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유치장 경험

하마사 2013. 12. 7. 14:04

살다가 이상한 경험도 해 본다.

목사가 되어 못 가볼 곳도 가보고 듣지 말아야 할 말도 듣는다.

교회분쟁으로 생기는 일이다.

앞장서 일을 하니 상대측의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폭력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별 문제없이 끝나는 듯 했다.

거의 잊고 지낼 무렵에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주일에 회의를 하는 중에 전화를 받고 놀랐다.

내일 즉결재판이 있으니 즉결재판정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구속영장실질심사 재판을 받기 위해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즉결재판이라니.

교회 법무팀에서 분주히 움직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시간을 연기했다.

다음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론서류를 준비했다.

수천 명의 교인들이 탄원서에 서명해주셨다.

일이 급박하게 진행되었다.

재판일에 변호사와 함께 즉결재판정에서 판사 앞에 섰다.

생년월일, 주소, 직업을 물었다.

조서에 기록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 하여 간단히 말했다.

목사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11시에 재판이 끝나 형사들과 함께 11:30, 송파경찰서에 도착했다.

형사들이 수갑을 채웠다.

수갑을 차고 유치장까지 걸어 들어갔다.

간단한 신체검사를 하고 소지품을 반납했다.

슬리퍼와 세면도구를 지급받아 4번방에 들어갔다.

이미 세 명의 수감자가 있었다.

오륜교회에서 비치한 성경이 있어 잠언과 전도서를 읽었다.

저녁 6:30에 형사가 와서 나갈 준비하라고 말할 때까지 조바심도 있었다.

하루를 넘기면 10일 가까이 유치장에서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함께 있던 수감자들 중에 22세 청년이 나가기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7시간 동안 유치장 안에 있으면서 점심과 저녁 두 끼의 식사를 해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간에 면회객이 있어 불려나가는 사람이 부러웠다.

앞으로 목회하면서 수감자가 있으면 열심히 심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면회객은 활력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사람은 얼마다 적적하고 따분할까?

죄의 대가를 받는 것이지만 소외된 이웃임이 분명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유치장에서 나왔지만 함께 들어갔던 맹집사님이 나오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핸드폰을 켜자 교인들의 전화와 위로문자가 많이 와 있었다.

이런 경험이 목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어떻게 선하게 이루어가실지 기대하며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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