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침묵

하마사 2015. 3. 26. 16:25

[겨자씨] 침묵 기사의 사진

사순절을 보내며 얼마 전 저희 교회에서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소재로 한 연극을 공연했습니다. 침묵은 17세기 일본 규슈 나가사키 지방에서 벌어진 가톨릭 박해를 소재로 한 소설로,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와 이 문제로 일본에 파송된 로드리고 신부의 고뇌를 다루고 있습니다.

로드리고는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들이 박해 가운데 신음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침묵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향해 끝없는 질문을 퍼붓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데 예수님의 절규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볼 때도 우리는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한반도의 상황도 그렇습니다. 참 많은 성도들이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환난이 곧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바로미터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침묵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존재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며 지금 이 순간도 우리와 함께 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침묵이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침묵을 깨뜨리고 부활을 꽃피우는 사랑입니다.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5/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