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문학

김소월의 시 '고향'

하마사 2014. 1. 21. 17:25

 

짐승은 모를는지 고향인지라

사람은 못 잊는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 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 새 소리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 드는 단풍

흐르는 샘물 위에 떠 내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 차 차 마주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 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 이거든

고향이 탓이 되어

부모님 기억, 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 그 곳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 속에 있습니까.

마음 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

 

물결에 떠내려 간 부평( 浮萍)줄기

자리잡을 새도 없네

제 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의 사람 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은 천애일방(涯一方) 헤매지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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