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행복과 희망

"할 수 있다" 스무 살 금메달 청년이 뿌린 '긍정의 씨앗'

하마사 2016. 8. 12. 18:49

엊그제부터 15초 정도의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에 출전한 박상영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 직전 혼잣말하는 모습이다. 작은 심호흡 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복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10대14. 경기에 나간 박상영 선수는 연속 5점을 따내는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얻었다.

단판 승부로 희비가 갈리는 올림픽 종목에선 적지 않은 역전 드라마가 연출된다. 박상영 선수의 역전극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역전의 감동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 경제 등 많은 분야가 정지된 듯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모두가 잊고 있었던 '할 수 있다'는 믿음, 꿈과 희망에 대한 자기 확신을 표현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15초 혼잣말 동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뭉클해하는 것은 그 간결한 한마디가 일으키는 울림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 '하면 된다'는 확신으로 고도성장을 성취했다. 하지만 소수의 리더가 밀어붙이던 '하면 된다'는 구호는 장기 경제 침체와 계층 간, 지역 간 갈등 속에서 힘을 잃고 있다. "하면 된다"고 하면 "해도 안 된다"는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그러나 박 선수는 최악의 벼랑에서 과거 세대와는 전혀 다른 해답을 제시했다. 해설자도, 시청자도 모두 포기했을 때 홀로 포기하지 않고 자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주문(呪文)을 자신의 온몸에 투입해 멋있게 성공했다.

박 선수는 세계 랭킹 21위로 올림픽에 나섰다. 작년엔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도 입었다. 그는 "펜싱을 하기 전엔 칭찬을 거의 듣지 못하는 아이였다"고 했다. 그의 스마트폰엔 아인슈타인의 말이 입력돼 있다고 한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스무 살 청년이 답답한 우리 사회에 '긍정(肯定)의 씨앗'을 한껏 뿌려주었다.

-조선일보 사설, 2016/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