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초나라 장왕의 리더십

하마사 2013. 9. 10. 18:48

 

춘추시대 초나라의 22대 장왕은 즉위한 첫 3년 동안 호령을 내리는 일 없이 향락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사실은
그 3년 동안 그는 신하들의 재능을 몰래 살피고 있었다.

그 날 밤에도 장왕은 신하들을 불러 주연을 베풀었다.
주연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등불들이 일제히 꺼져 버렸다.

주연은 중단되고 연회장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웠다.
그런데 그 어둠 속에서 갑자기 한 궁녀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그 궁녀는 장왕이 총애하는 애첩이었다.

"상감마마, 빨리 불을 켜게 해 주십시오. 누군가 제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궁녀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누가 제게 무례한 짓을 했는지는 불만 켜면 곧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사람의 갓 끈을 잡아 채어 가지고 있습니다.
갓 끈이 떨어진 사람이 바로 범인입니다.

어서 불을 켜게 해주십시오."
애첩이 자기 나름대로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다.
어둠 속에 잠시 침묵이 흘렸다.
이제 불이 켜지면 왕이 총애하는 궁녀를 희롱한 그 신하는 목이 달아날 판이었다.

그러나 장왕은 의연하게 말했다.
"오늘 밤 주연은 내가 베푼 것이다.
그런 무례한 행위의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다.
여자의 정조와 수절을 판가름하기 위해 신하가 수치를 당하는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장왕은 오히려 그 궁녀를 꾸짖은 다음, 소리 높여 분부를 했다.
"자, 모두 자기가 쓰고 있는 갓의 끈을 떼어버리시오.
만약 떼지 않은 자가 있다면 엄히 문책할 것이오."
수많은 신하들이 모두 갓의 끈을 떼어버려 범인을 찾을 길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 안 되어, 초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그 전쟁에서 목숨을 돌보지 않고 위기에 처한 장왕을 구하며 커다란 공을 세운 신하가 있었다.

장왕은 친히 그 신하를 불러 공을 치하하였다.
"그대가 아니었으면 나는 죽은목숨이었다.
내 어찌 그대의 공을 잊겠는가?"

그러자 그 신하는 눈물을 흘리면서 오히려 이렇게 말하였다.
"주군께서 이미 제 목숨을 살려 주신 바 있는데, 제가 어찌 자그마한 전공으로 주군의 은혜를
갚았다고 하겠습니까?"
그가 바로 연회가 있는 날 밤 궁녀에게 입을 맞추었다가 갓 끈을 떼인 신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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