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취미를 공유하고 마음을 나눌 벗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실감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인맥을 넓히는 것이 능력이라 믿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깨닫는 진리는 관계의 '넓이'보다 '깊이'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모든 모임을 챙기며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관계의 정리와 선택이라는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합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모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학교 모임부터 교회 모임, 학사장교 신우회, 롯데월드 입사동기회, 신학교 시절부터 기도로 맺어진 '시내산선교회', 신학교 친구들, 그리고 은혜광성교회 목회자 모임 '한사랑선교회', 노회와 시찰회 모임, 목회자테니스 클럽, 가정교회 지역모임과 초원모임 동역자들에 이르기까지. 어떤 인연은 매주, 매달, 혹은 분기나 반기에 정기적으로 모이며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지만, 어떤 인연은 학교 동창회처럼 자연스레 발길이 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소식이 없다가 경조사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염치없이 연락해 오는 이들을 대할 때면, 마음이 멀어지곤 했습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고, 내가 찾아갔을 때 반갑게 맞아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은혜인지요. 홀로 쓸쓸히 시간을 보내는 고립에 비하면, 이 모든 번잡함조차 감사의 제목입니다.
최근 제가 속한 한 모임에서 일어난 소란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회장을 맡았던 분이 신뢰를 잃고 사퇴 압박을 받는 모습을 보며, 평소에 덕을 세우고 진심으로 섬기지 않으면 위기의 순간에 곁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냉정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많은 사람의 박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려울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소수의 동역자와 함께하는 데 있습니다.
이제 남은 생의 에너지를 소중한 곳에 정성껏 쏟으려 합니다. 곁에 둘 사람과 멀리해야 할 사람을 구분하는 안목은 내 마음의 빈자리를 가장 소중한 이들로 채우기 위한 지혜로운 비움입니다. 형식적인 만남의 공허함 대신에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함께 기도하며 걷는 동역자들과 주심 가족들이 있기에, 저는 오늘도 참 행복한 목회자입니다. 많은 사람 사이의 소음보다는 따뜻한 소수의 사람과 나누는 깊은 온기로 삶의 여백을 채워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주심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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