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역사/한국교회역사탐방

[국민일보선정 아름다운 교회길] (16) 강원 속초감리교회

하마사 2014. 3. 11. 17:51


동해 풍파·현대사 격동 견뎌온 ‘신앙의 등대’ 한세기

마사다 성벽을 보는 듯했다. 지난 3일 새벽, 짙은 해무가 성벽을 둘러싸 그 성벽 위 교회 십자가는 드러나고 가려지기를 반복했다. 속초감리교회의 새벽은 그렇게 예수의 수난을 예고하는 말씀처럼 무거웠다. 바다 안개 때문이었으리라. 1950년 그해 6월도 이랬을지 모른다.

교회 지형은 조선 사발을 엎어 놓은 것과 같다. 성서적으로는 사해 해안의 유대인 요새 마사다와 비슷한 구릉이다. 바로크양식의 교회당은 구릉 아래 동명항에서도, 좀 더 멀리 아바이마을로 불리는 청호동에서도 마치 ‘삶의 등대’처럼 또렷하게 보였다. 교회는 속초의 중심 청초호와 동해를 굽어 보고 있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의 모교회는 이처럼 지역공동체 랜드마크로서 우뚝하다.

교회는 요새 지형이긴 해도 어디서도 접근이 쉬웠다. 정면, 좌·우 측면에서 가볍게 걸어 오를 수 있었고 자가용을 타고서도 예배당 현관까지 닿을 수 있을 정도다. 정면 우측 출입구는 천주교회 정문과 나란히 하고 있다. 아담한 천주교회당은 얼핏 부속 성전처럼 보인다. 신·구교의 매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 같은 장소는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다. 특히 좌측 교회 정문을 통해 천주교회로 가려는 천주교인은 어쩔 수 없이 개신교회 마당을 가로지르기 마련이다. 천주교 사제가 부활절과 같은 특별한 날 옆 개신교회 목사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것도 담 하나 사이를 두고 이웃한 정 때문이다.

속초감리교회는 출석 교인 740명, 재적 1100명으로 지역에서 제법 큰 교회다. 속초 인구가 지금은 8만이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10만명이었다. 반면 복음화율은 10% 미만. 설악산에 큰 절이 많아 선교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이곳 목회자들의 얘기다.

이곳 사람들은 속초의 경기가 너무 침체되어 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명태 주산지였으나 북측 동해 바다에서 명태 싹쓸이를 하는 중국 어선 때문에 주산지의 명성이 빛을 바래 가고 있다. 더구나 교회 앞 동명항은 남북 교류가 한창일 때 북한 선박이 명태를 하역하고, 일본 한국 러시아를 오가는 정기여객터미널로 운용됐으나 남북경색 등으로 항구의 기능이 상실되다시피 했다.

동명항의 침체는 지역공동체와 교회가 겪는 현실이자 새로운 한 세기를 준비하라는 비전이기도 하다.

속초감리교회는 1927년 스물두 살의 미국 여선교사 케이트 쿠퍼(1886∼1987)에 의해 세워졌다. 그러나 속초사람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남북 분단으로 인한 적성 통치, 한국전쟁과 수복 등의 현대사 속에서 늘 경계에 서 있어야 했다. 그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교회는 말씀으로 그들을 위로했고, 1980년대 축복과 성장을 동반했다. 경계에는 늘상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엡 4:31)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교회가 그 마을 중심에서 위로로 근 100년을 이끌었다.

교회 설립 무렵만 하더라도 속초는 양양군 속초리라는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1908년 10월 22일 미국 남감리교회 평신도 선교사로 부산에 도착한 쿠퍼가 개항지 원산을 축으로 남하하며 기도처소를 세워나갈 때도 오늘과 같이 강원 영동 지방 구령의 모교회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때문에 속초리 바닷가 기도처로 시작한 교회 설립 연도는 그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다. 단지 속초감리교회가 보관하고 있는 ‘속초교회연혁보고서’에 다음 구절이 명시돼 1927년으로 기점을 잡았다.

‘1917년 5월경 원산 보혜성경학원 쿠퍼 선교사가 동해안 일대 전도한 바 이영학씨가 믿기로 결심하고 온 가족이 그 집에서 예배드림이 속초교회의 시초입니다. 그 후 1927년 5월15일 쿠퍼 선교사의 후원으로 초가 8칸을 사서 수리하여 감리교회를 설립하고 초대 구역장으로 송정근 목사님께서 시무하시다.’

이후 속초감리교회는 원산에서 신학문을 접한 크리스천 평신도를 중심으로 소위 인텔리겐치아에 의한 계몽의식 발현의 창구가 됐다. 고 우석구 강용운 장로, 지양익 유사(교회 행정사무장을 일컬음) 등이 한글과 성경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던 것.

40년대 초 이러한 평신도운동은 일제 탄압으로 8칸 교회와 성물을 빼앗기고, 속초주재소에 끌려가 심문 받다 복역을 하는 등 리더들의 수난으로 나타난다. 칼찬 순사가 예배 시간에 순검을 이유로 감시하다 보니 교회는 폐쇄 위기까지 간다. 그리고 맞은 해방. 한데 38선 이북에 속한 속초감리교회는 적성 치하에서 강대상까지 몰수당하는 등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를 맞는다. 50년 5월 20여명의 신자가 공산 치하의 와중에서도 예배를 이은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교회는 적성 치하의 기록이 없다. 전쟁과 수복 무렵 기록도 없다. 남과 북, 경계에서 신앙을 지키며 생존해야 했던 이들에게 기록을 남기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6·25 직전 북의 예비검속으로 원산지방 목회자들이 대대적으로 검거돼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속초감리교회 역사처럼 그 역시 ‘공란’이다. 목자나 그 양이나 칼끝 앞에 서 있던 시대였다.

속초감리교회는 평신도가 교회를 지켜 왔다. 따라서 이 교회는 평신도 정신이 강하다. 백승규 목사는 “교회 초기 작은 어촌 교회이다 보니 전임 목회자가 없었고 평신도가 이끌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정신이 지금도 평신도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요인”이라며 “교회의 사회·문화운동이 활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개방적 교회 분위기를 장점으로 꼽았다.

예배당 옆 ‘속초 늘푸른요양원’이 눈에 띈다. 대도시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이곳에 교회가 나눔의 일환으로 세웠다. 20여명의 노인이 교회의 보살핌을 받는다. 속초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찰의 영향력이 강하다. 노인복지시설 또한 사찰 관련이 70%. 따라서 크리스천도 어쩔 수 없이 사찰 관련 노인복지시설에 입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별세했을 때, 그 시설에서 특정 종교 상징물을 커튼 등으로 가리고 예배를 봐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교회의 기독교 요양원 설립은 이러한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안준일(68·늘푸른요양원 운영위 대표) 장로는 “노인대학을 10년 이상 운영하고, 독거노인을 보살피고, 고령자 의료봉사 활동을 늦추지 않는 건 끝까지 구원의 길을 잃지 않도록 밝혀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도심에 위치한 교회는 도시 중심의 이동으로 침체했다가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속초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구릉 위 교회 진입이 차로 10분 이내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바다와 도시를 바라다보며 묵상하기 좋을 만큼 아름다운 것도 매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자교회가 갖는 영성이 세속에 지친 영혼을 이끄는 바닷가 소나무 숲길이 되기 때문이다. 경계의 삶은 영성을 강화시킨다.

■ 속초감리교회 가는 길

서울 강남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하면 된다. 강남터미널을 출발, 속초 조양동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1, 7-1, 9-1, 19-1번 버스를 이용해 교회 입구 하차.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 시외버스를 타면 교회 옆이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이다. 두 경우 모두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미시령터널을 통과하는 고속화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2시간30분 정도면 도착한다.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338번지 속초감리교회(033-635-5114).

■ 근처 맛집 - ‘동명횟집’

“중매인이 직접 운영하는 횟집이라는 것을 크게 써 주세요.”

동명항 횟집거리 초입 3층 건물에 자리 잡은 동명횟집(033-635-9900·동명활어직판장)의 이경애(47·사진) 사장이 당부한다. 이곳에 자리한 횟집은 대부분 그날 잡아온 싱싱한 활어만을 사용하고 수족관의 물도 바닷물을 끌어 들여 24시간 순환시킨다. 당연히 내륙에서 맛본 회와는 신선함에서 비교할 수 없다.

매일 아침 이씨의 남편 황귀헌(49·중매인)씨가 중매에 참여해 자연산 바닷고기를 골라온다. 또 인근의 소문난 횟집은 두루 걸쳤다는 주방장이 노련한 칼솜씨로 입에 달라붙도록 회를 뜨는 것도 소문난 비결.

횟감이 상에 오르기 전 한 상 가득 곁가지 요리(스키다시)가 넉넉하게 오른다. 오징어 멍게 해삼 개불 문어 새우 홍게 전복 가리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골고루 맛을 보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 새 본회가 올라온다. 고추냉이를 섞은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자 쫀득쫀득한 식감과 바다 향이 입안 가득하다. 우럭은 고소하고 감성돔은 꼬득꼬득하면서 깨끗하고 광어는 뒷맛이 담백하다.

여주인의 인심 또한 넉넉해 회가 부족하다 싶으면 부담 없이 상 한쪽의 벨을 누르면 된다. 적당히 회를 먹고 나면 생선머리와 뼈를 추려 매운탕을 끓여 준다. 시어머니가 집에서 담근 장에다 주방에서 따로 만든 비법 양념장을 섞어 끓여낸 탕은 적당히 칼칼하고 시원하면서 그 맛이 달다. 특히 오징어 철이 시작된 요즈음 야들야들한 오징어회는 반드시 맛을 보아야 후회가 없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5분 거리. 속초시 동명동 52-15. 모둠회 자연산은 10만∼14만원, 양식은 8만∼12만원.

속초=글 전정희 기자·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jhjeon@kmib.co.kr

 

-국민일보, 201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