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매미의 죽음

하마사 2013. 8. 11. 15:40

 

살고 있는 아파트에 나무들이 많아서 좋다.

여름이면 매미들이 신나게 노래한다.

밤에 시끄러울 정도로 울 때도 있다.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나무 밑동에서 울고 있는 매미를 잡았다.

얼마나 신나게 울었던지 사람이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울던 놈이다.

하필 손이 닿는 밑동에서 울어 잡혔는지...

매미를 집에 가져갔다.

곤충을 무서워하는 지은이는 매미 근처에도 못 왔다.

가는 실로 매미의 목 부근을 묶었다.

거실에서 날렸다.

몸에 실을 매달고 잘 날았다.

지은이는 무섭다며 야단이었다.

매미를 잡아 베란다에 있는 나무에 붙였다.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잘 울던 놈이 벙어리가 된 것일까?

다른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도 베란다 매미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도 울지 않았다.

사람이 손으로 잡으면 벙어리가 아니라는 시늉만 하고 다시 입을 봉했다.

베란다에 가지 못하는 지은이는 매미소식을 궁금해 했다.

이틀 째 너무 조용해서 베란다 문을 열었더니 매미의 사체가 있었다.

매달려있던 화분의 나무에는 실에 묶인 매미의 머리 부분만 남아 있었다.

아마도 발버둥을 치다가 실이 나무에 걸려 몸통이 떨어진 듯 했다.

울면서 아픔을 호소했으면 풀어주었을 텐데...

조용하여 잘 있는 줄만 알았다.

얼마나 버둥질 쳤으면 머리가 떨어졌을까?

아프면 울어야 한다.

매미에게 미안했다.

기도가 이와 같지 않을까?

급하면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쳐야 한다.

매미가 더 크게 울었다면 시끄러워서라도 풀어주었을지 모른다.

울지 않고 실을 풀려다 오히려 더 꽁꽁 묶여 죽고 말았다.

풀어주었어야 했는데...

울지 못하는 벙어리로 만들었고, 베란다에서 사체로 뒹굴게 했으니.

죄의 올무도 같을 것이다.

스스로 풀려다 점점 더 옭아 묶는 자승자박의 꼴이 되고 만다.

매미처럼 묶였으면 몸부림치기 전에 울어야 한다.

우는 것이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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