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은 말단 영업사원에서 굴지의 의약품 회사 오너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간 삶의 정신은 ‘병(丙)이 되자’이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을에게 갑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갑의 위력과 을의 서러움을 절감한 사람일수록 갑의 자리에 오르려고 몸부림친다. 그런데 안 회장은 을도 아닌 병의 자리에서 살았던 것이다. 수줍은 성격으로 거래처를 찾아갔을 때 얼마나 많은 설움과 애환이 있었을까 짐작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나그네 설움’ 한 대목을 부르면서 스스로 낮아지고 고객들을 왕처럼 진심으로 대했다. 할 수 없이 약자가 된 사람은 속에 울분이 쌓인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할 수 없다. 자신의 자존심을 꺾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낮춘 사람은 초연한 마음으로 큰 섬김을 실천할 수 있다. 안 회장의 성공은 바로 이 큰 섬김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고객이 감동하기까지 섬기라고 한다. 일시적인 서비스로는 감동받기 힘들다. 가장 크고 완전한 섬김의 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주님이야말로 제대로 병이 되신 분이다. 지배하기보다 섬김으로 위대한 승리를 이룬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고일호 목사(서울 영은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5/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