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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설교'하는 목사… "깐깐하게 모아서 제대로 씁시다"

하마사 2016. 8. 26. 09:42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

최근 펴낸 '마하나임:하나님…' 돈·재정 관리 관한 생각 풀어
"헌금, 교인의 피땀임을 기억해야" 올 연말 은퇴… 연금 140만원 생활

"돈은 무서운 것이다. 돈에는 장사(壯士) 없다. 훈련을 받아놓지 않으면 거의 백발백중 돈에 무너지게 된다."

현직 목사가 쓴 책인데, 온통 '돈' 이야기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65) 목사가 최근 펴낸 '마하나임:하나님의 군사'(규장)이다. '마하나임(mahanaim)'은 '하나님의 군대'라는 뜻. 하나님의 군사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먼저 재정 훈련부터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돈과 재정에 대한 훈련법 책을 펴낸 김동호 목사. 그는 서문에서 “내 사랑하는 손주들이 할아비가 이 책에서 쓴 대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돈과 재정에 대한 훈련법 책을 펴낸 김동호 목사. 그는 서문에서 “내 사랑하는 손주들이 할아비가 이 책에서 쓴 대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김 목사는 승동교회, 동안교회 담임목사를 거쳐 2001년 숭의여대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높은뜻숭의교회를 창립했다. 그는 또 교인이 늘고 공간이 부족해지자 새 건물을 짓는 대신 2008년 말 교회를 네 개로 나눠 분립(分立)했다. 이후 분립된 교회는 3개가 늘어 현재 높은뜻연합선교회엔 7개 교회가 속해 있다.

김 목사는 또 '깨끗하고 바르게 돈을 벌고, 돈에 대해 책임지는 삶'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 '깨끗한 부자'(규장·2001)는 개신교계에 '청부론(淸富論) 대 청빈론(淸貧論)'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목사도 절약하고 저축해야 한다

예민한 돈 이야기인 만큼 김 목사는 먼저 자신의 이야기부터 한다. 김 목사 돈 관리의 기본 철학은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이다. 절약과 저축이 기본이다. 김 목사는 부친이 '쌀 한 가마 반 값'을 월급으로 받던 학교 수위였지만 당시에도 저축을 했다고 한다. 그는 수입의 10분의 1을 하나님께 바치는 십일조(十一條)를 넘어 10분의 4~5를 헌금한다. 한때 10분의 7까지 헌금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고도 저축과 국민연금은 꼬박꼬박 붓는다. 신용카드 대신 잔고가 있어야 쓸 수 있는 현금카드를 쓰고, 할부로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자택의 식탁과 소파는 30년 된 물건이다. 꽉 막힌 자린고비일 것 같지만 큰돈을 헌금할 때는 과감하다.

그는 올 연말 은퇴한다. 높은뜻연합선교회는 '원로목사' 제도가 없다. 그는 은퇴 후엔 연금 월 140여만원으로 생활할 계획이다. 그는 "문제없다"고 자신한다. 평소에 훈련이 됐기 때문이다.

돈, 훈련해야 잘 쓸 수 있다

김동호 목사의 돈 관리법 정리 표

김 목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적인 돈 관리'이다. 이런 예도 소개한다. 한번은 김 목사의 선배 목회자로 NGO 활동을 하는 분이 김 목사를 초대했다. 그 선배는 특급호텔에서 식사와 사우나를 대접한 후 김 목사에게 고급 케이크를 선물하며 "더 많은 후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다음 날 그 이전부터 해오던 후원도 끊어버렸다. "기관의 돈을 그렇게 헤프게 쓰는 곳에 교인들의 헌금을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공적인 돈에 관해 김 목사는 "교인들의 피와 땀을 생각하라" "정직하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그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헌금은 25년 전 한 독거 할머니가 낸 '1만3000원'이다. 1990년대 초 동안교회 담임목사로 '이삭줍기 헌금 운동'을 벌이던 시절이다. 한 달에 한 번 일상생활에서 아낀 돈을 사연과 함께 헌금하는 방식이었다. 공장에서 하루하루 일당 받으며 생활하던 할머니는 1만1000원과 함께 '공장 하루 품삯'이란 사연을 적었고, 그다음 달에는 1만3000원을 내면서 '잔업을 해서 2000원을 더 받았다'고 적었다.

공짜 구제는 안 된다

김 목사가 구제사업을 할 때의 원칙 중 하나는 '공짜는 없다'이다. 그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마을을 도우면서 신발 한 켤레, 티셔츠 한 장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장사 밑천을 주고 스스로 벌어서 신발과 옷을 사도록 했다. 열매나눔재단과 PPL재단 등을 통해 국내외 여러 단체·지역을 지원하지만 '원금의 80%는 갚는다'는 원칙을 지키려 애쓴다. 베트남의 한 지역에서는 노점상 100명에게 25만원씩 지원했는데 1년 후 거의 100% 회수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지금 '마하나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백사장 프로젝트. 탈북자,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의 자립을 도와 100명의 사장을 만들겠다는 꿈이다. 또 SIB 프로젝트도 있다. 지적장애인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그는 책에서 돈에 관해 '당뇨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 적었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액이 신체 구석구석까지 닿지 않듯이 돈도 세상 구석구석 흘러가야 한다는 것. "'흐름'은 생명을 만들고, '빨아들임'은 사망을 만든다." 그가 목사이면서 돈 이야기를 거듭하는 이유다. 


-조선일보, 2016/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