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출시했던 신제품 갤럭시 노트7이 잇따른 발화(發火)로 사실상 단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국가기술표준원이 11일 "전날 개최한 갤럭시노트7의 사고 조사 합동 회의 결과 제품의 새로운 결함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제품의 교환 및 신규 판매를 중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제품 결함 때문에 단종되는 것은 전례 없는 사태다.
삼성전자 하면 먼저 떠오르는 '품질 제일주의' 이미지도 손상됐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시절이던 1995년 불량품이 발견된 애니콜을 전량 수거해 '애니콜 화형식'을 가졌다. 이후 20년간을 탄탄하게 다져온 품질 경영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다 밝혀지진 않았지만, 무리한 개발 일정과 과도한 혁신 압박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빨리빨리'식 조급함이 삼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또 다른 간판 기업 현대차 역시 한국병인 '노조병'에 볼모로 잡혀 있다. 현대차노조는 노사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핑계로 12년 만에 전면 파업을 벌였고, 지금도 노조 내부 세력 간 정치 싸움에 회사 사정은 관심도 없다. 강성 노조의 파업으로 9월 자동차 수출은 20% 이상 하락했고, 10월 초도 50% 이상 줄었다. 크고 작은 품질 결함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현대차의 선방 덕에 그럭저럭 굴러온 측면이 크다. 이 두 간판 대기업마저 흔들리면 당장 어디서 경제를 끌고 갈 것이냐는 물음에 답하기가 어렵다. 해운·조선·철강·유화·건설 등 우리 주력 업종에 빨간불이 켜진 지는 오래다. 해운·조선은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갔지만 경쟁력이 살아나기는커녕 고사(枯死) 직전이다. 철강도 비슷한 처지가 되어간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 10곳 중 3곳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만성적 공급 과잉과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된 탓에 이런 좀비 기업이 6년 새 46%나 늘어났다.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춰도 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돈이 부동산으로만 몰려가 연일 집값과 전세금 오르는 소리에 국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는 새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어난다.
경제가 사면초가 위기 속에 안갯속을 항해하는데,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경제팀은 국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위기에 리더는 존재감만으로도 안도감을 줘야 한다. 그런 리더는 바랄 수 없다고 해도 국민에게 나라와 경제가 중심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낭패감만은 주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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