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시골 부모님 댁에서 깔끔하게 세차를 했다.
잔디마당에 차를 세우고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하여 호화로운 세차를 했다.
거의 차의 겉만 세차를 하다가 내부까지 깨끗하게 청소했다.
여러 번 걸레를 빨아 차 바닥과 시트 등 구석구석의 먼지를 제거했다.
세차를 한 후 기분이 상쾌했다.
어머님은 대충하고 쉬라며 성화셨다.
장시간의 세차 후 기분 좋게 서울로 왔다.
차를 타고 내릴 때 조심스러워졌다.
힘들게 세차했으니 새 차가 된 기분이었다.
그날은 차를 볼 때마다 흐뭇했다.
세차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기도를 갈 때까지 좋았다.
차를 타는 아내에게 세차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바닥까지 깨끗이 청소했으니 신발도 털고 타라면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와 차를 보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게 깨끗이 세차한 차에 새똥들이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새가 앉을 만한 자리 아래에 주차한 것도 아니었다.
필경 날아가던 새떼가 한꺼번에 방분한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주차하고 아내와 함께 새똥 제거작업을 했다.
물티슈 한 봉이 모자랄 정도로 여러 군데였다.
어떤 새들이 날아가면서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똥을 쌀까?
새의 종류가 궁금했다.
새들은 날면서도 똥을 싸는지.
나무에 앉아있을 때 싸는 것으로 알았는데...
새똥을 치우면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똥을 바가지로 싸고 도망간 새들이 야속했지만, 한편으로 머리위에 싸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새벽기도를 했으니 그 정도였지 아니었으면 똥 싸고 도망한 새들은 원망과 불평소리를 듣느라 얼굴이 화끈했을 것이다.
오후 한 나절만 세차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놈들이 다시 와서 똥을 싸면 그 때는 정말 새똥구멍을 막아버릴 생각이다.^^
이런 사람이 세차할 때 주변의 새들이 많이 긴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