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기타자료

수화(手話)

하마사 2013. 12. 14. 09:09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 3월 메릴랜드주(州)에서 에너지 정책에 관한 연설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와 청중과 차례로 악수했다. 청중석에 있던 한 남학생이 손을 내미는 대신 수화(手話)로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걸 본 오바마는 금세 그 뜻을 알아채고 오른손을 입 근처에 댔다가 앞으로 내밀어 "고맙다"는 뜻의 수화 손동작으로 답했다. 대학생은 그날의 감동을 유튜브에 미국식 수화로 올렸다. 수화는 한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인간의 소통 수단이다.

▶1976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4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난폭한 간호사 역을 맡아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루이스 플레처가 연단에 올랐다. 그녀는 입은 굳게 다물고 두 손을 연신 움직였다. "나는 농아인 어머니와 아버지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나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셨고 오늘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듣지 못하는 부모님을 위한 그녀의 수화 소감 발표에 박수가 쏟아졌다.

만물상 일러스트

▶수화는 17세기 스페인의 청각장애 교육자 보넷이 알파벳 22개에 대응하는 지문자(指文字)를 고안해내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18세기 중엽엔 프랑스 교육자가 파리농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수화 교육을 했다. 수화는 손가락과 팔의 움직임만으로 하지는 않는다. 손가락·팔에다 눈빛과 표정까지 섞으면 수백, 수천 가지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

▶한국에선 1909년 미국인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가 평양 맹아학교에 농아부를 부설해 처음 수화 교육을 실시했다. 한·일 합병 이후엔 서울선희학교(국립농학교) 전신인 제생원의 농아부에서 일본식 수화를 가르쳤다. 우리 수화는 1947년 국립맹아학교 윤백원 초대 교장이 한글 지문자를 창안한 것이 효시가 되었다. 현재 한국농아인협회, 국립국어원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선 무료로 수화를 가르쳐준다.

▶그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추모식에서 수화 통역을 했던 남자가 엉터리 수화를 했다. TV 화면을 보면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모 연설을 하는 동안 바로 옆에 서서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거나 양손을 겹치는 등 의미 없는 동작을 반복했다.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다는 그는 "당시 환각에 빠져 있었다"고 변명했다. TV 카메라 앞에서 전 세계 농아들을 향해 공공연하게 거짓 쇼를 벌인 것이다. 멋진 수화로 감동적 장면을 보여줬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처구니없는 수화 사기에 걸려든 셈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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