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건강

심장마비 이기는 법

하마사 2014. 5. 20. 09:19

2000년 잠실야구장, 롯데 자이언츠 포수 임수혁이 2루에 서 있다 갑자기 쓰러졌다. 다들 임수혁에게 달려갔지만 어찌할 줄을 몰랐다. 병원으로 옮기려고 들것이 들어왔다. 가운 입은 간호사가 다가갔지만 사람들은 비키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산소가 부족해 이미 파랗게 변색한 임수혁의 얼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구급대는 전문 처치를 하는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가지 않고 근처 동네 병원부터 갔다. 임수혁은 9년10개월을 식물인간으로 살다 세상을 떴다.

2011년 어버이날, 프로축구 선수 신영록이 경기 중에 픽 쓰러졌다. 트레이너와 의료진이 뛰어와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앰뷸런스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와 그를 싣고 종합병원으로 달렸다. 의료진은 의식을 되살리려고 저체온(低體溫) 요법을 시행했다. 신영록은 심장마비를 일으킨 지 46일 만에 극적으로 의식을 찾았다. 매우 드문 경우다. 그가 깨어나 맨 처음 한 말은 "엄마"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허둥대다 잃은 임수혁이 신영록을 살렸다.

[만물상] 심장마비 이기는 법
10년 전쯤 서울 어느 대학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의료진이 회진을 도는데 할머니 환자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당황한 의대 교수가 소리쳤다. "야! 빨리 의사 불러!" 의사들도 정기적으로 CPR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가슴을 압박하는 깊이 3~5㎝와 1분에 100차례 넘게 하는 속도의 감(感)을 유지하려면 2년마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국제병원인증(JCI)은 병실 청소원과 배식 요원도 CPR을 배우라고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증과 일시적 심장마비로 8일째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조만간 일반 병실로 옮긴다고 한다. 심장 박동이 돌아왔는데도 2주 안에 깨어나지 못하면 통상적으로 의식이 안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회장은 수면 치료를 받고 있기에 상황이 좀 다르다. 수면제를 끊고 이틀쯤 지난 시점에 뇌 손상 정도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심장 소생을 놓고 '보통 사람도 그 상황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 회장이 받은 '에크모(체외 심폐순환장치)'는 웬만한 대학병원에 다 있다. 건강보험도 된다. 저체온 요법은 39개 병원에서 한다. 대기업 회장이건 누구건 생명은 심장마비 후 4분 안에 주변 사람이 CPR을 얼마나 신속히 하느냐에 달렸다. 심폐소생술을 배우면 누구나 심장을 구하는 '하트 세이버(heart-saver)'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위한 생명 기부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