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금산면에 금산교회가 있습니다. 108년 역사와 ㄱ자 교회로 알려진 금산교회 예배당에는 조덕삼 장로와 이자익 목사의 사진이 있습니다. 이들은 양반과 상놈이라는 봉건적 유교문화를 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조덕삼은 지역의 유지였고, 1904년 테이트선교사를 통해 예수를 영접했습니다. 복음을 받아들인 그의 사랑채에서부터 금산교회가 시작됐습니다. 이자익은 남해에서 태어나 조실부모했고 17세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고향을 떠나왔다가 조덕삼을 만나 마부로 일하던 머슴이었습니다. 조덕삼은 이자익을 마부로 일하도록 도왔을 뿐 아니라 학업과 신앙생활을 하도록 선처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금산교회는 장로 장립투표를 하게 되었고 두 사람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신분의 양극화가 뚜렷했던 시대에 주인과 머슴(반상)이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부 이자익이 장로로 선출되었고 술렁이는 성도들을 향해 조덕삼이 말했습니다.
“금산교회 성도들은 참으로 훌륭한 일을 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일하는 이자익 청년은 저보다 신앙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를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덕삼은 자신의 머슴을 장로로 섬겼을 뿐만 아니라, 그가 평양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고 목사안수를 받은 그를 금산교회 담임목사로 청빙하였습니다. 섬김은 곧 장성함이요.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마 23:11)
김철규 목사(서귀포성결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3/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