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개별노조 탈퇴 가능"
금속노조의 탈퇴무효 소송서 기존 판례 깨고 새 기준 세워
"산별이든 개별이든 노조에 대한 선택, 근로자에게 맡겨야"
산별(産別)노조 산하의 지부나 지회가 독립된 단체로서의 자격을 가졌다면 산별노조에서 탈퇴해 개별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1997년 노동조합법이 산별노조를 허용한 이래 대법원은 '단체교섭권이 없는 산별노조 지부·지회는 산별노조를 탈퇴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헌법이 보장한 노조 설립 자유(결사의 자유)를 적용해 근로자의 '노조 선택권'을 확대하는 새로운 기준을 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산별노조를 주축으로 운영돼 온 노동계 관행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기로 한 발레오전장(電裝) 노조 총회의 결의를 무효(無效)로 해달라"며 금속노조 위원장 등이 낸 소송에서 '총회 무효'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독립성과 조직을 갖춘 지회가 자체 의결을 통해 탈퇴를 결정했다면 인정해야 한다"며 총회가 유효하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의 노조는 2001년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금속노조 산하의 지회가 됐다. 그러나 2010년 초부터 불법파업 강행 등으로 극심한 노사 분규가 발생했고, 직장 폐쇄까지 겪으면서 노조원 간에 의견 대립이 커졌다.
금속노조 계열의 강경파 집행부는 '끝까지 투쟁하자'고 했지만 대다수 근로자는 일터로 돌아가길 원했다. 근로자들은 2010년 5~6월 두 차례 총회를 열어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하고 지회장 등 노조 간부를 교체했다. 전체 조합원 601명 가운데 550명이 총회에 참석해 97.5%(536명)의 지지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자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계열 지회장 등은 '탈퇴 결정을 내리려면 금속노조 위원장과 지부장 등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금속노조의 규약'이라며 소송을 냈다.
산별노조는 전국 단위의 조직을 통해 노조의 교섭력과 단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별노조 규약 대부분이 한번 가입하면 탈퇴하기 매우 까다롭게 돼 있어 '노조판 노예계약'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과 2012년 열린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발레오전장 노조는 단체교섭권이 없는 금속노조 산하 조직에 불과해 독립된 노조가 아니므로 금속노조 탈퇴를 의결할 권한도 없다"며 금속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법원이 이날 대법관 13명이 전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로 1·2심을 뒤집고 새로운 기준을 세운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산별노조의 조직 유지 필요성 못지않게 근로자들의 노조 선택권도 중요하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노조가 어떤 조직 형태를 갖출 것인지, 또 조직 형태를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선택은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조 규약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와 노조 설립의 자유가 반영돼야 한다"며 "노동조합법이 노조의 조직 형태 변경을 허용하는 이유도 근로자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지회가 근로자 단체로서의 독립된 자격을 갖췄다면 소속 근로자들은 결의를 통해 지회의 형태를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다"며 "지회의 설치 경위, 운영 실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산별노조 산하 조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독자성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다만 산별노조의 지회가 무조건 개별 기업노조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발레오전장의 경우처럼 독립된 단체로 인정되거나 독자적인 단체교섭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산별노조 탈퇴와 조합 형태 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별(산업별)노조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설립되는 개별 기업노조(기업별 노조)와 달리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하나로 묶는 전국 규모의 노조. 노동계 입장에선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키워 고용자 측(사측)에 근로자들의 요구를 통일적·집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1997년 허용된 이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대학노조, 운송하역노조 등이 속속 산별노조로 전환해 민노총의 경우 조합원의 80%가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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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독립성 있으면 산별 노조 기업 노조로 변경 가능"
산업별 노조 산하 지부가 독립성이 있다면 상급 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변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산별 노조의 지회는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으로 인정돼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없었던 기존 노동법 판례를 뒤집은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산별노조 중심으로 진행된 노동운동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산업별 노조는 특정 산업 근로자 전체를 조합원으로 하는 노조로 산하에 지회를 두고 있다. 기업별 노조는 개별 기업 소속 근로자만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조다.
- ▲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 제공
◆ 대법, “독립성 있으면 상급 노조 탈퇴 가능”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경북 경주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의 근로자 정모씨 등 4명이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산별 노조를 탈퇴해 기업 노조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자 단결권과 노조 설립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조직형태와 유지, 변경의 선택은 근로자의 의사 결정에 맡겨져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산별 노조 산하 지회도 독자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기업별 노조에 준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금속노조 발레오전장 지회는 자체 규칙과 총회 등을 갖고 활동하고 있어 근로자 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발레오전장 노조는 2001년 민주 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 발레오전장 지회는 2010년 노사 분규가 장기화 되자 임시 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노조 형태를 산별 노조 지회에서 기업 단위 노조로 전환했다.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해 97.5%인 536명이 기업노조 전환에 찬성했다.
일부 금속노조 소속 간부와 조합원들은 노조를 상대로 총회 결의 무효 소송을 냈다. 1·2심은 “산별 노조 지회는 원칙적으로 조직 형태를 변경할 수 없고, 발레오전장 지회는 임금교섭 등을 금속노조 차원에서 이뤄졌다. 독립성이 없어 조직 형태 변경을 결의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금속노조가 아닌 지회 자체 결의라는 이유 만으로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원심 판단은 지회 독립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인복·이상훈·김신·김소영·박상옥 대법관은 “발레오 지회는 노동조합의 실질이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없다. 독립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 오락가락 하급심 변화 불가피…금속노조 이탈 유사 소송도 대법에 계류 중
이번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오락가락하던 하급심 판결도 기업별 노조의 독립을 인정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금속노조 산하 지회의 소송이 계류 중이어서 금속노조 산하 기업별 노조의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금속노조 산하 상신브레이크지회도 기업별 단위노조인 상신브레이크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도 김용덕 대법관이 주심으로 계류돼 있다.
원심은 상신브레이크지회가 독립된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산별노조로부터 기업 노조 변경에 대한 법원 판결은 오락가락했다. 산별 노조인 전국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의 한국양계축협지부가 기업별 노조인 한국양계농협노조를 상대로 조직형태를 변경해 예금을 인출한 것은 부당이득금이라며 낸 소송도 이인복 대법관이 주심으로 심의 중이다.
한국양계농협노조는 한국양계축협지부의 예금계좌 명의를 변경한 뒤 예금을 인출해 사용했다. 한국양계축협지부는 조직형태 변경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한국양계농협노동조합을 상대로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심은 “한국양계축협지부는 독자적으로 기업별 단위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거나 해산할 권한은 없지만, 노조의 자율성 보장과 민주성 신장에 부합한다. 조직형태 변경이 유효하다”고 했다.
전원합의체 판결문:http://www.scourt.go.kr/sjudge/1455861807557_150327.pdf
공개변론 영상:http://bit.ly/20HXI53
-조선일보, 201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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