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문학

노산 이은상의 시 '가고파'

하마사 2014. 1. 21. 16:33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거이랑 달음질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내 몫의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온 내 보금자리에 가안기자 가 안겨.

처자들 어미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워라 아까워.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 들어 죄없는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 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나 깨끗이도 깨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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