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행복과 희망

버킷 리스트 써 보셨어요?… 크리스천이 좋아하는 버킷 리스트

하마사 2016. 2. 20. 20:20
버킷 리스트 써 보셨어요?… 크리스천이 좋아하는 버킷 리스트 기사의 사진
버킷 리스트의 목적은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사진은 죽음을 앞에 둔 두 주인공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고, 이를 하나씩 실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버킷 리스트’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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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 없는 믿음 갖기(탤런트 김혜자), 매일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살기(가수 자두), 세계를 향한 중보기도 하기(美 기독교 저술가 조 맥키버)…. 

크리스천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아름다운 버킷 리스트이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가리킨다.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이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할 때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가게 한 다음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죽음을 맞게 했다. 이로부터 ‘킥 더 버킷’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2007년 미국에서 제작된 롭 라이너 감독, 잭 니컬슨·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 리스트’가 상영된 후부터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화는 죽음을 앞에 둔 두 주인공이 한 병실을 쓰게 되면서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하나씩 실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스카이다이빙과 장엄한 광경 보기,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을 실행하며 인생의 행복을 발견한다.  

버킷 리스트의 목적은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버킷 리스트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작성하는 리스트라고도 할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진지한 자기반성이며, 그 같은 반성은 삶에 대해 보다 겸허하고 진실한 자세를 갖게 한다. 지난 17일 탤런트 김혜자 권사에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버킷 리스트)을 묻자 “의심 없는 믿음 갖기”라고 답했다. 평생 나눔과 봉사로 살아온 김 권사의 인생과제는 성숙한 삶을 위한 믿음의 단련이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나서야 평생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떠오른다. 죽음의 날이 정해지고 나서야 평생 진정으로 하고팠던 일이 떠오른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명문대에 들어갈 걸’ ‘대기업에 다닐 걸’ ‘강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살 걸’ 등이 아니었다. 남의 평판에 신경 쓰며 산 것, 일만 하며 인생을 허비한 것,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른 것,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것, 행복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호주에서 수년간 임종 직전 환자들을 보살폈던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자신이 돌봤던 환자들의 임종 직전 깨달음을 저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2013, 피플트리)에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죽을 때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인생이 아니라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후회는 일하느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들은 일에 파묻혀 사는 동안 자녀의 어린 시절, 아내와의 따뜻한 가정생활을 놓친 것을 후회했다.

세 번째 후회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 노력하다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생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출해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을 후회했다. 

네 번째 후회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삶을 마감하기 고작 몇 주 전에야 ‘오랜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수소문을 해보기도 하지만, 정작 그때쯤엔 자신의 수중에 친구들의 연락처조차 없다는 점을 깨닫고는 좌절한다.

다섯 번째 후회는 같은 조건에서도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느라 좀 더 모험적이고, 좀 더 변화 있는 삶을 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이 간단명료한 행복의 다섯가지 진실을 근거로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 

버킷 리스트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얼마나 큰 꿈을 갖고 있느냐보다는 나만의 꿈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버킷 리스트에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평생의 소원을 쓰기도 한다. 코끼리 등에 올라타기, 세계일주 하기 등은 누군가에게는 쉬운 목표, 가능한 목표일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루기 어려운 소원일 것이다. 불가능한 ‘소원 실현장’으로 쓰지 말자. 오늘 내가 당장 할 수 있지만 굳이 안 했던 것, 약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그리고 하지 않으면 죽기 전에 후회할 ‘보통의 소원’을 써보자.

인생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인생의 행복이 결정된다.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사소한 일상들이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편지 한통씩 쓰기, 자동차 정비나 농업기술 관련 자격증 취득, 매일 골목길 쓸기, 맨발로 바닷가 걷기, 바람에 떨어지는 꽃비 맞기 처럼 하루하루 속에 수많은 행복의 알갱이를 뿌려놓는 것이다. 그 작은 알갱이들을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국민일보, 2016/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