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고시원 이사를 돕고

하마사 2017. 5. 10. 16:46

교회에서 만날 때마다 애처롭게 보이는 분이 있다.

49세된 남성으로 근 10년을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건강이 약해 정상적인 직장생활도 할 수 없다.

더구나 뉴질랜드국적이라 의료보험과 같은 4대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민을 갔다가 이혼하고 귀국하여 불우하게 지낸다.

가족이라곤 여동생 한 명이 있는데, 어릴 때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동생이다.

국적을 포기하려면 뉴질랜드를 가야하는데 돈이 없어 가지도 못한다.

월 20만원의 고시원에서 총무로 지내며 숙식을 해결했다.

뇌졸중, 당뇨, 혈압, 지방간, 협심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협심증 수술을 권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약으로 버틴다.

한데, 최근에 일하던 고시원이 매각되어 주인이 바뀌면서 그 직장마저 잃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다른 원룸텔 총무자리가 생겨 이사를 하게 되었다.

용달차를 이용할 돈이 없어 수 십 번에 걸쳐 버스로 이사를 할 형편이었다.

여러 번 그렇게 이사하다가 버스비마저 떨어지자 나를 찾아왔다.

여동생에게 도움을 청하고 최후에는 나에게 손을 벌린다.

목사에게 말하지 않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며 여러 번 그렇게 해왔다.

적게는 몇 만원에서 수 십 만원을 도와 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직장을 알선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사업하는 교인에게 도움을 청하여 취업도 했지만 여의치 않아 곧 퇴사했다.

건강이 따르지 않으니 육체노동도 할 수 없다.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

국적을 회복할 수 없으니 정부의 보조를 받을 조건도 되지 않는다.

교회 승합차를 이용하여 이사를 도와주었다.

살던 고시원이 형편없이 열악했다.

그 좁은 공간에 짐까지 두었으니 비좁기가 그지없었다.

새로 이사할 장소는 원룸텔이었는데 전에 살던 고시원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그곳에서 총무로 생활하며 월 40만원을 받는다.

숙식을 해결한다고 하지만 고정적인 약값을 지불하면서 그 돈으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참으로 딱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대학까지 나와 번듯한 직장과 가정을 가졌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안타까웠다.

교회에서 구제금을 신청하여 생활비를 지원하면서 계속해서 도울 수 없으니 아껴 쓰라고 했다.

우는 까마귀 새끼까지 먹이시는 하나님이 불쌍한 하나님의 자녀를 돌보아주시기를 기도해본다.

어디 이 분 뿐이랴.

이런 애처로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야할까?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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