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은 청년 시절 과거시험에 응시했지만 가난한 상민의 자식으로 합격될 리가 없었습니다. 좌절에 빠진 그에게 아버지는 관상쟁이가 될 것을 권했습니다.
백범은 ‘마의상서’라는 관상책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배운 대로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니 가난과 살인, 풍파, 불안, 비명횡사할 온갖 역마살이 다 끼어 있었습니다. 관상책의 이론대로라면 그야말로 하지하(下之下), 최악의 상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내 관상이 이 모양인데 도대체 누구의 관상을 보아준단 말인가’라며 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다 그 책 마지막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얼굴 잘생긴 관상(觀相)은 몸이 튼튼한 신상(身相)만 못하고, 몸이 좋은 신상은 마음씨 좋은 심상(心相)만 못하다. 심상이 좋으면 관상이나 신상이 좋은 것보다 낫다.’
이 구절에서 용기를 얻은 백범은 어떻게 하면 심상을 좋게 기를까 고심하다가 ‘이 나라에 태어났으니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자’고 결단했습니다. 그는 나라의 터를 닦는 훌륭한 민족 지도자로 살았습니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얼굴이나 외모를 고치는 데 돈과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마음을 다듬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하나님께서 위대한 일꾼으로 쓰실 것입니다.
서정오 목사(동숭교회)
-국민일보, 20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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