다. 내담자와 협력하여 그가 가진 자동적 사고에 도전하려면 ‘역기능적인 일일 기록지’를 통하여 드러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12)


동  호: 저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도저히 학업을 따라갈 수가 없을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흐느낀다).

상담자: 무척 비참한 느낌이 들겠네.

동  호: 예, 그 생각만 하면 죽고 싶어요.

상담자: 동호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비참해지고 죽고 싶어지는 것일테고.

동  호: 예, 전 너무 힘든데, 모두들 나와는 달라요. 그들(학교친구들)은 다 잘해요. 그런데 전 이제  바보가 되었어요.

상담자: 동호군, 내가 알고 싶은 생각은 많이 있지만, 우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지? 그 생각을 살펴보기로 하지. 이제 법정에 서서 그 주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렇게 단정할 만한 증거가 있나?

동  호: 전, 정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암담해요.

상담자: 그럴까? 정말 그런지 막연하게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봐. 지금 집에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봐.

동  호: 예, 컴퓨터를 시작했어요.

상담자: 배운지 얼마나 되었나?

동  호: 석 달쯤 되었어요.

상담자: 어때? 할 수 없어?

동  호: ……할 수 있어요.


상담자는 컴퓨터에 관해서 내담자에게 지식과 방법을 물어보았고, 내담자는 많은 부분을 설명해 주었다. 내담자는 ‘임의적 추론’(arbitrary inference)13)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를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14)하고 있었다. 이처럼 많은 내담자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문제를 비합리적으로 사고함으로서, 가능하고 긍정적인 자신의 상황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상황만을 자신의 처지로 인지하여 이를 자신의 전체 상황인 양 과잉으로 일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동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내담자의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컴퓨터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내담자보다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상담자의 견해에 동호는 동의했다. 그리고 상담이 진행되면서 그는 몇 달 더 배워서 상담자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실제로 동호의 더 깊은 내면의 사고를 살펴보면, 그가 말하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의 무능함에 있지 않고, 사실은 1등을 하지 않으면 실패자라고 생각하는 그의 핵심 신념에 있다. 그러므로 한 사람 안에 작용하는 많은 왜곡되고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는 핵심 신념이라는 뿌리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15)


2) 끔찍한 척도

진(Gene)이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다가 고달픈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어쩌면 도중에 교통 체증을 겪었을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보자. 집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 문 앞 마루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는 것을 알았다. 지난 6개월간 벌써 세 번째다. 냉장고가 또 고장난 것이다. 진의 마음에 어떤 생각이 스쳤을까? 얼마나 좌절감과 실망감을 느꼈을까?

이 상황이라면 대부분 격한 감정을 느낀다. “오늘은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자동적 사고는 부정확하다. 그리고 좌절, 분노, 실망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자동적 사고 때문에 우리 대부분은 마치 파국적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게 된다. 불편함이 처음 생겨났을 때는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것을 바로 볼 수 있다. 충분히 시간이 흐르면 인생에서 고장난 냉장고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끔찍함의 척도는 작은 불편함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진이 상담을 하러 간다면 그의 상담자는 0-100까지 수치를 가진 끔찍함 척도를 활용할 것이다. 100점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황이다. 살해당하거나 가족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평생 동안 전신 마비가 된 채로 살아가야 하는 것 등이 될 수 있다. 어떤 것을 100점에 놓을지 결정하고 나서 진은 50점은 어떤 것이 될 수 있는지 결정할 것이다. 그 후 같은 척도에 냉장고 사건을 재어 본다. 집에 들어서서 냉장고 앞에 흘러나와 있는 물을 보았을 때 겨우 20점이 된다.

끔찍한 척도는 조심스럽게 제시해야 한다. 내담자의 문제를 평범하게 보거나 축소시키는 식으로 주어져서는 안 된다. 아래의 두 예는 끔찍한 척도를 제시하는 스타일의 차이를 대비하고 있다. 한 상담자는 직면하듯이 제시하고 다른 상담자는 협조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직면적 방법은 자기 방어를 유발하는 반면 협조적 방법은 협력을 낳는다.


예문 1: 직면적 제시

상담자: 진, 냉장고가 고장난 것이 ‘끔찍하다’ 는 것은 좀 과장된 표현 같군요. 0에서 100까지의 척도           를 상상해 보세요. 100은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입니다.


예문 2: 협조적 제시

상담자: 진, 냉장고가 고장난 것이 끔찍하다고 했지요.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서는 정말 좌절감이            들었던 것처럼 들립니다. 나는 그 당시에 당신의 감정이 얼마나 나빴는지 또 지금은 어떤지            알고 싶군요. 끔찍함 척도라는 것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0에서 100까지 있습니다.           100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입니다.


어떤 인지 치료자는 직면적 접근을 좋아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다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담자들이 종종 자기의 파국적 생각을 방어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자기 문제가 하찮게 취급당하는 것처럼 느끼고 전보다 더욱 파국적인 상태가 일어났다고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내담자와 협조하게 되면 그는 비방어적이 되고 보다 정확하게 자기 생각을 평가하게 된다.16)


3) 인지 왜곡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내담자로 하여금 정서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듯이 인지 왜곡을 지각하도록 훈련하는 것은 역기능적 자동적 사고를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습으로 내담자들은 언제 자기가 ‘양극 논리를 사용하는지 혹은 비약적으로 단정해 버리는지‘ 자각하며 그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해 자기 사고를 스스로 교정하게 된다

인지 치료의 저자들이 대체로 무엇이 인지 왜곡을 구성하는지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나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데는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데이빗 번즈는 ‘좋은 감정’( Feeling Good).에서 인지 왜곡을 10가지로 규명해 놓은 한편, 아론 벡과 그의 동료들은 ‘우울증의 인지적 치료’ (Cognitive Therapy of Depression)에서 단지 6가지 유형으로만 규명해 놓았다. 벡의 ‘임의적 추론’ (arbitrary inference)은 명확한 증거의 뒷받침 없이 어떤 단정을 끄집어내는 것을 말한다. 밥이 교통 체증을 미숙한 운전자 탓으로 돌린 것도 증거없이 임의적으로 추론한 것이다. ‘선택적 추상화’(selective abstraction)는 어떤 상황을 개념화 할 때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하나의 사실만 취한 나머지 모든 관련 사실들을 무시하는 경우를 말한다. 아내의 남자 동료로부터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에 아내가 외도한다고 확신하는 남자는 선택적 추상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는 한 가지 경험을 가지고 일반적인 사실인 것처럼 단정지을 때를 의미한다. 이것은 많은 불안 반응의 기초가 된다. “지난 번 중국 음식을 먹을 때 공황 발작을 일으켰으므로 나는 동양식 레스토랑에서는 늘 공황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극대화와 극소화’는 실수를 극대화하고 성공을 극소화하는 경우에 일어난다. 대학교수로서 나는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이 인지 왜곡과 싸워야 했다. 많은 긍정적인 코멘트는 중요하지 않아 보이고, 몇 안되는 부정적 코멘트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나를 눌러 온다. ‘개인화’(personalization)는 이유 없이 나쁜 사건의 책임을 자기에게 돌리는 경향성이다. 부모의 이혼을 가지고 그 책임을 자기에게 돌리는 아이들의 경우가 그것이다. ‘양극 논리’(Dichotomous thinking)는 범주적 사고 경향을 말한다. 우울증에 빠진 남자가 “완벽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다”라고 생각할 때, 또한 불안을 가진 사람이 “내가 계획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나는 완전히 통제력을 잃은 것이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양극 논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번즈의 10가지 왜곡은 많은 부분 벡의 6가지 왜곡과 겹친다. 번즈는 양극 논리를 흑백 논리(전부가 아니면 전무식 사고:all-or-none thinking), 선택적 추상화를 비약적 단정(jumping to conclusion)으로 설명한다. 긍정적인 것 평가절하(disqualifying the positive)와 정서적 합리화 (emotion reasoning)가 첨가되며 임의적 추론은 몇 개의 왜곡-정신적 여과(mental filter), 당위 진술(should statement), 꼬리표 달기 (labeling)-들로 세분화시켜 규명하고 있다.

인지 왜곡을 이해함으로써 내담자들은 인지적 오류가 발생될 때 그것을 지각할 수 있게 된다. 첫째, 인지 왜곡에 대해 내담자에게 설명한다. 이때, 가능한 한 구체적 예를 많이 든다. 둘째, 인지 왜곡을 설명한 후 내담자의 말에서 그 왜곡들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내담자: 이번 주 내내 내가 우울한 것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면 정말 행복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상담자: 나는 방금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내담자: 내가 또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건 인지 왜곡인데.

상담자: “해야 한다”는 말을 쓰지 않고 다른 말로 같은 의미를 나타내보겠습니까?

내담자: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좋게 느낄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자: 멋져요. 생각을 수정하여 인지 왜곡을 피한 것이 아주 좋았어요.


잠시 후 내담자가 자신의 인지 왜곡을 인식하여 그 면접 도중 자기 교정을 할 때 3단계가 바로 일어난다.


내담자: 이번 주 내내 내가 우울한 것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면 정말 행복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웁, 내가 “해야한다”를 썼군요.

상담자: ‘해야한다“를 쓰지 말고 다시 한번 말해 보세요.

내담자: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좋게 느낄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자: 잘했어요.


내담자가 자기의 인지 왜곡을 각성하게 되면 점차 합리적 반응으로 그것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17).


4) 조건화

조건화 기법들은 행동주의 치료자들이  많은 정서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활용한다. 이 기법들 중 일부가 인지 치료에 사용된다. “체계적 둔감법”은 수년 동안 불안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행동주의 치료자들이 써오던 것이다. 내담자가 점진적 이완 반응을 유발하는 사물의 영상을 상상한다. 이때 영상은 위계를 가지는데 가장 불안 유발이 작은 것부터 점차 극한 불안을 일으키는 심상으로 발전한다.

캐롤(Garol)은 뱀 공포증이 있다. 어느 날 정원에서 뱀을 본 후 하루 종일 침대에 꼼짝않고 있다가 다음 날 상담하러 왔다. 그녀는 몇 회에 걸쳐 이완 훈련을 받은 후 체계적 둔감법을 시작했다. 물론 가장 낮은 불안 유발 자극부터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 상상한 것은 할머니집의 천장에 매달려 있는 기다란 루프였다. 그것은 뱀을 생각나게 했다. 몇 번 실습한 후에 그녀는 불안을 느끼지 않고 그 루프를 생각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건너편 길에 죽은 뱀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도심의 인도 위를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완된 상태에서 죽은 뱀을 상상할 수 있게 되자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건너편 길에 살아 있는 영상을 떠올렸다. 이것은 마침내 그녀가 살아있는 뱀을 만지고 있는 상상을 하면서도 이완된 상태일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둔감법과 인지 영역을 병합한 것이 캐롤에게 도움이 되었다. 할머니 집 천장에 매달린 루프를 상상할 때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동적 사고는 “이 루프들 가운데 하나는 진짜 뱀일 거야”였다. 이완 반응을 하면서 그녀는 새롭게 사고하는 법을 학습했다. “이것들은 루프야. 나는 침착할 수 있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그녀는 자기와의 새로운 대화법을 배워 나갔다. “이것은 뱀이다. 그러나 나를 해치지는 않을 거야. 나는 침착할 수 있어.” 인지 훈련과 효과적으로 접목된 행동적 조건화 기법은 캐롤이 뱀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수반 관계의 관리(Contingency management) 또한 행동주의 치료가들이 오랜 기간 효과적으로 써온 기법이다. 강화받는 행동은 쉽게 반복된다. 따라서 행동주의 치료자들은 바람직한 행동에는 강화를 주고,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은 처벌한다. 인지 치료자들이 건강한 사고를 강화하도록 내담자들을 가르칠 때 똑같은 행동 원리를 사용할 수 있다. 내담자들이 자동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고 합리적 반응을 개발할 때쯤이면 자기의 진보를 지각하고 스스로 강화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인지-행동 치료자 도널드 멕켄바움(Ddnald Meichenbaum)은 아래와 같이 자기 보상적 사고의 예를 들었다.


기대한 만큼 나쁘지는 않아.

내가 이 절차를 써먹을 때마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나의 진보가 너무 즐거워.

어떻게 된 일인지 남들에게 말할 때까지 기다려.

내가 매우 잘 해냈구나.

좋아, 되었어. 다음 번에 훨씬 더 잘 할거야.


기타 많은 행동주의 기법이 약간 수정됨으로써 인지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 콜로라도 상담 연구기관(Counseling Research Institute in Colorado)의 리더인 라이언 맥멀린(Rian McMullin)이 ‘인지 치료 기법 안내서’에다 여러 가지 인지적 조건화 방법을 실어 놓았다.18)


5) 반박하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준있는 논쟁을 즐긴다. 대통령 후보들은 공영 방송을 통해 서로에 대해 쟁론함으로써 유권자들로부터 점수를 따거나 잃거나 한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논쟁 팀에 열렬히 가담한다. 친구들과의 비공식적 논쟁은 때로 자극적이고 도전적일 수 있다. 자기와의 논쟁 또한 중요하다. 자동적 사고가 우리를 기만하려 할 때 우리는 이것과 논쟁하며 반박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틴의 남편은 “당신 체중이 계속 늘고 있지?”라고 말한다. 크리스틴은 즉시 우울해지고 죄책감이 든다. “내가 못 생기고, 뚱뚱해 보이는구나. 나는 너무 많이 먹는단 말야. 나는 게으른 미련퉁이야. 10파운드를 뺄 때까지 굶어야겠어” 라고 자기에게 말한다. 이러한 자동적 사고는 그녀가 효과적으로 그것에 반박할 때까지 그녀를 황폐화시킬 것이다.

내담자에게 자동적 사고에 반박하도록 가르치는 일은 곧 정신적인 융통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을 다르게 해석할 수는 없을까?” 라고 물어봄으로써 대안적 해석(alternative lnterpretation)을 찾아내는 것이다. 크리스틴의 상황에서는 몇 가지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내 체중은 내 문제지 그의 문제가 아니야.

체중이 약간 많이 나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매력적이야.

그는 지금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어. 그래서 내가 패션 모델같이 보이기를 바라고 있는 거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크리스틴은 자동적 사고를 반박하고 자신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논리적 분석’이 있다. 크리스틴의 상담자는 ”당신이 10킬로그램을 감량하고 싶어하는 것과 당신이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단정 간에  어떤 논리성이 있습니까? 라고 말할 수 있다. 크리스틴이 자기 생각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지각하고 반박하면서 대답할 것이다. “이상적인 체중 보다 10킬로그램 더 나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뚱뚱하다거나 못생겨 보인다는 의미는 될 수 없습니다.”

논리적 분석에는 때때로 맥켄바움(Meichenbaum)이 말하는 ‘콜롬보 기법’이 필요하다. 텔레비전 탐정 콜롬보의 이름을 딴 이 기법을 쓸 때는 상담자가 뭘 모르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상담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열심히 설명해 나가다가 내담자는 뭔가 잘못된 논리가 있음을 지각하게 된다. 아래 예문을 보면 상담자가 이 기법을 써서 상담을 이끌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상담자: 크리스틴, 몇 분전에 당신이 뚱뚱하고 못생기고 게으른 느림보라고 말했죠. 그리고 나서 10킬로그램을 빼야겠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문득 저 밖의 사람들 가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10킬로그램을 빼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남보다 10킬로그램이나 더 나가는 체중을 가지고 뚱뚱한, 못생긴, 게으른, 느림보 같은 그렇게 강한 단어들과 함께-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내담자: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뚱뚱하지요. 글쎄, 비만은 아니구요. 그저 체중이 많이 나가는 거지요.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또 못생겼다는 말이 아마 정확한 건 아닌 것 같구요. 하지만 10킬로그램 빼고 싶다는 건 확실해요.

상담자: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뚱뚱하다, 못생겼다, 게으르다, 느림보다와 같은 단어들은 다른 말로 바꿔질 수 있겠군요.


반박하기를 독려하는 세 번째 방법은 단어 선택에 초점을 두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담자가 “크리스틴, 당신은 게으른 느림보라고 말했지요. 그 ‘게으른’이란 말을 생각해 봅시다. 그 말은 정확히 무엇을 뜻합니까?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해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크리스틴은 ‘게으른’이란 부정적인 꼬리표가 ‘편안함’이란 긍정적인 꼬리표와 같은 성질을 의미한다는 것을 지각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단어 선택에 도전함으로써 자신의 자동적 사고를 반박할 수 있다. 부정적인 꼬리표 가운데 많은 것들이 긍정적으로도 보여지는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 ‘잘 속는’은 ‘신뢰하는’이란 의미로 볼 수 있다. ‘강제적인’은 ‘단순한’으로 대치될 수 있다.19)


6) 역설

역설 기법을 사용할 때 상담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충분히 상담자를 신뢰한다고 확신한 후에야 사용할 수 있다. 역설적인 방법이 거부로 인식되거나 왜곡된 자동적 사고에 동의하는 것으로 지각된다면 내담자는 더욱 나빠진다. 그러나 적절한 맥락에서 적절하게 쓰여진다면 그것은 매우 유용하다.

아래 예문은 카일(Kyle)이라는 우울증에 빠진 남자에게 어떻게 역설을 사용하였는가를 보여 준다. 그에게 역설기법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으므로 왜곡된 사고를 과장하기 전에 미리 주의를 주었다.


내담자: 내가 더 좋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13번째 상담 면접이었다) 당신을 만났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상담자: 당신이 내담자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말같이 들리는군요.

내담자: 맞아요. 나는 좋은 내담자가 아닌 것 같아요.

상담자: 카일, 한가지 경고할께요.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음, 당신은  내가 만나 본 가장 좋지 않은 내담자입니다. 당신이 그저 그런 내담자만 되어도 지금쯤 훨씬 좋아졌을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내담자: 내가 바로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상담자: 당신은 형편없는 내담자예요. 카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쯤 더욱 좋아졌을 것입니다.

내담자: 글쎄요. 그래도 한 달 전보다는 좋아졌어요. 아마 당장에 좋아지리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하            나봐요.

상담자: 훌륭해요. 그러한 생각들이 합리적인 것이지요. 좀 전에 당신이 좋지 않은 내담자라고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예요. 내가 방금 말한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요. 나는 당신이 스스로 말한 것을 과장하려 했을 뿐입니다. 내가 당신을 형편없는 내담자라고 불렀을 때 어떤 생각이 마음에 스쳤나요?


이 사례에서 역설이 먹혀들었다. 카일이 13주만에 처음으로 자기의 진보를 인정했다. 그의 자동적 사고를 과장함으로써 정서를 자극하여 합리적인 반응을 발견하게 할 수 있었다. 역설을 사용하기 앞서 카일에게 경고한 것은 내가 그를 거부하거나 포기한다는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20)


7) 성경적 분석

자동적 사고 가운데 많은 부분이 성경 구절로 논박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보아라.

자동적 사고

성     경

나는 더 이상 이것을

참을 수 없어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이런 일을 하다니

나는 정말 역겹고

무가치한 존재야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게 하실 것이요(요 11:9)

나는 구제 불능의

죄인이야

너희 중에 이와 같은 자들이 있더니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얻었느니라(고전 6:11)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대상 16: 34)

 이러한 몇 가지 예들은 성경 말씀이 어떻게 왜곡된 자동적 사고를 반박하는 데 쓰이는가를 보여준다. 충분한 성경 지식을 가진 상담자라면 관련 구절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담자로 하여금 그 작업을 하게 하는 것도 매우 가치가 있다. 내담자에게 자기의 자동적 사고를 지지하거나 또는 반박하는 성경 말씀을 찾아보는 과제를 내주어라. 그들은 적절한 구절을 찾아내려고 성경 용어 색인이나 주제별 성경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문맥의 흐름을 보지 않고 한 구절만 끌어내어 자기의 시각을 그릇 지지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성경을 잘못 사용하여 비합리적인 단정을 지지하지는 않는가의 여부를 내담자와 함께 검토하는 시간도 가져라. “나의 난 날이 멸망하였더라면…”이라는 욥기 3장 3절을 인용하는 우울증에 빠진 내담자라면 문맥을 살펴보고 성경의 주제를 생각하게 할 필요가 있다.21)

8) 당위와 이유

우리 기독교인들은 종종 신앙적 특성을 가지고서 그것을 불필요한 당위적 사고들로 과장함으로써 힘에 겹게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나그네 대접하는 미덕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또는 “늘 타인의 필요를 고려하고 나의 필요는 무시해야 한다”는 식의 신념으로 쉽게 과장된다. 그리스도의 족함의 원리는 마치 우리가 자신을 비판할 때 그리스도가 더욱 족하게 되는 것처럼 개인적 부족함을 강조하도록 왜곡된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나를 비판해야해” 또는 “끊임없이 나의 부적합함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지치료자는 내담자의 목록에서 ‘~해야 한다’를 제거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때로 이 작업이 내담자에게는 유일했던 자기 통제 수단을 제거하게 됨으로써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개념을 붕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그것을 보다 성경적으로 건강하고 기독교적 순종과 승리로 인도할 수 있는 개념들로 대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해야 한다’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순종하는 사람들보다 더욱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 당위 어휘들을 제거하기만 하고 새로운 사고 전략을 아무것도 제공해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전보다 더욱 불순종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해야 한다’가 항상 그릇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올바른 당위라면 올바른 이유에 의해 지지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남편(아내)에게 늘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충실하지 않는 사람들간에 일어나는 불안정, 질투, 파괴 등에 의해 지지받는 올바른 사고의 방법이다.  하나님께서 “간음하지 말라”(출 20;14)고 가르치신 것은 참으로 당연하다. 필요한 당위는 모두 ‘왜?’라는 물음에 의해 지지될 수 있다.

로렌(Lauren0은 주일마다 목사가 임의적 당위를 설교하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죄책감과 패배감을 느끼며 무가치한 자신을 다시 한번 확인하곤 했다. 그녀가 가진 진술문은 대부분 불필요한 것이었다. “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내게 도움을 청하는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또는 ”나는 모든 요리와 가사일을 혼자 감당하며 늘 남편의 욕구에 복종해야 한다’(로렌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비서였다.) 또는 “나는 절대 화를 내거나 우울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로렌은‘왜?’라고 스스로 물어보게 되었다. “왜 내가 모든 요리와 가사일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가? 왜 내게 주위의 모든 사람의 욕구에 개인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느껴야 하는가? 왜 나는 화를 내거나 우울해서는 안되는가?” 그녀는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도 ‘왜?’라고 묻기 시작했다. 곧 그녀는 비평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죄책감에 짓눌리지 않고도 설교에서 좋은 것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는 자신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기대할 줄 알게 되었고 우울증이 눈에 띄게 완화되었다.

모든 당위를 제거하기보다는 자기가 가진 당위에 ‘왜’라는 질문을 제기해 보도록 가르치는 것이 낫다.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잠시 멈추고서 왜 그것이 그래야 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그럴 때 불필요한 ‘당위’가 사라지고 비평적 사고에 의해 지지 받는 필요한 당위는 깊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22)


Ⅲ. 나가는 말

본 발제에서는 자동적 사고를 합리적인 반응으로 논박하여 내담자들이 자기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케 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여기서는 자동적 사고를 논박하는 기법으로 맥민이 제시한 8가지를 소개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들 중 내담자에게 가장 적합한 기법들을 활용하여 상담에 적용하는 것이 좋은 상담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한가지 방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면에 모든 방법을 사용하였음에도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동적 사고는 마음속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반면에 합리적 반응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고 합리적 사고를 거듭거듭 생각하도록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헨리 나우웬이 “고통을 통해 얻은 상처가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원천으로 이용되는 방법을 사역자가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사역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23)이라고 말한 것을 생각해 볼 때, 상담가로서의 목회자들이 자신의 왜곡된 자동적 사고를 논박하여 합리적 반응을 끌어낸 여러 경험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자동적 사고를 실제로 찾아보고 논박하여 경험을 통해 얻은 산지식을 목회사역에 적용하여 치유자로서 목회현장에 아름답게 세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김예식. 『생각 바꾸기를 통한 우울증치료』.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1998.

McMinn, Mark R, Cognitive Therapy Techniques in Chrisian Counseling, 정동섭 역,

       『기독교 상담과 인지요법』. 서울: 두란노, 1996.

Greenberger Dennis & Padesky A. Christine, Mind over Mood, 권정혜 역, 『기분다스리기』.   

       서울: 학지사, 1999.

Beck T. Aaron, Cognitive Therapy of Depression, 원호택 역, 『우울증 인지치료』,

       서울: 학지 사, 1996.

Henri J. Nouwen, The wounded healer, 최원준 역, 『상처입은 치유자』,  서울: 두란노, 1999.

Judith S. Beck, 최영희, 이정흠 역, 『인지치료: 이론과 실제』, 서울: 하나의학사, 1997. 


1) 김예식, 『생각 바꾸기를 통한 우울증치료』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1998), 216쪽


 

2) Greenberger Dennis & Padesky A. Christine, Mind over Mood, 권정혜 역, 『기분다스리기』, (서울: 학지사, 1999), 85쪽.


 

3) McMinn, Mark R, Cognitive Therapy Techniques in Chrisian Counseling,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서울: 도서출판 두란노, 1996), 129-30쪽.


 

4) 김예식, 『생각 바꾸기를 통한 우울증치료』, 222쪽


 

5) 위의책, 223쪽.


 

6)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31쪽.


 

7) 김예식, 『생각 바꾸기를 통한 우울증치료』, 222쪽


 

8)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32-33쪽.


 

9)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33쪽


 

10)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34쪽.


 

11)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34-35쪽.


 

12) 김예식, 『생각 바꾸기를 통한 우울증치료』, 224쪽


 

13) Aaron T. Beck의 인지치료의 여섯 가지 유형중의 하나로서, 명확한 증거의 뒷받침 없이 어떤 단정을 도출해 내는 것을 말한다.


 

14) Aaron T. Beck의 인지치료의 여섯 가지 유형중의 하나로서, 한 가지 경험을 가지고 일반적인 사실인 것처럼 단정짓는 것을 말한다.

15) 김예식, 『생각 바꾸기를 통한 우울증치료』, 225-26쪽.


 

16)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37-38쪽.


 

17)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40-41쪽.


 

18)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41-43쪽.


 

19)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43-45쪽.


 

20)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45-47쪽.


 

21)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47-48쪽.


 

22) McMinn, Mark R, 『기독교상담과 인지요법』, 148-50쪽.


 

23) Henri J. Nouwen, The wounded healer 최원준 역, 『상처입은 치유자』, (서울: 도서출판 두란노, 19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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