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복역 사형수 석방]
일가족 4명 살해 혐의로 수감, 증거조작 가능성 인정돼 가석방
누나가 결혼 포기하고 법정싸움… 반세기 만에 재심 이끌어 내
"죄없는 사람이 사형당할수도" 시민단체들, 사형제 폐지 요구
27일 오후 일본 도쿄 구치소에서 사형수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巖·78)씨가 48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법원이 증거 조작 가능성을 인정,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가석방한 것이다. 동생의 무죄를 믿고 반세기에 걸쳐 법정투쟁을 벌인 누나 히데코(秀子·81)씨는 "잘 돌아왔다"며 동생을 끌어안고 감격했다. 하지만 오래 수감 생활로 치매 증세가 있는 동생은 무표정하기만 했다.
한때 일본 페더급 6위 권투선수였던 하카마다씨는 1966년 6월 자신이 일하던 된장 제조업체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 방화한 혐의로 체포됐다. 동생이 살인범으로 구속되자 누나는 충격에 외출도 꺼렸다. 술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그녀는 "나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외치는 동생을 믿기로 했다. "내가 쓰러지면 동생의 억울한 사형을 막을 수 없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당시 이혼해 혼자 살던 그는 재혼도 않고 동생 무죄 증명에 매달렸다.
- 48년을 복역한 하카마다 이와오(왼쪽)씨가 27일 재판을 위해 도쿄 구치소를 나오는 모습. 치매 때문인 듯 무표정한 얼굴이다. 오른쪽은 반세기 동안 동생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법정투쟁을 벌인 누나 히데코(오른쪽)씨. /AP 뉴시스
14년 만인 1980년에 사형 확정 판결이 났지만, 누나는 재심을 청구하며 싸움을 계속했다. 그 집념에 변호사와 시민단체들도 지원하면서 증거의 허구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하카마다씨가 범행 당시 입었던 피 묻은 옷을 유력 증거로 제시했지만, 1981년 그 옷이 하카마다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검찰은 의류가 간장통에 오래 담겨 있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무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 정부도 사형 집행을 미뤘다. 하카마다씨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수감된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결정적인 전기는 2012년 실시한 의류에 묻은 혈액 유전자 감식 결과에서 나왔다. 유전자가 하카마다는 물론 피살자들과 일치하지 않았다. 1심 재판에서 사형판결을 내렸던 전직 판사는 "당시 증거가 조작됐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분위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양심고백을 했다.
시즈오카 지방재판소는 가석방을 결정하며 "중요한 증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계속 구금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사형제를 유지해 온 일본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사형제 폐지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 앰네스티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죄 없는 사람도 사형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사형제도 유지 여부에 대해 국민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1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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