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기독교인물

'96세 베스트셀러 작가' 김형석 교수

하마사 2016. 4. 15. 19:00

"크리스천들이여, 책 읽고 공부하며 믿읍시다"

10여년 전 절판 '예수' '어떻게…', 최근 재출간 후 인기 '부활'
"내게 신앙은 인생 헤엄칠 때 의지할 수 있는 밧줄"

"미안한 이야기입니다만…." "미안합니다만…."

올해 만 96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쓴 말은 '미안하다'이다. 미안한 이유는 기존의 종교 특히 자신의 인생관·가치관의 기반인 개신교에 쓴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잇달아 나온 '예수'와 '어떻게 믿을 것인가'(이상 이와우출판사)는 그런 자기반성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가 미안한 마음으로 쓴 이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예수'는 지금까지 2만5000권, 지난주 출간된 '어떻게…'는 1주일 만에 2500권이 팔렸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예수'는 2000년, '어떻게…'는 1995년 각각 출간됐다가 절판(絶版)된 책들이란 점. 무엇이 100세를 바라보는 노(老)철학자의 15~20년 전 저작을 부활시켰을까. 김 교수는 "제가 그래도 젊었을(?) 때, 생각이 맑을 때 기독교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쓴 책들"이라며 "처음 책을 낼 당시에는 기독교가 한창 성장할 때라 그랬는지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책을 읽고 나니 교회 가는 것이 마음 편해졌다'는 독자들이 있다"며 웃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단골 카페에서 만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요즘 강원도 양구로 강연을 다닌다는 그는 “갈 때는 ‘청중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돌아올 때는 ‘내 이야기 중 도움되지 않는 것은 잊어버리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단골 카페에서 만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요즘 강원도 양구로 강연을 다닌다는 그는 “갈 때는 ‘청중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돌아올 때는 ‘내 이야기 중 도움되지 않는 것은 잊어버리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예수'와 '어떻게…'는 이란성 쌍둥이 같은 책이다. 합리적 이성으로도 충분히 기독교 신앙을 가질 수 있음을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예수'를 통해 세례를 받은 이후 예수의 삶, 특히 마지막 일주일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왜 예수의 가르침이 위대한지를 상식의 눈높이로 설득한다. '어떻게…'는 텅 비어가는 유럽과 미국의 교회에 대한 묵시록적 풍경 묘사로 시작해 자신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은 구체적인 사례를 털어놓는다. '교회와 교회주의' '무교회주의' '헌금과 교회 재정' '제사, 결혼, 가정' 등의 주제다. 그런 문제의식이 15~20년의 시차(時差)를 넘어 여전하기 때문에 지금 그의 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평가다.

두 책을 통해 김 교수가 권하는 것은 '독서' 그리고 '공간 신앙'의 울타리를 벗어나라는 것이다. "교육 수준과 신도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 종교는 쇠퇴한다. 지식은 더 새롭게 바뀌는데 종교는 껍질을 두껍게 만들고 벗지 않으면 스스로 문을 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크리스천이 '논어'를 유교 경전이라는 이유로, 비기독교인이 '성경'을 기독교 경전이라고 읽지 않는다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성경의 경우, 구체적으로 '4복음서→사도행전→구약(창세기)→신약'의 순서로 읽으라고 권한다.

'공간 신앙'이란 교회나 목회자를 믿는 것을 말한다. 흔히 기독교에 실망했다면서 떠나는 사람들은 혹시 '공간 신앙'으로 기독교를 생각하지 않았는가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의 교훈과 인격을 따라 인생관과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됐다면 그 인생관, 가치관을 바꾸기 전에는 다르게 살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는 일상에서의 기도를 권했다. 그가 아침마다 하는 길지 않은 기도 제목엔 '평화 통일'이 빠지지 않는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 이야기는 안 한다. 이기적인 것 같아서다. "교회는 애국심만큼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교회주의로 흐르는 만큼 외면받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좋은 교회는 민족과 사회를 위한 일꾼을 많이 키우는 교회입니다. 예수님도 수천 명씩 모이는 사람들을 흩으셨어요. 이 마음 가지고 삶 속으로 들어가라고요. 공부하고 기도하는 기독교인들이 교회엔 짧게 머물고 가정과 직장에서 많은 일을 할 때 한국 기독교는 사랑받고 발전할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기독교 신앙은 '헤엄치는 것을 돕는 밧줄'이라고 했다. "일본 유학 시절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 연락선을 타고 다녔는데 헤엄쳐 가라면 아무도 못 가지요. 그러나 그 해협에 밧줄을 매어놓으면 힘들더라도 중간중간 밧줄을 잡고 쉬면서 헤엄쳐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인생에서 기독교는 밧줄이었습니다. 그 은혜를, 빚을 갚기 위해 함께 공부하자는 뜻에서 책을 냅니다."


-조선일보, 2016/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