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한창 젊을 때인 70~80년대 초반에는 산아 제한이 인구 정책의 핵심이었다고 기억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맬서스의 인구론과 '인구 폭발'이라는 위협적인 단어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둘만 낳기 캠페인이었다가 나중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로 옮겨갔다. 예비군 훈련장에 보건소 차량이 나와서 무료로 불임 수술을 해줬고, 보건소 공무원들이 시골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을 교육했다. 정부 주도 정책 가운데 이처럼 성공한 것도 몇 없지 싶다. 국민도 열렬히 호응했다.
이런 세월이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저출산이 대한민국 미래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30년 만에 이렇게 180도로 달라지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맨 교수는 인구 감소로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10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2468만명으로 지금의 반 토막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만난 원로와 석학들도 "올해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30년 뒤에 돌아보면 올해가 대한민국이 가장 잘살았던 해로 기억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하나같이 저출산과 고령화를 지목했다.
저출산 실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2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2005년도에 423만명이었던 초등학생 수는 불과 9년 만에 272만명으로 광주광역시 인구에 해당하는 151만명이 줄었다.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를 감소시켜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활동도 약화된다. 이렇게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국력이 급격하게 쇠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발표한 장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오는 2022년이면 2%대, 2034년에는 1%대로 하락한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 가깝게는 청년일자리 창출이나 경력단절과 같은 고용문제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만혼(晩婚)을 줄이고 사회 조기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취업 전문성을 갖춘 전문대나 특성화고를 활성화해야 한다. 출산지원정책도 결혼과 출산에 직접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고, 출산 비용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도 보완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 이민청 신설과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장기비전과 세부 정책으로 풀어낼 핵심 추진체 설립이 시급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 모두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 다. 저출산 해소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민 모두 함께 나서야 한다. 위험은 서서히 다가오지만 그걸 알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은 북한의 핵 문제보다 더 심각한 국가적 위협이다. 국민과 기업, 정부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야말로 산아제한 정책의 열정과 적극성으로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
-조선일보,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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