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상담

의미요법

하마사 2006. 9. 16. 16:01
 

   의 미 요 법

                                       

     

   Ⅰ.들어가는 말


  인간에게 있어 자기 존재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과 그 의미를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차이점을 빅터 프랭클이라는 사람이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창안한 의미요법은 바로 삶의 의미를 발견케 하여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법인데 프랭클이 그의 삶의 과정가운데 경혐을 통하여 발견한 원리로서 내담자들로 하여금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무론 의미요법이 모든 질병과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만병통치 방법은 아니지만 영적 신경증, 정신적 신경증, 육체적 신경증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체계이다.

   본 발제에서는 프랭클의 생애와 의미요법에 있어서 의미의 이해를 간단히 다루고 철학적 기초와 인간이해에 대하여 살펴본다. 그리고 의미요법의 적용범위에 기법을 소개하여 의미요법의 이론적인 부분들과 실제작용에 관하여 살펴보겠다.


 Ⅱ. 의미요법의 기본이해

   1.빅터 프랭클의 생애

   

   프랭클은 1905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았다.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하나님과 삶의 의미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28년 비엔나에서 청소년 상담소를 설립했으며 1938년까지 거기서 청소년들을 지도하였다. 그는 진료소와 병원에서 의사생활을 했다.

   2차 대전 중에 프랭클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부모와 아내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 체포되어 강제 수용소에 끌러가 처참한 생활을 체험하였다. 수용소에서 프랭클은 여동생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의 부인을 포함해 모든 가족을 잃었다.

   수용소에서 그는 처참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그 숱한 고통을 감수했다. 그는 강제 수용소의 생활이 인간세계의 축소판이라 보았다. 그래서 강제 수용소의 체험에서 얻은 것을 그대로 현재의 상황에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비엔나로 돌아와 폴리클리닉 병원의 신경과 과장이 되었고, 비엔나 의과대학의 신경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인간실존의 하나의 가능성으로 내재하는 ‘의미에의 의지’를 토대로 하는 의미요법이라는 이론체계를 세웠다. 프랭클은 자신의 이론과 부합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의 삶은 그의 이론에 대한 실례라고 할 수 있다.1)


   2. 의미요법과 의미

   

   희랍어의 로고스(logos)를 가져다가 이름을 붙인 프랭클의 의미요법은 그 심리치료과정에서 ‘의미’를 강조한다. 삶의 근본동기가 쾌락, 권력,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참된 의미를 탐구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의미요법의 기본입장이다.2)

   프랭클은 의미요법의 성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의미요법은 삶의 의미와 동시에 의미의 추구를 중심으로 하는 심리요법이다. 실제로

     로고스(logos)란 ‘의미'를 뜻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정신‘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

    서 의미요법은 영적인 즉 정신학적인 차원을 충분히 고려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

    미요법은 인간의 영적이고 정신적인 측면의 본질적인 차이를 실현하거나 활용하게

    된다.”3)

   

   여기서 ‘영(spirit)’이란 말은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간실존의 특수한 차원에 대한 말이다. ‘영적’이란 말은 특수한 도덕적 결단, 의미추구, 선택, 책임, 자신을 객관화하거나 반대하는 능력, 세계를 개념화하는 능력, 본능적 충동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승화시키는 능력, 자유의 의지의 구사, 가치의 인정과 결단 등의 인간의 심리적인 수준을 초월하여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의미요법은 인간의 삶의 의미에 역점을 두는 정신요법이며, 환자로 하여금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 된다.4)

  

   Ⅲ. 의미요법의 철학적 기초와 인간이해


   1.의미요법의 철학적 기초

   다른 치료법들이 그러하듯이 의미요법의 경우에도 실천의 바탕이 되는 이론이 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치료법과는 달리 의미요법은 뚜렷한 생의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의 연쇄를 형성하는 다음 세 가지 기본적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5)


   1) 의지의 자유

   프랭클은 인간에게는 자유가 있음을 주장하면서 그것을 그의 이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자의 자유는 제약된 자유이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생물학적․심리학적․사회학적 상황에 얽매여 있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상황과 맞서는 자유를 지니며, 동시에 이러한 자유는 언제나 남아있다.6) 즉 의지의 자유는 어떤 상태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어떠한 상태가 자기에게 다가오든지 간에 그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이다.7)

   인간은 자기존재의 신체적․심리학적 평면 차원을 초월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차원이 열려 있다. 즉 인간은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현상과는 명확히 구별된 정신적 현상의 차원으로 들어간다. 정신적 차원으로 들어감으로써 인간은 세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자유할 수 있다. 인간이란 자기를 반성할 뿐 아니라 자신의 심판자일 수 있다. 한마디로 인간은 자의식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며, 상호관련된 특수한 인간현상은 인간을 생물학적․심리학적 평면을 떠나 정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존재, 즉 자기자신을 자기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볼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8)

   이렇게 볼 때 프랭클에게 있어서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충동존재’가 아니라 충동과 환경과 생리적․심리적 요소를 넘어서는 즉 자신을 초월하는 존재로서 자유의 여지가 항상 남아 있는 실존하는 존재로 이해되는 것이다.


   2) 의미에의 의지

   

   의미요법은 의미에의 의지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은 동기론을 쾌락원리 또는 쾌락에의 의지라는 데 집중시키고 있고, 또 한편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은 권력에의 의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두 이론과는 대조적으로 의미요법은 실존에의 의미 추구, 그 의미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가능한한 많은 가치의 가능성을 실현시켜서 인간이 근본적으로 동기화된다고 생각한다.9) 

   따라서 쾌락이란 의미실현의 결과이며, 권력이란 목적에의 수단이다. 즉 ‘쾌락에의 의지’는 결과를 목적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며, ‘권력에의 의지’는 목적에 대한 수단을 목적자체로 잘못 생각한 것이다.10)결국 ‘쾌락에의 의지’와 ‘권력에의 의지’는 ‘의미에의 의지’의 단순한 파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프랭클에 의하면 ‘의미에의 의지’라고 일컫는 것은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고 충족시키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노력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11)

   우리는 사물에 의미를 붙이거나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즉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탐지하는 것이다. 의미는 개인이 당면하고 있는 조건과 환경에 의해서 독특하겠지만 의미를 탐색할 수 없는 환경이란 없다.12)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험에서 의미에의 의지가 좌절될 때 인간은 실존적 공허와 실존적 좌절감에 빠진다는 것을 말하였다. 프랭클에 의하면 삶의 의미 유무를 의심하는 것은 실존적 갈망이며, 그것은 정신병이라기 보다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는 그의 삶에 있어서 본능적인 충동의 부수적인 합리화 작용이 아니라 근본적인 힘이 된다. 인간이 인간다워야 한다는 인간의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13)

   그래서 프랭클에게 있어 인간이 살아가는 주된 동기는 쾌락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것도 자아를 찾는 것도 아닌, 바로 의미를 찾는 것이 된다.


   3)삶의 의미

  

   사람에게는 삶의 의미를 찾는 강한 성향이 있다고 의미요법은 강조한다.14) 의미는 독자성이 없으며 항시 변화하지만 삶은 결코 의미 없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한다, 창조한다, 엄청난 만남의 경험을 한다와 같은 때에만 큰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의 희생자가 되는 처절한 고난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개개인의 생활 속에서 찾는 삶의 의미는 주어진 상황의 조건에 따라 정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조건이든 간에 때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이라고 하여도 거기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프랭클은 강조한다.15)

   따라서 사람은 자기의 행위나 작업 또는 창조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 즉 이 세상의 진․선․미와의 만남을 통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타인과의 만남, 즉 자기와 똑같은 인간과 그 독자적인 성질과의 만남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더 나아가서 인간은 고통을 겪음으로써 삶을 의미 있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창조성과 수용성이 상실된 경우에도 의미를 성취시킬 수 있다.

   요약해 보면 우리는 삶을 3중의 방향에서 의미 있게 할 수 있다.

   첫째는 우리가 무엇을 삶에 줄 것인지(창조적 행위-일에 열중한다. 취미생활을 한다)를 통해서이고, 둘째는 우리가 무엇을 이 세상에서 취했느냐(우리가 경험하는 가치)에 의해서이며, 셋째는 우리가 이제 변경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취하는 심적 태도를 통해서이다(불치병이나 수술할 수 도 없는 암 또는 그와 유사한 경우).16)

   삶의 의미는 주어진 상황에 있어서의 개인의 생명이라는 특수한 의미에 의해서 이해되어야 한다. 각 사람은 유일한 존재이며, 각 사람의 생명은 독자적인 것이다. 즉 아무도 대신할 수 없고, 또한 자기의 삶을 반복할 수도 없다. 이 이중의 독자성은 사람에게 책임성을 더한다. 17)

   결국 프랭클이 말한 삶의 의미는 인간이 맞닥뜨리는 삶의 다양한 국면과 개개인의 특수한 처지에서 개개인 스스로에 의해 발견되며, 그것은 각자의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는 자기 자신의 생존방식뿐 아니라 죽음의 고통까지도 견디어 낼 수 있게 하는 결정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2. 의미요법에서의 인간이해


   1) 차원적 존재론

  

   프랭클은 의미 추구를 지향하는 자신의 인간 이해를 ‘차원적 존재론’이라고 부른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적어도 3가지 차원 속에서 산다. 3가지 차원이라 육체적․심리적․정신적 차원을 말한다. 육체적 차원이란 단지 인간의 생물학적 양상이며, 심리학적 차원은 프르이드에 의해 해석되고 설명된 현상을 포함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신적 차원은 심리분석에서는 찾아내지 못한 부분으로서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 차원을 초월하는 새로운 차원이다.

   그런데 인간이 이렇게 신체적․심리적․정신적 요인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들은 서로 엉성하게 혼합된 분리되는 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프랭클에게 있어서 이 세 가지 요소들은 “차원을 이루고 있어서 인간의 고유한 통일성과 전체성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프랭클의 차원적 존재론은 인간의 존재론적인 차원들과 인간학적인 통일성을 동시에 취급하면서 인간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통일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다.  18)

   인간의 삶과 경험을 육체 및 정신적인 차원에서 보면 삶과 경험을 초월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가 없다. 육체와 영혼을 분리시키는 이원론적 인간이해나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 일원론적인 인간이해는 모두 인간의 영적 차원을 파악할 수 없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과 영은 각각 다른 차원에 속해 있으나 전체성과 일치성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19)

   결국 프랭클은 차원적 인간이해에서 인간은 세 차원의 요소로 되어 있고 이 세 차원은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단일하게 한 인간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2) 인간실존의 기본톡성

  

   (1)영성

    

   인간은 영성에 의해서 동물과 구별된다. 영적인 현상은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이 영성은 무의식적인 영으로부터 생겨난다. 곧 무의식적 영성은 모든 의식의 근원이다. 이것은 경험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현상학적으로 직접적인 자의식에 의해 발견된다. 처음에는 자아의식에 직접 나타나고, 다음엔 인간의 사고능력에, 상식적인 언어 능력에 그리고 인간의 반사적인 자아의식에 나타나게 된다. 이 영으로부터 양심, 사랑, 심미감등이 생겨난다.20) 진정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것은 자신을 초월하거나 영적 차원에 들어서게 될 때 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을 프랭클은 비행기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만일 비행기가 자동차와 같이 지상에서만 움직인다면 그것은 비행기라 할 수 없다.

    비행기는 공간의 차원으로 떠올라 날게 될 때에야 비로소 비행기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인간에게도 해당된다. 어느 정도 인간은 동물적 특성을 계속 지니고 있지만 결국 동물적 특성을 무한히 초월한다. 마치 비행기가 3차원의 세계로 떠오를 때 비행기가 되는 것처럼 인간은 정신적 차원으로 들어가 자기자신을 초월함으로써만, 자신의 인간성을 증명한다.21)


   (2) 자유

   

   자유는 결단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의미한다. 본질적으로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자기가 결코 변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자기를 묶는 사슬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간의 결단을 위한 자유의 여지는 항상 남아 있다. 왜냐하면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고, 어떠한 상황에 직면한다 하더라도 그 상황에 대해 취하는 바로 그 태도에 의해서 참된 실존이 됨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사회환경․유전적 재능․본능적 충동은 인간 자유의 범위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로 인간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인간능력을 완전히 흐리게 할 수는 없다.22)

   프랭클은  ‘...로 부터의 자유’와 함께 ‘...을 향한 자유’ 혹은  ‘...앞에서의 자유’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자유는 소극적인 의미에 있어서 어떤 조건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어떤 상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책임성이 있는 자유, 양심 앞에서의 자유라는 적극적인 의미이다. 자유는 책임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신적인 것이든, 신체적인 것이든간에 어떤 환경이 일정한 개인에게 영향을 주느냐 못 주느냐, 그리고 이 영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은 모두 그 개인의 자유선택에 달린 것이다. 상황이 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황에 굴복하느냐 대항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자유라는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인간을 지배해 버리는 그런 것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이 어떤 사실이나 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지배되는 일은 결코 없다. 오히려 인간은 자기의 운명만이 아니라 자기자신도 결정한다. 인간은 자기의 인생항로를 형성해 갈 뿐 아니라, 자기자신도 형성해 간다. 이만큼 인간은 자기의 행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현재의 자기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그것은 현재의 자기에 따라서 행동할 뿐 아니라 또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현재의 자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자기자신으로부터 자기를 만들어감으로써 인간이 된다. 어떠한 상황에도 완전히 지배되지 않고 인간은 자기자신을 형성해 가고 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어떠한 순간에도 자기를 변경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기를 변경할 자유가 있고, 누구에게도 이 기회와 자유를 활용할 권리가 거부되어서는 안된다.23)


   (3) 책임24)

   

   인간은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가 아니라 반대로 질문을 당하는 자라고 프랭클은 주장하였다. 인간은 삶에 대답해야 하고 그것도 책임을 지고 응답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필연적으로 행동으로 응답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실현해야 할 책임이 있고, 책임감을 통해서만 확보된다고 한다. 책임은 자유에 대한 또 하나의 초점이다. 결국 선택의 자유를 가졌다는 것은 가진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고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제한된 범위인 세계내에서의 존재로서 주어진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제한된 범위내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바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닌 경우에는 자유로운 주체적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고, 오히려 자신의 주체적 삶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책임존재로서 인간은 그 자유에서 도피하기 보다는 그 자유 앞에 응답해야 한다. 인간은 자유속에서 그의 실존성을 발견하며 책임안에서 그의 초월이 나타난다.

   프랭클은 이러한 책임의 근거를 양심의 현상안에서 발견한다. 즉 책임은 양심을 통하여 지각에 관련되어 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양심은 직접적이고 직관적이며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논리 이전의 것이며 합리적 사고 이전의 것이다. 이 양심은 우주적인 도덕률이기 보다는 개인적 도덕률이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책임있는 존재, 자기 자신의 실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Ⅳ. 의미요법의 실제


   1. 의미요법의 적용범위25)

   

   의미요법은 세가지 분야의 질병을 치료하는 정신요법이라고 한다. 첫째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데서 유발되는 영적 신경증, 둘째는 전통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정신적 신경증, 셋째는 일반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육체적 신경증이다. 이것은 곧 의미요법이 특수한 분야의 질병에만 국한된 요법이 아니라 일반 정신요법이 다루는 모든 질병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치료의 체계란 뜻이다.

   프랭클은 이 세가지의 신경증의 원인을 모두 의미와 연결시키고 있다. 곧 정신적 신경증이나 육체적 신경증도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가령 어떤 이가 성적 무기력 때문에 억압이 되고 육체적으로 장애가 왔다면 이것은 생의 의미를 발견케 함으로써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2.의미요법(Logotherapy)의 기법


의미요법은 결코 만능의 심리치료기법을 주장하는 입장이 아니다. 삶의 의미탐구를 일차적으로 강조하는 이 요법은 임기응변의 적응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며, 과거의 심리적 외상보다는 미래의 도전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능히 이겨내는 정신력을 함양하는데 주력한다. 그 대표적 기법으로서 흔히 거론되는 것이 역설의도법(paradoxical intention)과 반성제거법(derefletion)이다.26)

의미요법은 정신인성 노이로제의 경우에 특효가 있는 요법이다. 달리 말해서 분명히 삶이 전혀 무의미하다는 실존적 절망에 사로잡힌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요법이 아니라 의미요법이다.27)

의미요법은 실존의 해석을 통하여 개인의 쾌적한 정신건강을 도모한다. 그러나 치료자는 해석자가 아니며 그의 역할은 프랭클의 말대로 “단지 내담자에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눈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는 자신을 너무 높이거나 비하하는데 대한 경고이며 지속적 발달을 지향하는 자기주체성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받아들이는 자각에 대한 강조이다. 내담자의 자기이해가 바로 그가 수용하는 피드백의 근간이 된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기계와도 같다고 보는 사람은 조작적인 기제에 관심이 쏠리며, 분석적인 면에 치우치는 사람은 욕동과 욕구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비해 의미요법적 측면에서 인간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삶의 과업, 가치, 목표와 책임을 자각할 줄 알게된다. 말하자면 의미요법은 교육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담자가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자각의 교육이다.

의미요법에서는 자아발견, 책임완수, 자기초월과 같은 인간성의 자질이 강조되는 만큼 조작적, 환원론적, 비인도적 기법은 일체 통용되지 않는다. 일단 신뢰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나면 의미요법과 부합되는 철학과 일치하는 어떠한 방법이라도 수용될 수 있다. 그래서 그림, 상상, 꿈의 해석 등을 통하여 내담자의 억압되어온 의미와 목표 및 무의식의 가치기호 경향을 살피는데 도움을 얻게 된다. 때로 심리극은 그대로 의미극이 되어 자아의 성장목표를 표출하는 기회를 나타내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기법을 통하여 한결같이 강조되는 점은 인간성의 회복이다.

의미요법의 첫째목표는 내담자와 그 증상을 구분하는데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정신력과 그 자원을 자각함으로서 공포, 강박관념, 열등감정이나 우울감과 같은 증상으로부터 자기거리를 두면서 능히 이를 이겨내게 한다. 그리하여 생리, 심리적, 또는 사회적 운명의 무기력한 희생자로 자인하는 자기 패배적 태도를 물리치게 한다. 의미요법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내담자의 의미탐구 능력을 중시하며 자신의 결점을 알아서 이를 극복하는 일은 그 다음에 오는 부차적인 일로 인식하게 한다.

의미요법의 둘째 목표는 태도수정에 있다. 일단 내담자가 증상에서 물러서는 자기거리를 취할 줄 알게 되면 그는 개방적인 자기수용태도를 배우게 된다. 카운슬러는 오직 자살기도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만 내담자에게 새로운 태도수정의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이와 같은 절박한 때에도 가치체계의 문제를 다룰 적에는 어디까지나 내담자의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셋째 목표는 의미요법의 철저한 개입이다. 새로운 태도와 함께 이상증상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하여 내담자가 능히 그 상황을 이겨내게 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피드백의 경험을 배우면서 의미를 찾는 새로운 방향성이 열린다. 이것은 의미요법이 절단된 다리를 도로 결합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런 환자로 하여금 낙담에 빠진 채 삶의 뜻에 대한 무관심이나 좌절에서 오는 반발을 이겨내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마지막 목표는 장래의 정신건강을 위한 예방치료가 된다. 모든 증상을 물리치고 난 이 단계에서는 내담자의 삶과 그의 생활상황의 의미를 탐색하는데 역점을 둔다. 가치체계의 위계를 바로잡는 작업을 통하여 장차 겪을 수도 있는 실존의 좌절을 예방한다. 이로써 자신의 삶의 책임을 감수하는 건전한 삶의 실천자가 되게 인도한다.28)

이것을 폴 웰터(Paul R. Welter)는 간단히 네 단계로 구분하였는데 1)증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단계 2)태도변화 3)증상감소단계 4)보다 깊은 삶의 의미를 깨닫는 단계이다.29)

의미요법의 기법으로는 역설의도법과 반성제거법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여기서는 소크라테스 대화법과 태도수정기법을 함께 소개한다.


1) 역설의도법


프랭클은 역설적 심리치료의 기법을 다룬 모든 선두주자들 중에서도 가장 철두철미하게 이 기법을 실천한 공헌자로 꼽힌다.30)

역설적 의도법은 예상되는 불안이나 두려움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또는 자기 의사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내담자들에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의미요법을 사용하는 상담자들은 이 기술을 주로 땀을 과다하게 흘리는 환자,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자주 씻는 환자, 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머리 손질만 하는 환자, 습관적으로 거짓말하는 환자, 고공 공포증 환자,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 나가거나 만원버스를 타는 것이 무서워서 집에만 있는 환자들에게 사용하고 있다.31)

역설적 의도법이야말로 의미치료기법의 백미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심리치료기법 가운데서 으뜸가는 것이라고 하여도 지나친 찬사가 아닐 듯 싶다. 미국에서 프랭클의 지지자들을 통하여 역설적 의도법은 심리치료의 기법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거니와 유럽,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도 활발하다.

프랭클은 처음에 이 기법을 주로 공포증과 강박증 환자들에게 시도하였다. 그리고 또한 말더듬, 얼굴 붉힘, 식은 땀, 불면증, 무대공포증과 같은 원치 않는 행동형식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응용되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역설적 의도법은 내담자로 하여금 두려운 일, 무서운 일을 감히 한다거나 그런 일이 잠시나마 닥쳐오기를 바라도록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상불안에서 오는 공포의 악순환을 분쇄할 수 있다. 역설적 희망이 공포를 제거하면 예상불안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

환자에게 공포를 주는 여러 가지 조건은 모두가 예상불안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역설의도법은 예상불안의 감소나 제거,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신경증적 조건을 없애는 것으로서 그 악순환을 멎게 하자는 데 있다. 프랭클은 비단 증상의 치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경증에 대한 환자의 태도를 바꾸는데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 태도의 변화를 가리켜 실존적 재정립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환자가 신경증적 상태를 단절하는데 있어서 유머가 불가결의 요소임을 강조하였다. 그는 환자들로 하여금 증상을 표출하면서 스스로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32)

역설적 의도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더욱 흥미롭게 나타나는 유머의 효과를 알아볼 수 있는 사례를 아래에 소개한다.


신경증 진단을 받고 입원한 48세의 N부인은 수전증이 몹시도 심해서 커피잔을 손에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책을 손에 들고 있을 수가 없어서 평소에 독서도 어려웠다. 어느 날 아침 나와 마주 앉은 그녀는 전신을 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유머를 가미하여 역설의도법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치료자: 부인, 누가 더 떠는지 내기 좀 합시다.

환  자: (충격적으로) 무슨 말씀을 그렇게?

치료자: 누가 더 빨리 또 오래 떠는지 한 번 내기합시다.

환  자: 선생님도 몸을 떠는 병이신가요?

치료자: 아니오 그렇지만 나는 마음대로 떨 수 있어요(실제로 떨어 보인다).

환  자: 참말로 나보다 더 빠르시네요(웃으면서 더 빨리 떨고 있다).

치료자: 잘 하시네요. 자, 더 빨리 떨어보시지요.

환  자: 이제 그만(몹시 피곤해졌다). 그만 하십시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휴게실에 가서 커피 한잔을 들고 왔다.                        이윽고 그녀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그 한 잔을 다 마셨다).

치료자: 어때요? 재미있었지요?


그 후로 나는 그녀가 떨 때마다 내기하자고 말하면 그녀의 대답은 언제고 “네 좋습니다. 확실히 좋던데요”라고 하면서 응수하는 것이었다.33)

역설의도법은 간결하고도 명쾌한 치료기법이다. 그러나 이 기법은 세심한 진단을 내린 후에 실시해야 한다. 심장질환이 있는 공포증 환자를 함부로 거리에 나서게 하여 심장마비에 걸려도 무방하다는 무책임한 일을 할 수는 없다. 살해의도는 전혀 없으면서 자신을 살해하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강박증 환자에게는 목에다 칼을 열두 자루 들이대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자살우려가 있는 우울증 환자에게 무턱대고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다.

의미요법의 치료과정을 통하여 환자는 그 상황에 적절한 대처방식을 지어내면서 스스로 자신의 공포증이나 강박증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역설의도법의 적용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때 바로 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역설의도법은 너무 간결하기 때문에 그리고 병인보다도 증상에만 치우치는 흠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역설의도법은 결코 어떤 대상에만 한정된 방법이 아니라는 그의 신조를 거듭 강조하면서 프랭클은 이 방법이 병인론적 근거를 따질 것 없이 어떠한 신경증적 또는 정신증적 상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한 심층적인 병인을 가릴 것 없이 증상만을 제거하는데 적용할 수 있으며 단기치료의 방법으로도 적합하지만 경우에 따라 환자로 하여금 그의 실존적 가능성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하여 치료자는 장기적으로 이 방법으로 환자를 다룰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34)


2) 반성제거법


프랭클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에 관한 한, 의미요법은 결코 원인적 치료를 하지 않지만, 그러한 환자들을 위해서는 심리요법의 보조수단으로서의 반성제거(反省除去: dereflection)라고 일컫는 의미요법의 기법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35)

과다반성(과성찰)은 불면증뿐 아니라 성기능 장애, 정신 신체 증후군, 말더듬, 시험 불안증, 우울증, 실패 공포증을 비롯한 수많은 증상을 불러일으킨다.36)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반성제거법은 지나치게 걱정하는 나머지 어떤 문제에 사로잡혀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다. 문제라고 함은 신체적, 심리적 또는 실존적인 현실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말하는데 그렇다고 하여 신경통, 관절염을 고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한 신체 질병을 지나치게 걱정하여 일부러 사서 고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말이다. 지나친 걱정은 마침내 자기를 무기력한 존재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건강염려증 환자를 일부러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미요법의 반성제거법은 이런 경우에 효과적이다.

무슨 일이든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면 더 어려워진다. 돈 만원을 준다는 약속을 하고 코끼리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생각을 더 하게 된다. 그러다가 기린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코끼리 생각이 멎게된다. 반성제거법의 원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의미요법에서 말하는 과다반성(hyperreflection)을 반성제거(dereflection)하는데서 도움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신체적 원인에서 오는 문제라면 반드시 의료적 또는 약물적 치료를 받아야 하며 반성제거법은 어디까지나 보완적 계책이 되어야 한다. 모름지기 의학적 진단을 받고 나서 이 치료법을 적용하여야 한다.37)

상담자가 지켜야 할 첫 번째 규칙은 “치료는 못할망정 악화시키지는 말아라”이다. 내담자의 상태를 더욱 나쁘게 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중을 하는 것이다. 물론 고통을 호소하는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문제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게 하는 반성제거(탈성찰과정)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상담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이 적절한 기회란 내담자가 하던 이야기를 되풀이하기 시작하거나 현재 당하고 있는 고통을 충분히 털어놓았을 때나 상담자가 그 고통을 잘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을 때에나 상담자가 다음 치료 단계로 넘어가기에 충분한 정보를 얻어냈을 때이다.38)


3) 소크라테스 대화법


옛날부터 위대한 스승들은 질문을 던짐으로서 제자들의 마음을 깨우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해 왔다. 상담자들도 내담자로 하여금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도록 도와줄 때에는 이 질문법을 잘 사용해야 한다. 내담자의 삶에서 의미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삼담자가 내담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적절한 질문을 적절한 때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자주 질문을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내담자를 피곤하게 하고 심문받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담자 혼자서 상담을 이끌어가고 내담자는 수동적으로 끌려갈 위험도 적지 않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담학자들이나 상담자들이 대부분 질문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프랭클은 특히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애용하고 있다. 프랭클은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빌어다가 개조하여 상담자들로 하여금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말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 내었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에서 질문은 상대방으로부터 심오하고 의미있는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이때 던지는 질문들은 솔직하고 직선적이어야 하며 삶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후에 이 방법을 소크라테스 대화법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소크라테스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39)

상담자가 소크라테스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내담자가 진지하게 대답을 할 때 소크라테스 대화가 이루어진다. 케사스시에서 심리학자로 일하는 제임스 요더(James Yoder)박사는 “소크라테스 대화는 자기인식을 높이고 내적인 깨달음을 깊게 해준다. 이로 인해 내담자는 자유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대화가 가장 뛰어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내담자가 자유를 발견할 때 비로소 그는 책임있는 사람이 된다. 더 이상 변화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것은 자유와 책임을 느끼지 못할 때이다.

요더에 의하면 소크라테스 대화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그때 어떻게 느꼈습니까?”라고 묻기보다는 “그때 무엇을 느꼈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좋다. 이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내담자가 자신을 일반화시켜서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핑계를 대는 일 없이 그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소크라테스 대화법에 따라 상담자와 내담자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진지하고 깊은 대화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 질문을 할 때에는 내담자로 하여금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내담자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서 내담자의 사고의 한계를 알아내야 한다. 상담자의 질문이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때에는 내담자가 자신의 의식을 확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역 밖에서만 질문을 하게 되면 내담자가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사고의 한계 안에 한 발을 디디고 이 한계 밖에 다른 한발을 디디는 두 다리 질문을 해야 한다. 소크라테스 질문은 이처럼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관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밖에 있는 보다 신선하고 광활한 현실을 깨닫고 이 새로운 현실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것을 기꺼이 하도록 결단하게 한다.40)


♡의미있는 대화를 하기 위한 화제들의 예♡

 

1. 나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2. 나의 성격이나 자질 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3.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어려움은?

4. 가장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는 것은?

5. 내가 어렸을 때 진정으로 내게 잘해주던 마음씨 좋은 이웃은?

6. 지금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7. 언젠가 꼭 실현시키고 싶은 꿈은?

8. 깊이 후회하고 있는 것은?

9. 내가 지금 도전하고 싶은 것은?

10. 벗어나고 싶은 공포는?

11. 나는 자신을 …게 여긴다.

12.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인간관계는?

13. 내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은?

14. 나는 …을 축하하고 싶다.

15. 나는 …을 가장 소중하게 믿고 있다.


4) 태도수정기법


사람은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으며 난관을 극복한다. 나에게는 난관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 수 있으며 또 다른 제삼자는 이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고난 때문이라기보다는 건전치 못한 태도에서 흔히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태도의 수정여하가 사람으로 하여금 “나는 사회(또는 유전자, 환경, 과거)의 무기력한 희생자이다”라는 패배의식을 극복하게 함으로써 응분의 자제력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대체로 태도수정에서는 상황에 따르는 가능성에 중점을 두는 바 패브리(Fabry, J.B.)에 따르면 다음이 그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 행동양식은 바꿀 수 있다.

‧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 삶은 어떤 경우에도 의미가 있다.

‧ 모든 상황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 과오, 실패, 질병 돌이킬 수 없는 쇠망의 경우에도 기회가 반드시 있다.


패브리는 이어 의미요법은 관심의 초점을 목표, 과업, 선택의 자유와 책임에 두고 있는 것이며 결코 정신분석의 경우나 행동요법의 경우처럼 욕동의 만족이나 어떤 기제의 과정에 두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초점을 닫힌 문에다 두는 것이 아니라 활짝 열린 문 또는 열 수 있는 문에다 둔다는 것이다.

의미요법에서는 태도수정기법을 주로 다음의 두 가지 영역에서 활용한다.

‧삶에 대한 건실치 못한 태도를 변화하도록 만든다.

‧바꿀 수 없는 무의미한 상황에서 새롭고 의미 충만한 태도를 찾아내게 한다.


삶에 대한 건실치 못한 태도는 항상 부정주의, 실의, 사기침체 그리고 부정적인 자기욕구충족과 연결되어 있으며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일이 안되면 흔히 남의 탓이나 부모 탓으로 돌리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런 건전치 못한 태도를 이어받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데 실패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된다.

또한 실패를 오로지 자기 탓으로만 돌리는 데서 재기의 의지를 잃는 경우도 있다. 기어코 재기한다는 의지를 스스로 꺾을 때 그 난관을 이겨나갈 수 있는 의지력은 상실되고 만다. 덮어놓고 안 된다는 회피주의는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런 태도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처음부터 스스로 막아버린다.

의미요법에서 태도수정법은 내담자로 하여금 새로운 사고와 통찰력 그리고 적극적이며 심리적으로 건전한 태도에다 관심을 재집중시키게 하는데 있다. 대개의 경우 이것은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통하여 성취될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삶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면 대화법은 그에게 정보와 실제적인 도움이나 적극적인 관점을 제공하게 된다.41)

의미요법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까지 내담자의 생활에 없었던 의미 충만한 행동과 경험을 하게 하려는 데 있음은 물론 때로 이 방법은 반성제거법과 중첩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들 두 가지 방법에는 각기 독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루카스(Lukas E.)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42)


구   분

태도수정기법

반성제거법

목   표

자기자신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예:난치병, 친구의 죽음) 자신이 갖고 있는 건실치 못한 태도를 수정하는데 있다.

자화자초격인 문제에 대하여 반성제거법이나 과다의도법(예:불면증, 성적장애)에 의하여 건실치 못한 사려과다를 제거하는데 있다.

기대되는 결과

자신의 변화를 통하여 내적 성장을 얻는데 있다.

자신의 망각을 통하여 내적 성장을 성취하는데 있다.

접근방법

새로운 조명에 의하여 낡은 것을 볼 수 있게 새로운 태도로 운명을 수용하며, 현존상황에서 의미를 찾게 하며, 불가피한 고통을 인간승리로 돌리며, 내담자로 하여금 용기와 위엄을 갖도록 한다.

낡은 것 속에서 새 것을 찾아내며 자기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과 원인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현존상황을 넘어서는 의미를 찾으며, 자기초월을 통하여 피할 수 있는 고통을 배제하며, 내담자로 하여금 새로운 결단과 과업을 갖도록 한다.



Ⅴ. 결론


빅톨-프랭클에 의하여 창안된 의미요법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고안되었다. 의미요법의 기본원리를 세 가지로 압축한다면 첫째, 어떤 조건하에서도 우리의 삶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둘째, 사람에게는 의미를 찾는 의지가 있으며 행복은 그것의 성취를 통하여 오는 것이며 셋째, 한정된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의미를 구현하는 자유가 있다. 이 원리는 어떤 인종, 사회, 종파를 막론하고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통용되며 실제로 그것은 경험적 자료에 의하여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 의미요법 학파의 주장이다.

의미요법은 글자그대로 의미를 통한 치료법이다. 다시 말하여 의미중심의 치료법이다. 이는 치료를 통하여 삶의 의미를 강조하게 되는 전통적 심리치료의 개념과 정반대가 되는 입장이라고 프랭클은 말한다.43)

프랭클에 따르면 참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곧 삶의 의미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의미에의 의지가 곧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다. 즉 인생자체는 의미를 주지 아니한다. 다만 인간 개개인은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야만 하고 발견해 내야만 한다.

인생의 불합리성과 허무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에서 의미를 창조하도록 허용해 준다. 상담과정에서 상담자는 무의미의 문제에 직면하여 내담자로 하여금 혼돈된 세상 가운데서 의미를 찾아내도록 도와줄 사명이 있다. 프랭클은 상담자의 기능이 내담자에게 그의 인생에서 특수한 의미가 무엇임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자신이 고통 가운데에서라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44)


<참고문헌>


이남표, 『의미요법』 서울: 학지사, 2000.

Frankl, Viktor E. The Will to Meaning, 이봉우역, 『로고테리피의 이론과 실제』 왜관:분도출판사, 1986.

Gerald Corey, Theory and Practice of Counseling and Psychotherapy, 오성춘 역, 『상담학개론』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00.

Welter, Paul R. Counseling And The Search For Meaning, 정태기역, 『기독교상담과 의미요법』 서울: 두란노, 1995.

빅터 E. 프랭클, 이봉우 역, 『심리요법과 현대인』, 왜관 : 분도출판사, 1979.

이기춘, “프랭클의 의미요법과 목회 상담”, 『신학과 세계』 제 5호 , 1979.


























1) 이남표, 『의미요법』, (서울 : 학지사, 1998), pp. 36-47 요약.


2) 위의 책, 47쪽.


3) 빅터 E. 프랭클, 이봉우 역, 『심리요법과 현대인』, (서울 : 분도출판사, 1979), p. 80.


4) 빅터 E. 프랭클, 이봉우 역, 『로고테라피의 이론과 실제』, (서울 : 분도출판사, 1980), p. 24.


5) 빅터 E. 프랭클 『심리요법과 현대인』, 11쪽.


6) 위의 책, 12-13쪽.


7) 빅터 E. 프랭클, 『로고테라피의 이론과 실제』, 23쪽.


8) 빅터 E. 프랭클 『심리요법과 현대인』, 13쪽.


9) 위의 책, 77쪽.


10) 빅터 E. 프랭클, 『로고테라피의 이론과 실제』, 16쪽.


11) 위의 책, 41쪽.


12)빅터 E. 프랭클, 『심리요법과 현대인』, 26쪽.


13) 위의 책, 78쪽.


14) 이남표, 『의미요법』, 59쪽.


15) 위의 책, 61쪽. 


16)빅터 E. 프랭클, 『심리요법과 현대인』, 24쪽.


17) 위의 책,  26쪽.


18) 위의 책, 80쪽.


19) 이기춘, 『프랭클의 의미요법과 목회 상담』, (신학과 세계 제 5호 , 1979), 210쪽.


20) 이기춘, op.cit, 212쪽.


21)빅터 E. 프랭클, 『 심리요법과 현대인』, 142-143쪽.


22) 위의 책, 67-68쪽.


23) 위의 책, 68-69쪽.


24) 위의 책, 99-101 요약


25) 이기춘, “프랭클의 의미요법과 목회상담”, 213-214쪽.


26) 이남표, 『의미요법』 (서울: 학지사, 2000), 113쪽.


27) Viktor E. Frankl, The Will to Meaning, 이봉우역, 『로고테리피의 이론과 실제』 (왜관: 분도출판사, 1986), 102쪽


28) 이남표, 『의미요법』, 114-15쪽.


29) Paul R. Welter, Counseling And The Search For Meaning, 정태기역, 『기독교상담과 의미요법』 (서울: 두란노, 1995), 102-03쪽.


30) 이남표, 『의미요법』, 115쪽.


31) Paul R. Welter, 정태기역, 『기독교상담과 의미요법』 99-100쪽.


32) 이남표, 『의미요법』, 120-21쪽.


33) 위의책, 122쪽. 자디크의 논문에서 프랭클이 인용한 부분을 재인용. Frankl, V.(1978), The Unheard Cry for Meaning. p. 140


34) 위의책, 125-26쪽.


35) Viktor E. Frankl, 이봉우역, 『로고테라피의 이론과 실제』 116쪽.


36) Paul R. Welter, 정태기역, 『기독교상담과 의미요법』 108쪽.


37) 이남표, 『의미요법』, 126-27쪽.


38) Paul R. Welter, 정태기역, 『기독교상담과 의미요법』 109쪽.


39) 위의책, 90쪽.


40) 위의책, 92-95쪽.


41) 이남표, 『의미요법』, 150-52쪽.


42) 위의책, 154-55쪽.


43) 위의책, 53쪽.


44) Gerald Corey, Theory and Practice of Counseling and Psychotherapy, 오성춘 역, 『상담학개론』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00),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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