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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분노조절 장애… 20대 男性 가장 많아

하마사 2015. 3. 4. 16:07

인격장애 3분의2는 10~30代…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폭행·상해 年5만건씩 "청소년기 이전 치료해야"

지난 24일 오전 1시쯤 김모(36)씨는 모텔에서 여자 친구와 술 마시는 문제로 다퉜다. 말다툼 끝에 여자친구가 모텔을 나가자 화가 난 김씨는 라이터로 침대 시트에 불을 붙여 모텔에 큰불이 났다. 이 방화로 투숙객인 40대 남성 한 명이 숨지고, 50대 여성 등 7명이 부상당했다. 불길이 번지자 김씨는 직접 119에 전화해 신고했고, 곧바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김씨의 우발적 방화 사건은 분노 조절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폭발성 행동 장애 사례라고 분석했다.

욱하는 충동 심리를 억제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인관계 갈등과 분노 표출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인격 및 행동장애 환자가 적지 않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성인 인격 및 행동 장애'에 대한 최근 5년간(2010~2014년) 자료를 보면 한 해 환자 수가 1만3000~1만4000여명에 이른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격 장애와 행동 장애로 의심되는 증세. 성별 '인격·행동장애' 진료 인원, 연령별 '인격·행동장애' 진료 인원.
이들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3명 중 2명은 10~30대 젊은 층이다. 특히, 20대 남성 진료 인원은 최근 5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고, 증가 인원 역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기준으로 20대는 전체 진료 인원의 2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30대 18.4%, 10대 17.3% 순이었다.

인격 장애란 정상적인 사회적 기능을 하는 데 장애를 일으키게 되는 성격 이상으로 지나친 의심, 냉담함, 공격성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를 말한다. 끊임없이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매사를 의심하고, 법과 윤리를 어기는 행동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습관 및 충동 장애'는 명백한 동기가 없는 반복적 행동이 특징으로 병적 도박, 방화, 도벽 등이 있다. 분노 조절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폭발적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명지병원 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어린 시절 자기 욕구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 적절한 사회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과잉 보호나 게임 몰입, 외톨이 생활 등으로 그렇지 못한 채 성장한 결과"라며 "남성이 더 공격적이고 폭력의 정도가 커서 여성보다 병원에 더 많이 올 뿐 내적 장애 요인은 여성들에게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인격과 행동 장애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해 우발적인 이유로 폭행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5만여명, 상해 범죄를 일으킨 사람도 5만명 선이다(2011~ 2013년 경찰청 통계).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갈등 자체가 많은 데다 이를 적절히 걸러줄 시민의식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어 인격·행동 장애가 어린아이 땡깡 부리거나 청소년이 깽판을 치듯 분노 표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소한 갈등 야기나 분노가 습관화되면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들 장애 환자가 스스로 진료를 결심하기가 어려워 주위의 격려와 권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신의진(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의원은 "인격 행동 장애는 뇌가 말랑말랑한 청소년기 이전에 고치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는 굳어질 우려가 있다"며 "학교에서 인성 교육은 물론 문제 학생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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