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 사이 십자가 불빛, 농촌교회 내일을 비추다
의외였다. 그냥 농촌교회려니 했는데, 많이 달랐다. 겉으로야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속으로 파고드니 딴판이었다. 교회는 역동적이었다. 그리고 미래를 향한 부푼 희망을 붙들고 있었다. 궁핍과 미자립으로 대변되는 농촌교회가 아니었다. 충남 홍성군 갈산면 신안리 구성부락의 구성교회 이야기다.
사전에 듣긴 했지만 찾는 길이 너무 쉬웠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홍성IC로 빠져 금세 교회를 만났다. 톨게이트를 통과해 예산 방향으로 10분쯤이나 갔을까 오른쪽 들판에 십자가탑을 머리에 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구성교회’라는 글씨가 보였다.
교회는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콩, 옥수수, 인삼 등 갖가지 작물이 심긴 밭들과 사이사이 자리 잡은 농가들, 그리고 간간이 눈에 띄는 축사들…. 멀리서 본 것과 달리 교회는 본당과 교육관, 수양관 등 세 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그 중 본당에는 최근 공사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왠지 모를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졌다.
기적
“이제 막 본당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교인들이 뜻과 힘을 모았습니다. 새로운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죠.”
방문객을 맞은 최진(51) 목사는 질문 없는 대답부터 내놓았다. 첫 마디 치고는 다소 호기롭고 거창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강한 의욕과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특히 그의 말 중 ‘기적’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 겨울 지역에 몰아친 구제역 파동 이후 교회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축산농가가 피해를 입는 와중에 이 지역은 무사했습니다. 교회에서 철야로 기도한 덕분임을 교인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인정했습니다.”
먼저 교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한 교인들은 한층 소리 높여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수양관 건축 과정에서 생긴 부채를 청산하는 일에 너도 나도 나섰다. 본당 리모델링으로까지 이어졌다. 교회 바깥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교회를 향해 쌓았던 벽을 스스로 허무는 주민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들 입에서 “교회에서 기도해준 덕분”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과연 기적이었다.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기적임에 틀림 없었다. 처음 교회에 들어섰을 때의 심상찮은 기운이 이 때문이었나 싶었
다. 열악한 조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농촌교회들을 향한 하나님의 작은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신
구성교회는 자생 교회다. 홍성읍까지 10여㎞ 길을 걸어서 교회에 출석하던 이 마을 주민들이 1950년 최계성 권사 집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6·25전쟁의 와중에도 꾸준히 예배를 드리던 중 51년 조월주 전도사의 파송과 함께 홍성성결교회(당시 정재학 목사)의 지교회 형식으로 공식 설립됐다. 최 목사는 지난해 3월, 13대 담임목회자로 부임했다.
“처음 부임해서 교회 역사를 찾아보니 자료가 참으로 빈약했습니다. 오래 다닌 교인들의 증언을 듣고 홍성성결교회 등 여러 곳을 다니며 교회 뿌리 찾기에 나섰습니다. 오는 10월 창립 60주년 행사 때는 어느 정도 교회 역사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회에는 교인들의 헌신이 크고 작은 기둥으로 받치고 있다. 특히 몇몇 성도의 헌신은 지금도 교인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지금 교회 창립 60주년 행사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정호(51) 장로. 지역에서 축산업을 하는 그는 교회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최근엔 어르신 교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공사를 위해 6000만원을 선뜻 헌금했다. 고(故) 이기창 장로는 신부전증으로 투석을 해가면서 구성수양관 건축을 진두지휘했다. 이용웅(91) 장로는 교회의 미래 사업을 위해 3000여평의 땅을 교회에 헌납했다.
성령
구성교회는 교회학교 30여명과 장년 120여명의 교인을 갖고 있다. 장년 교인 중 50대 이하가 50여명, 60대 이상이 7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촌교회 치고는 50대 이하가 많은 편이다. 구제역 파동 이후 연출된 ‘기적’으로 인근 축산업 종사자들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교인 구성에서 또 하나 특이한 게 있다. 홍성군과 예산군 주민이 거의 절반씩이라는 사실이다. 교회 앞길을 사이에 두고 두 군(郡)이 경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둘러볼 만한 곳도 꽤 있다. 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8㎞ 내에 홍성 방면으로 건축박물관과 한용운 동상, 예산 방면으로 덕산온천과 추사 김정희 생가 등이 있다. 그리고 서산 쪽으로 해미읍성과 정순왕후 생가가 있고, 갈산 쪽으로 김좌진 장군 생가 등이 있다. 서해안이 지척에 있으며 삼준산 가야산 용봉산 등도 있어 바다와 산을 두루 즐길 수 있기도 하다.
구성교회는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말씀으로 무장하고 성령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교회로 만드는 것이다. 구제역 파동 이후 일신된 분위기를 내쳐 몰아 초대교회 마가의 다락방을 방불케 하는 교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모두 하나님을 뜨겁게 만나는 진정한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싶다”는 최 목사의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의 교회 표어를 ‘선봉에 서는 교회’로 정했다. 구성수양관을 통해 다른 교회와 단체들을 최대한 섬기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비전
지난 7일 구성교회 성도들은 감격적인 주일예배를 드렸다. 본당 리모델링 공사로 두어달 수양관에서 예배를 드리다 다시 정상화하게 된 것이다. 최 목사는 하나님의 능력에 대해 설교하며 북받치는 감동으로 울먹이기까지 했다. 교인들도 저마다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며 눈물의 기도를 했다.
교회는 10월 3일 창립 60주년 행사를 연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이 땅의 농촌교회로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자리다.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농촌교회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소리가 높은 지금, 구성교회는 한국교회의 비전이 될 만했다.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구성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지만 큰 교회’ ‘약하지만 강한 교회’ ‘낮지만 높은 교회’….
■ 근처 맛집 - 파라다이스가든
구성마을 맞은편의 동막마을 표지석을 끼고 죽 올라가면 삼준산 자락에 가곡저수지가 나온다. 널따란 저수지 둘레에는 많은 등산객과 산책객들을 겨냥한 음식점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자리한 파라다이스가든은 음식맛은 물론 분위기 또한 일품이다.
맨 먼저 커다란 물레방아가 눈길을 끈다. 목공예를 하는 작업장이 그 옆에 있다. 음식점 건물 앞 잔디밭에는 생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간이 무대도 마련돼 있다. 잘 꾸며진 정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음식점 안 저수지 쪽 창은 대형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음식을 먹으면서 아름다운 경관도 함께 즐기라는 배려다. 실제로 음식을 먹다 보면 눈길이 자꾸만 창밖으로 향한다.
주 메뉴는 오리와 닭 요리. 오리주물럭, 오리탕, 엄나무오리백숙, 토종닭도리탕, 토종닭백숙 등이다. 모두 4만원씩으로 3∼4인이 거뜬히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저수지에서 잡은 붕어와 메기로 끓여주는 얼큰한 매운탕도 별미다.
구성교회 집사이기도 한 양정숙 대표는 “직접 사육한 오리와 닭, 청정야채로 조리하기 때문에 맛이 뛰어나다”면서 “한번 찾은 손님이 계속 오실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홍성군 갈산면 가곡리 107(041-632-1489).
생선회를 원하면 안면도 쪽으로 방향을 잡아 궁리수산을 찾으면 된다. 회를 주문하면 기본음식(스케다시)이 코스요리 식으로 10여 가지나 나온다. 새조개, 주꾸미, 대하, 꽃게 등도 취급한다. 홍성군 서부면 궁리 710-14(041-631-4688).
■ 구성교회 가는 길
서울에서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홍성IC로 나가면 된다. 톨게이트를 통과해 이내 만나는 양갈래 길에서 예산 방향으로 우회전, 조금만 가면 오른쪽에 ‘구성마을’ 대형 표지석과 함께 제법 큰 농로가 있다. 농로를 향해 바라보면 두 개의 십자가 탑이 보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용산역에서 장항선을 타고 홍성역에서 하차해 갈산행 마을버스로 바꿔 타고 구성마을이나 동막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대전 쪽에서는 대전∼당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수덕사IC로 빠져나가 갈산 방면으로 우회전해 구성마을까지 가면 된다. 내비게이션으로는 홍성군 갈산면 신안리 산14-20(041-634-0292)으로 검색한다.
홍성=글 정수익 선임기자·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sagu@kmib.co.kr
-국민일보, 20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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