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436. 사랑이 담긴 기적의 도시락

하마사 2026. 4. 18. 16:15

이른 아침, 주방에서 들려오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깹니다. 아내가 가끔 대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를 위해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하는 소리입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문득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옛 학창 시절의 도시락 추억이 아련하게 피어오릅니다.

그 시대의 도시락은 단순한 끼니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교실 한복판, 난로 위에는 층층이 쌓인 도시락들이 제각기 존재감을 뽐내곤 했지요. 수업 시간 내내 밑바닥에 깔린 김치가 익어가는 매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교실 가득 퍼지면,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요동을 쳤습니다. 때로는 어머니가 계란프라이 하나라도 숨겨주신 날이면, 그날 점심은 임금님의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옹기종기 둘러앉아 서로의 반찬을 나누어 먹던 그 시절, 도시락은 허기진 배뿐만 아니라 우리의 우정과 마음까지 채워주던 따뜻한 매개체였습니다.

성경 속에서도 도시락은 위대한 기적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벳새다 들녘, 장정만 오천 명이 넘는 무리가 굶주리고 있을 때 기적의 불씨를 지핀 것은 이름 모를 한 어린아이가 내놓은 도시락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정성껏 싸주었을 그 소박한 도시락을 아이는 자신의 배를 채우는 대신 주님의 손에 올려드렸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놓은 그 순수한 헌신이 마침내 오천 명을 먹이고도 열두 바구니가 남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요즘도 가끔 아내가 정성스레 싼 도시락을 들고 교회로 찾아오곤 합니다. 그 도시락을 대할 때마다 저는 수십 년 전 어머니의 손길과 벳새다 들녘의 그 어린아이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매 주일 예배를 마치고 함께 나누는 식사 또한 이와 같기를 소망합니다. 목장식구들과 친교부장님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은 현대판 '오병이어의 도시락'입니다. 그 안에 담긴 사랑과 헌신이 기적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신종순 권사님이 인도한 전보숙 자매님은 식사하러 왔다가 주심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매님은 지난 주일에 또 다른 두 분을 식사에 초대하여 함께 식사했는데, 오병이어의 기적이 이런 겁니다. 우리가 나누는 밥 한 끼를 통해 지친 영혼이 위로를 얻고, 끊어졌던 관계가 회복되며, 절망 속에 있던 이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주님이 보여주시는 가장 아름다운 기적이 아닐까요?

이번 주일에 곁에 있는 분과 함께 사랑이 담긴 마음의 도시락을 나눌 때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는 도시락이 될 것입니다. 목장별로 준비하는 작은 섬김이 주님의 손에 들려질 때, 주심교회 안에 차고 넘치는 은혜의 기적이 계속될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