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상담

스포츠 멘털 전문가 조수경 박사

하마사 2013. 7. 3. 10:49

[박인비 슬럼프 脫出 도운 스포츠 멘털 전문가 조수경 박사]

2009년 스포츠심리연구소 열어
"부모·코치·나라 위해 뛴다"는 선수들 맹목적 희생정신 충격
"나만이 가진 능력 표현하며 스스로 감동하고 행복해야 지켜보는 사람들도 공감하죠"


	올해 4월 하와이에서 열린 미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만난 조수경 박사(오른쪽)와 박인비
올해 4월 하와이에서 열린 미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만난 조수경 박사(오른쪽)와 박인비. /조수경 박사 제공

 

 

 

 

 

 

 

 

 

 

 

 

 

 

 

 

 

 

 

 

 

 

 

 

 

 

 

1일 막을 내린 제68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박인비(25)가 63년 만에 시즌 개막 후 메이저 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자 미국 언론과 동료 선수들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그녀의 정신력을 높게 평가했다. 호주의 베테랑 골퍼 캐리 웹은 "박인비는 심장이 뛰지 않는 것 같다"고 했고, 우승 경쟁을 했던 김인경은 "박인비는 부담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안다. 그런 선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작 박인비는 "지난 5년 동안 심리 상담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키워준 조수경 박사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동안 매주 조 박사와 심리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다져온 '긍정의 힘' 덕분에 위기가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지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심리학 박사 조수경(43·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장)씨는 멘털 트레이닝을 통해 박인비·박태환·손연재·양학선 등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경기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박사는 "처음에는 선수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훈련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고 하던 국내 스포츠계도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며 "멘털 트레이닝의 목표는 긍극적으로 행복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이화여대 체육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스포츠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멘털 트레이닝의 세계에 매료됐다고 한다. 당시 보스턴 대학의 저명한 스포츠심리학자들은 미국 프로야구 MLB의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프로농구 NBA의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하고 있었다. 조 박사는 인턴십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스포츠 스타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갖추도록 돕는 과정을 지켜봤다.

미국의 스포츠 스타들과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행복한(happy)'이었다. 이들은 '내가 이렇게 하면, 혹은 저렇게 하면 결국 내게 행복한 방향이 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스포츠심리학자들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관점에서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팀 스포츠라 하더라도 결국 구성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팀도 행복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철학이 깔려 있었다.

2009년 서울에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를 마련한 조 박사는 국내 선수들과 상담하면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행복을 언급하는 선수가 없었다. "우리 선수들은 모두 부모님을 위해서, 코치 선생님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요." 조 박사는 "행복하지 않은 선수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오래갈 수 없다"며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자존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찾아나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美 ‘투데이 쇼’에 출연한 박인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연승을 차지하며 LPGA의 역사를 새로 쓴 박인비(오른쪽)가 미국 NBC의 아침 방송 ‘투데이 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美 ‘투데이 쇼’에 출연한 박인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연승을 차지하며 LPGA의 역사를 새로 쓴 박인비(오른쪽)가 미국 NBC의 아침 방송 ‘투데이 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IB월드와이드 제공
2009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는 매일 일기를 썼다. 긍정적인 생각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매주 한 가지씩 이것 하나만은 하자는 화두(話頭)를 정한다. 자신감이 부족해 스윙이 움츠러드는 것 같으면 '어깨 턴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을 일주일 동안 하는 것이다.

5년 전 박인비와 함께 세운 목표가 '우승'이 아닌 '행복한 골퍼가 되는 것'이었는데, 손연재도 '어느 대회 몇 등'이 아니라 '행복한 리듬체조 선수가 되는 것'이란 목표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종목마다 표현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이들에게 행복이란 '나만이 가진 능력을 표현하면서 스스로 감동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그 감동을 전하는 것'이다.

양학선처럼 3~4초에 승부가 결정되는 체조 선수에게는 굉장히 세밀한 루틴(routine)을 함께 만든다. 그동안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가장 경기력이 좋았을 때의 동작을 모아서 만드는 것이다. 양학선은 작년 런던올림픽에서 경기장에 들어선 이후 착지에 이르는 동작까지 미리 준비한 그대로 재연했다.

그렇다면 행복도 트레이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조 박사는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늘 장점이 극대화되어 나타난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