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현우 문화부 차장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63세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읽으며,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본다. 그는 영화 '굿모닝 베트남'에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DJ였고,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월트 휘트먼의 시를 읊으며 삶을 찬미했다. 그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의 존재 자체이며, 내 삶은 한 편의 강렬한 연극이자 시가 될 수 있다"고 통렬하게 말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1일 오전 11시 45분 자신의 침실에서 벨트로 목을 맨 채 문에 기대앉아 있었다. 변사체로 발견되기엔 너무 환한 대낮이었다.
6개월 전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자신의 아파트 욕실에서 팔뚝에 주삿바늘을 꽂은 채 숨졌을 때, 그가 출연한 명작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가 떠올랐다. 마약에 중독된 패륜아를 연기했던 호프먼과 그의 죽음이 불길하게 연결되면서 그의 마지막 선택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로빈 윌리엄스를 떠올리면 항상 입을 일자로 다물고 미소 짓는 얼굴이 생각난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았고, 또 그런 역할들만 맡았던 그가 왜 스스로 삶을 포기했을까.
윌리엄스는 젊은 시절 마약 중독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으로 재활센터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 왔고, 술의 힘으로 병을 이기려다가 결국 최악의 방법으로 파국(破局)을 택한 것 같다.
윌리엄스의 어린 시절은 무척 외로웠다. 포드 자동차의 고문이었던 아버지와 모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방이 40개나 되는 저택에서 자란 윌리엄스는 장난감 군인들과 대화하며 혼자 놀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 어렸을 적 유일한 친구는 내 상상력뿐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늘 멀리 떠나 있었고, 어머니도 줄곧 보모에게 그를 맡겨두고 일하러 나갔다. 그는 '애정 결핍 증후군(Love Me Syndrome)'을 앓았다고 말했다.
스크린에서 만나는 윌리엄스는 항상 유쾌하거나 진지하고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자전거가 50대나 있고 매주 160㎞씩 라이딩을 하는 운동광(狂)이었다. 또 키스 자렛의 피아노 솔로를 즐겨 듣는 재즈 마니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으며, 마약에 빠지고 알코올·우울증과 싸웠다.
대중의 무차별적 관심을 받는 연예인은 피곤하고 골치 아픈 직업이다. 음주운전만 해도 신문에 보도되고, 누구와 사귀는지 헤어졌는지, 카지노 출입을 했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다. 아무도 그들에게 연예인이 돼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기에 "왜 나를 이렇게 귀찮게 하느냐"고 불평한다면 자신의 직업의식이 투철하지 못함을 드러낼 뿐이다.
"오, 나여! 오, 생명이여!(O me! O life!)" 하고 삶의 위대함을 찬양했던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는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25년 전 영화에서 외쳤던 대사와 정반대의 선택을 함으로써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해버린 격이 됐다. 그의 죽음이 쓸쓸하고 안타까운 이유다.
-조선일보, 2014/8/15
'자기계발 > 기타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황 訪韓기간 '일용할 양식'은 大田 '성심당' 구운 빵 (0) | 2014.08.15 |
---|---|
'평화' '사랑' '희망'의 선물 안고 한국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0) | 2014.08.15 |
권력과 우정 (0) | 2014.08.14 |
전쟁 한창이어도 휴가는 즐기는 미국의 대통령들 (0) | 2014.08.12 |
종교지도자들이 길을 잃으면 (0) | 2014.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