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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시대, 종교의 갈 길

하마사 2016. 4. 7. 11:26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프란치스코 효과'는 없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주 2015년 통계를 발표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한국 천주교 신자는 565만5504명으로 인구의 1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는 9만4533명이 늘었지만 세례를 받은 영세자 수로 보면 감소세다. 2014년 영세자가 12만4748명이었던 데 비해 2015년엔 11만6143명이었다.

천주교계 안팎에선 2015년 천주교 통계 발표를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다.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4년이었다. 그렇지만 교리 교육을 거쳐 세례를 받고 교적(敎籍)에 올라 정식 신자로 잡히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리는 천주교 특성 때문에 진정한 '프란치스코 효과'는 2015년 말 통계에 반영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저출산 고령화'의 그림자가 종교계에도 드리워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종교계는 지금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저출산 고령화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거죠." 얼마 전 조계종의 한 원로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올 줄 모르고 전국적으로 불사(佛事)를 벌였는데 이젠 불자(佛子)는 둘째 치고 그 건물들을 지킬 스님도 부족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벌써 지방 교구 본사의 승가대학은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올 들어 조계종 교육원이 '출가 포스터'를 만들고 만 50세 이상 '시니어 출가'를 도입하려는 것도 출가자 감소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개신교계 역시 이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몇몇 지방의 신학대는 신입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또 생활고로 인한 미자립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이중직(부업)은 일반화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중직을 허용하는 교단도 생겨나고 있다.

모두 우리 종교계가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풍경이다. 인구와 소득이 늘면서 종교 인구와 종교 시설 역시 증가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학교 교실이 비어가는데 예배, 법회, 미사 참가 인원이 늘 수는 없다. 다행인 점은 한동안 애써 외면하던 이런 추세를 이제는 대부분 종교인이 수긍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개별 종교에 대한 충성도는 감소했을지 몰라도 명상(瞑想)을 비롯한 '영성(靈性)'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 점도 종교계 입장에선 새로운 가능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의 대처다. 성장 시대에 늘어나는 신도를 감당하기 위해 시설을 늘리는 것은 어쩌면 쉬운 대처 방법이었을 것이다. '종교는 서비스업'이란 말이 있듯이 이젠 허수(虛數)를 자랑할 게 아니라 서비스의 내용과 질을 이야기할 때다. 이미 잘 갖춰놓은 종교 시설을 선제적으로 시민에게 개방해 적절한 활용법을 찾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영적 서비스와 사회복지 서비스의 새 수요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효과'는 헛된 기대였는지 모른다. 어차피 교황은 한국에 100시간 머물다 떠날 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국민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모든 종교인이 선의의 서비스 경쟁을 벌이며 '21세기 한국의 예수, 부처 효과'를 일으킨다면 현재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 20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