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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부모

하마사 2016. 1. 19. 10:01

몇 년 전 일본 미에현 파친코 가게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생후 여섯 달 아기가 카시트에 앉은 채 숨졌다. 부모가 도박 게임 파친코를 하느라 열두 시간을 방치하면서다. 가나가와현에서도 부모가 파친코 하러 나간 사이 아홉 달 아기가 집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보호 책임자 유기 혐의'로 부모를 체포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어 파친코 가게 종업원이 주차장 차 안을 수시로 들여다본다고 한다.

▶2014년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다큐멘터리 '러브 차일드(Love Child)'가 나왔다. 미국 여감독은 2010년 수원에 사는 젊은 한국인 부부가 석 달 된 딸을 죽게 한 사건을 추적했다. 부부는 '사이버 딸'을 키우는 역할 게임에 빠져 정작 미숙아 딸은 돌보지 않고 때리기까지 했다. 부부는 PC방에서 밤을 새우고 집에 와 보니 딸이 죽어 있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아기가 "장기간 영양 결핍으로 굶어 죽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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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엔 생후 28개월 아들을 집에 버려둔 채 PC방을 돌며 게임을 하던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했다. 게임하러 가려는데 아이가 보채자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고 한다. 작년 말 인천 집에 갇혀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다 맨발로 탈출한 소녀에 이르러선 세상이 싫어졌다는 이가 많았다. 몸무게 16㎏에 여섯 살쯤으로 보였던 아이는 열한 살이었다. 종일 게임만 하는 아버지는 아이를 먹이지도,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마구 때렸다.

▶인천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장기 결석 어린이를 조사하면서 더 끔찍한 사건이 드러났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때리고 학대하던 아버지는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보관해 오다 붙잡혔다. 그도 20대 초반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에 중독됐다고 다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 속 폭력에 자주 노출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에 빠지면 현실감이 약해진다는 게 전문가 얘기다.

▶미국과 유럽에선 전쟁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끝에 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잇따른다. 그래도 게임 중독자가 자식을 어떻게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아이를 먹 이고 보살피는 것은 인간 본능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게임에 빠져 본능마저 흐려졌다면 애초에 더 근본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인격 미성숙, 공감 능력 부족 같은 결함이다. 그렇다 해도 '이놈의' 컴퓨터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세상 아이들을 제 부모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세상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6/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