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기타자료

기관총으로 사살됐다는 장성택, 저 北을 어찌해야 하나

하마사 2013. 12. 14. 09:05

지난 40여년간 북한의 2인자였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 현장에서 붙들려 나간 지 나흘 만인 12일 특별 군사재판을 받고 곧바로 처형됐다. 북이 내놓은 사진에 나온 장은 눈두덩과 손에 푸른 멍이 든 상태였다.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은 "장성택 처형은 기관총 사살로 추정한다"고 했다. 앞서 처형된 리용하, 장수길도 기관총 처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 체제는 속성상 2인자의 모반이나 군대 동원 정변(政變) 계획과 같은 것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과거에는 절대 밖에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장성택 세력 숙청에선 과거와는 다른 특징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 정권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장성택에 대한 판결문을 공개하면서 자신들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성택 일당이 정변을 통해 김정은을 타도하려 했다고 적시한 것이나 '권력 탈취 후 외국의 인정'을 받으려 했다고 발표문에 밝힌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경제 실태와 인민 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도…'라는 내용도 북에서는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는 말이다. 북한 정권의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것인지, 아니면 흥분해 분별을 잃은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이든 매우 우려해야 할 상황임은 틀림없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숙청과 처형이 과거와 비할 수 없을 만큼 소름 끼치게 잔인해졌다는 사실이다. 북이 일부러 공개한 장성택의 모습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과 다를 것이 없었다. 기관총을 난사해 사람, 그것도 제 고모부 신체를 산산이 파괴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겁을 주려는 의도라고 해도 너무나 잔인해 할 말을 잊게 한다.

지난 8월 '성 문란' 혐의를 받은 은하수관현악단 일부 단원이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를 입에 올렸다가 모두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것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1일 이들이 '4신 기관총(총신이 4개인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로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엔 임신부도 있었다고 한다. 이 방송은 "최근 반대파 처형 방법이 너무 참혹해 북한 주민들이 경악하고 있다"며 "임신부까지 화염방사기로 처형하는 광경을 목격한 일부는 졸도했다"고 전했다.

광기(狂氣)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 살인극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북 정권은 장성택 세력에 대해 '어디에 숨어 있든 모조리 쓸어 모아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장성택 판결문은 '(장이) 부서와 산하 단위의 기구를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나라의 전반 사업을 걷어쥐고 성, 중앙 기관에 손을 뻗쳤다'고 했다. 장성택이 '인맥 관계에 있는 군대 간부'를 모반에 끌어들이려 했고 '청년 사업 부문'과 각종 기업소도 장의 동조 세력이라고 했으니 당과 군, 외곽 조직을 망라해 북한 전체를 피로 물들이는 대숙청과 공개 처형 사태가 이어질 것이다. 군부는 김정은 세력으로 상당수 물갈이됐다고는 하지만 장성택과 수십년간 인연을 맺어온 인물들이 곳곳에 박혀 있어 숙청과 처형 강도가 더 심할 게 뻔하다.

사람이나 조직은 허약할수록 잔인해진다고 한다. 실제 북의 정권이 체제 불안을 감추기 위해 이토록 공포를 조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이들이 인간을 벌레처럼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것을 세계의 누구도 막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세력이 핵과 화학, 세균무기를 쥐고 휘두르는 것도 아무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북한 상황을 점검했다. 그러나 "예의주시하겠다"는 말밖엔 달리 취할 조치가 없었다. 저 북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가장 큰 숙제다.


-조선일보 사설, 201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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