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숨 하나도
방을 닦다가 본
작은 개미 한 마리
몸을 움츠리는 나를 보고
엄마는
걸레로 꾹 누르라고 하셨지만
나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느 틈에 나를 보았는지
그 작은 발걸음 잽싸게
달아나는 개미
나는
개미가 내 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딴 곳으로 눈을 돌려
방을 닦았다
―권영세(1949~ )
- /유재일
개미가 사라질 때까지 딴 곳을 보며 방을 닦는 아이의 눈은 강아지의 눈을 닮았을 것이다. 방을 닦는 아이의 손에는 풀빛 향기가 묻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마음의 눈과 향기를 간직했으면 좋겠다. 작은 목숨 하나도 사랑할 줄 아는 세상, 그런 세상은 사람도 하찮은 개미도 모두 함께 살 만한 행복한 세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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