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보고 설교… 삶 변화돼야 제대로 된 신앙"
- 은퇴 앞둔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 교인들이 설교全集 발간
"'어머니 교회'답게 살려 노력… 아파트 살 땐 '다운계약서' 거부
믿고 따라준 교인들에 감사"
지난 16년 동안 새문안교회 이수영(70) 담임목사가 지켜온 요일별 일정표다. 담임목사의 일상은 주일 설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난 7일 만난 이 목사는 "설교는 22~24분 분량이었다"며 "때로 원고량이 적으면 천천히, 많으면 좀 빨리 읽어서 항상 25분 이내에 끝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올 연말 이 일정표에서 벗어난다. 정년퇴임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철학과와 대학원,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이 목사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장신대 교수를 지내다 2000년 새문안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한국 장로교 모(母)교회'의 6대 담임목사다.
이 교회 당회는 이 목사의 은퇴를 기념해 미리 선물을 준비했다. 2000년 9월 부임 이후 2015년 말까지 모든 설교 원고를 모아 '이수영 목사 설교전집'(전 8권·성안당)을 펴낸 것. 이 목사 퇴임 후에는 2016년 설교를 마저 모아 전집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목사는 이미 작년 초 후임 담임목사 청빙을 교회에 부탁하면서 "저는 일절 간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퇴임을 앞두고 교인들이 설교전집을 발간해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저는 행복한 목회자다. 다만 부임할 당시에 신·구약 전체를 강해(講解)하고 싶었는데 다 마치지 못했다. 퇴임하면 매주 설교는 못하겠지만 매주 한 편씩 설교 원고는 계속 써서 신·구약을 모두 다룰 생각이다."
―서문에 "설교전집을 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말로 하는 설교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글로 남기면 영원하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 두렵다. 그렇지만 사료(史料)로 남긴다는 뜻에서 감사히 받아들였다."
―목회자들 가운데는 '설교 준비의 고통'을 호소하는 분도 있다.
"언제나 부담은 있지만 설교는 기쁨이고 보람이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를 전하는 게 설교다. 매 주일 네 번의 예배를 드리는데 4부 예배 때까지 원고를 계속 고쳐 쓰곤 했다. 예화(例話)를 바꾸기도 하고, 주석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4부 예배까지 마친 후 최종적으로 정리된 원고를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고, 그렇게 모인 것이 전집의 원고가 됐다."
―설교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거부한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법대로 해달라'고 했더니 복덕방 주인이 '이런 경우는 5년 전 한 여교사와 당신뿐'이라고 말하더라. 부임 이후에도 그랬다. '새문안교회는 어머니 교회인 만큼 모든 면에서 본을 보이자. 불법, 편법은 없다'고 했다. 교회가 땅을 살 때 파는 쪽에서 다운계약서를 요구한 적도 있지만 그냥 법대로 했다. 신앙은 변화다. 변화 없이는 믿음도 없다. 16년간 주일마다 '어머니 교회로서 본을 보이자'고 강조했다. 변화의 속도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새문안교회 교인들은 모범적인 신앙과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참여정부 시절 설교를 통해 대통령을 정면 비판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저는 설교할 때 눈치 보지 않는다. '이렇게 설교하면 교인들이 좋아할 것이다, 반발할 것이다'라고 미리 예상하지 않고 해야 할 말을 할 뿐이다. 그것이 예언자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눈치 보면서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한다면 목회자의 본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재미없는 설교를 16년 동안 들어준 교인들에게 감사한다."
―평생 규칙이나 법을 어겨본 적이 있나.
"교통법규 하나도 꼭 지키려 애썼다. 법과 말, 약속은 지켜야 한다. 설교하는 목사가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으면 되겠는가."
이 목사는 '교회에 무슨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헌금하는 목사'로 교인들 사이에 유명하다. 새문안교회에 부임, 담임목사 사택을 제공받으면서 그전에 살던 아파트도 교회에 내놓았다. 교회는 이 목사 은퇴 후 살 집을 마련해주면서 "계약서는 본인 명의로 하시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그냥 교회 명의로 해달라. 나는 죽을 때까지만 이용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1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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